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뉴스레터

발행인: 김정식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뉴스레터』는 인문사회 분야(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예술학) 대학교원(명예교수 포함)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매월 1일 발송하는 소식지입니다. 인사총 활동 보고와 함께 인문사회 분야 학문 성과 공유와 트렌드 조성, 건강한 국가 학문 생태계 확립을 위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열어가겠습니다. 
   인사총 칼럼

『표절의 관행과 연구윤리의 위기』

                                                                배세영(건양대학교 금융학과 명예교수)


  작년에 한 학생의 졸업논문을 “논문유사도 검사”로 확인한 결과, 표절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타인의 논문을 그대로 옮겨 작성자의 이름만 바꾸어 제출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대학의 교과과정과 오랜 관행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80년대에도 졸업논문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짜깁기’ 방식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당시 교수들 역시 제출기한을 재촉할 뿐, 논문작성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있다.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조차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일부 교수들 역시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AI의 발전으로 연구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연구자의 창의성, 기여성, 독창성의 경계가 모호해졌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AI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그 논문은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 머무르며, 연구자의 문제의식과 분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2023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02개 대학에서 183건의 연구부정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중 표절이 127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최종적으로 47건(25.7%)이 부정행위로 판정되었으며, 이 중 표절은 24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례는 ‘조치 없음’으로 처리되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남의 글을 도용하는 행위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첫째, 표절에 대한 인식과 관습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동파의 시구처럼 여산의 진면목을 보려면 산 밖으로 나와야 하듯, 우리 또한 기존의 관행에서 한 걸음 벗어나야 비로서 무엇이 진정한 연구윤리인지 분명히 볼 수 있다. 둘째, 학부 단계부터 논문작성법과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필수과목이란 개념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은 어렵고 지겨운 과목을 피하려 든다. 오히려 연구윤리 교육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다. 셋째, 학계 전반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경제성장론의 거장 Robert Solow는 글쓰기(논문)의 핵심은 “clear and honest”라고 하였다. 표절은 “나쁜 글쓰기” 이전에 “나쁜 연구”라고도 하였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인식과 관행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인사총 뉴스

  "인문사회 강국이 AI 강국의 지름길"

  22일 국회토론회 개최... AI 시대 인문사회학적 통찰의 중요성 강조

  AI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시대, 무엇보다 ‘인문사회학적 토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4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인문사회 강국 구현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강경숙·고민정·백승아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주관하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후원하는 등 국회, 정부, 학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기술만으론 부족... 인문사회적 통찰이 AI 유토피아 만든다"

  이날 참석자들은 AI가 가져올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위행복 (前)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은 이를 위해 ‘인문사회학술기본법’ 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前)이사장은 “현재 인문사회 분야는 시장 논리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강창우 한국인문학총연합회장은 “AI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인도할지 디스토피아로 밀어 넣을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며, “인문사회 생태계 복원은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정책 공백 메울 ‘학술정책연구원’ 설립 제안

  인문사회 분야의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는 ‘학술정책연구원’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공계 분야는 전문 정책연구 기관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으나, 인문사회 분야는 '정책연구 공백' 상태에 놓여 있어 국가적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비 한국연구재단 본부장은 “현재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 방향을 기획할 책임 있는 단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R&D 예산 불균형 및 지역대학 위기 진단

  학술통계에 기반한 날카로운 비판도 이어졌다. 장덕현 부산대 교수는 “2026년도 전체 공적 R&D 예산은 19.3%로 크게 증가했지만, 인문사회 계열 일반 R&D 비중은 오히려 0.93%로 축소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R&D 편성은 EU의 ‘호라이즌 유럽’이 연구주제의 40% 이상을 인문사회 융합 과제로 지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라이즈(RISE) 체계 등 지역대학 지원 사업이 단순히 행정적 이양에 그치지 않고, 인문사회 분야의 교육과 연구가 핵심 축이 되는 ‘앵커(Anchor)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김대건 강원대 교수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이 낭독한 선언문에 귀 기울일 만하다. 이들은 국민주권 정부가 설정한 국정과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문사회 분야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감당하고자 아래의 사항들을 실현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1. 인문사회 분야 연구와 교육을 뒷받침할 <인문사회학술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2. 인문사회 분야 연구와 교육의 미래를 전망하고 기획할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3. 인문사회 분야 연구와 교육을 견인할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4. 국가R&D 예산 등등 이공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공적 지원의 현격한 차이를 해소하고, 신진학자와 학문후속세대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5. 앵커체계를 비롯한 국가의 교육학술연구사업에 인문사회 분야가 적극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는 인문사회학이 단순한 학문 체계를 넘어, AI 시대의 윤리적 표준을 제시하고 국가 생존을 담보하는 ‘전략적 자산’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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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총 공지 1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는 뉴스레터를 통해 선생님들의 연구 동향, 인문사회(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예술학) 분야 우수 학과와 연구소를 널리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중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5월 15일까지 인사총 사무처(khss@koreahss.kr)로 연락바랍니다.  소정의 내부 절차를 거쳐 학계에 두루 알리겠습니다.

  1. 단행본 출간(2024년 이후): 도서 정보 및 간단한 도서 소개를 보내주십시오.
  2. 교과목 편성 상의 우수 혁신 학과: 학과 소개 및 교과목 편성 내용을 보내주십시오.
  3. 우수 연구소: 연구소 소개 및 수행 연구 내용을 보내주십시오.
  
   인사총 공지 2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는 유튜브 등 SNS를 적극 활용하여 인사총 활동 사항을 알리고자 합니다. 인사총 홍보 콘텐츠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의 제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인사총 홍보 콘텐츠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A4 한 장 분량)작성하신 뒤, 인사총 사