〈말이야 바른 말이지〉(감독 김소형, 박동훈, 최하나, 송현주, 한인미, 윤성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8 〈말이야 바른 말이지
5월 25일 오늘의 큐 💡   
Q. 킹받네...어쩔티비?🙄
님, 한국은 빨리빨리의 나라라서 더욱 그런 걸까요. 유행과 신조어도 정말 빨리 바뀌어서 잠시만 관심을 꺼도 금세 온라인 컨텐츠, 예능 프로그램 속 이야기를 알아듣기가 힘든 거 같아요😵‍💫 MZ세대 유행어 대표주자, '킹받네'와 '어쩔티비'를 아시나요? 대략 '킹받네'는 '열받네'의 강조어로, '어쩔티비'는 '어쩌라고'의 강조어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소화하지 못할(!) 말투를 쓰냐면 말이죠. 오늘 소개할 영화 제목이랑 아주 찰떡이거든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킹받네. 어쩔티비?😡"

봄을 여는 영화 축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옴니버스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를 소개해드릴게요. 대기업과 하청업체, 팀장과 사원, 사람과 반려동물, 인간과 환경, 호남지역 혹은 임대아파트까지. 여섯 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우리 바로 옆에서 숨쉬는 미묘한 차별의 세계를 스크린으로 빠르게 옮겨왔어요. 최근 많은 문제가 되는 하청업체 대상 갑질, 사이버 공격이나 위계 성폭력 등의 문제가 마치 실시간처럼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추억의 브라운관TV 이모지😂)
이 작품이 더 흥미로운 이유! 자체적으로 만든 실험적인 규칙을 적용해서 찍었거든요. 모든 작품은 한 편당 한 씬, 한 장소, 두 사람의 대화만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합리적'이라는 틀 속에서 미묘한 소외가 이뤄지는 우리 사회 속 다양한 현장을 포착해낸 6개의 이야기, 6월 5일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곧 더 많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내가 당한 일을 다른 이도 당하는 것이 합리적인 건 아니죠. 내 입장, 내 위치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내뱉는 '바른 말'이 누군가를 서서히 옭아매진 않을까요? 독립영화가 바라는 새로운 세계로 님과 함께 나란히 손 잡고 가면 좋겠습니다💕

일상적 대화 속 차별과 소외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차별과 소외, 그것은 거창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일상 속에, 대화 안에, 무의식중에 숨어 교묘하게 일어나는 차별에서 우리는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를 여섯 명의 감독이 여섯 편의 단편으로 풀어낸 옴니버스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풍자 코미디로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안겨준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제작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한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한정된 제작비에 의해 한 신, 한 장소, 대화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두 명이라는 제한과 더불어 6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환경 속에서 단순명료한 구성으로 현 사회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여섯 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거대한 권력의 소유자가 아닌 '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와 맞닿아있는 존재이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극이 진행된다.

 

먼저, 프로젝트를 총괄한 윤성호 감독의 〈프롤로그〉는 대기업 과장과 하청업체 대표의 대화로 이뤄진다. 하청업체 대표는 대기업 과장에게 직원들을 '갈아서 쓰는' 방법을 마치 재미있고 대단한 비법인 것처럼 떠벌리는데, 그 끝에 “니들이 해 먹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됐겠니? 나도 운동권 출신인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는 노동 구조 안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 그보다 더 약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모순을 그려낸다. 김소형 감독의 〈하리보〉에서는 이별을 앞두고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던 커플이 누가 반려묘 '하리보'를 데려갈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서로에게 반려동물을 떠넘기려는 두 사람의 말을,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하리보'는 그저 듣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역 차별을 겪은 아빠가 출산을 앞둔 딸에게 아이를 전라도에서 낳지 말라고 권하는 내용의 대화를 보여준다. 이에 딸은 명확하고 똑 부러지게 지역 차별을 지적하지만,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엘사'라고 칭하며 당연하다는 듯 배제한다. 사는 곳에 따라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그가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일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하나 감독의〈진정성 실천편〉은 최근 한국 사회의 이슈를 재기발랄하게 다룬다. 애견용품업체가 SNS 광고에 사용한 '허버버법'이라는 문구가 '남성 혐오' 단어라고 주장되는 '허버허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자 직원과 팀장이 이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한다. 근거 없는 마녀사냥을 무거운 사안으로 받아들인 기업들이 연달아 사과하고, 잘못 없는 이들이 징계 처분을 받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최근 사회 문제를 재치 있게 비판해낸 것이다.

 

〈손에 손잡고〉에서는 어설프고 귀여운 커플이 등장한다. 그들은 프러포즈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자신들의 감정에 도취한 두 사람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들이 한순간 즐기고 떠난 자리에는 환경 오염의 결과만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남성 팀장과 여성 직원의 대화로 이뤄진 〈새로운 마음〉은 직장 내 위계 폭력과 성폭력을 그린다. 남성 팀장은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상황은 되풀이된다. 이러한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영화는 대화의 형식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세태를 꿰뚫으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유쾌한 웃음을 입혀 선물한다.


인디즈 유소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감독 김소형, 박동훈, 한인미, 최하나, 송현주, 윤성호|총괄프로듀서 윤성호|옴니버스|총 67분

한 편 당 한 씬, 한 장소, 두 사람의 대화만이 가능하다는 핸디캡. 그렇게 ‘갑’이 빠진 ‘을’들의 자리에서 ‘병’을 다루는 짜릿한 팁이 공유된다. 동거 커플의 이별에 반려묘는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고, 아버지 ‘승길’은 출산을 앞둔 딸 ‘윤서’ 앞에서 태어날 아기의 출생지를 염려한다. 신제품 광고에 남성 혐오 표현이 쓰였다는 항의를 맞닥뜨린 PR팀 ‘남희’와 ‘덕윤’은 최대한 많은 함의를 담아 사과문을 작성해야 하고, 이십대 청년 ‘쭌’은 연인 ‘람람’을 위해 성대한 프로포즈를 준비하지만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하며, 새해를 맞아 많은 것을 일신하고픈 팀장은 직원들을 위해 음식을 싸오는 정성을 보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아직 조금 덜 잃은 우리가, 보다 덜 가진 존재를 나름 합리적이고 매끄럽게 밀어내는 풍경들 속에서 배워보는(?) 회화식 ‘소외’ 입문.
<프롤로그> 감독 윤성호

대기업 과장과 외주회사 대표, ‘’ (노동자) 다루는 팁을 짜릿하게 공유한다.


키워드🔑: 하청업체, 갑질

<하리보> 감독 김소형
동거하던 커플이 헤어진다. 하지만 둘에겐 아직 할말이 남아있다.

키워드🔑: 이별, 반려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감독 박동훈

출산을 앞두고 있는 윤서의 집에 아버지 승길이 찾아온다. 터무니 없는 승길의 주장에 윤서는 힘겨워 한다.


키워드🔑: 호남, 임대아파트

<진정성 실천편> 감독 최하나

마케팅팀 소속 남희와 덕윤은 회사 SNS 홍보 글에 남성 혐오 표현이 쓰였다는 항의를 받는 바람에 사과문을 작성해야 한다. 한편 남희는 화난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과 문자를 보내야 한다.


키워드🔑: 혐오, 마녀사냥

<손에 손잡고> 감독 송현주

쭌이 람람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키워드🔑: 일회용, 쓰레기

<새로운 마음> 감독 한인미

팀장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을 먹는다.


키워드🔑: 위계, 직장내성폭력

독립영화의 재미, 옴니버스 프로젝트! 🎥
제가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맛😋! 중 하나는 각양각색의 옴니버스예요. 각기 다른 감독들이 모여 다양하게, 그리고 짧은 시간 강렬하게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주제의식이 강한 영화들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인권위가 제작해온 '시선' 시리즈(<여섯개의 시선>, <시선 1318>, <어떤 시선> 등)는 박찬욱, 류승완, 임순례 감독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소외의 현장을 주목합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한국 사회의 양육 문제에 대해 조망하기 위해 만든 <가족시네마> 같은 작품도 있어요. 오늘 다룬 <말이야 바른 말이지>처럼 서울독립영화제가 제작하는 옴니버스 시리즈 중 두 편을 소개해드릴게요!
2019.07. <한낮의 피크닉> 인디돌잔치 현장

"〈한낮의 피크닉〉은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여행을 매개로 하여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2016.08. <오늘영화> 인디돌잔치 현장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 영화가 우리와 같은 관객에게 닿기까지, 또 그 영화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닿게 되고 어떠한 형태로 기억되는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에 대한 세 편의 짧은 이야기 <오늘영화>. 모든 영화가 그렇듯 이 또한 그들의 이야기이며 동시의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마음가운데 오래 남게 될 것이다."

다 익숙한 이름들이구만 👋 
6인 6색 이야기의 향연! '흠, 그런데 이 감독은...어디서 들어본 감독 같은데...!' 생각이 날랑말랑, 헷갈리는 인디씨커👀 계신가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에 참여한 독립영화 감독들의 대표작들을 알려드립니다🤗
윤성호 감독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장편영화 <은하해방전선>
박동훈 감독
장편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최하나 감독 
장편영화 <애비규환>
한인미 감독
단편영화 <만인의 연인>, <토끼의 뿔>
김소형 감독 
단편영화 <우리의 낮과 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송현주 감독
단편영화 <어제 내린 비>
💡 송현주 감독의 <어제 내린 비>는 곧 인디즈 큐!레이션에서 소개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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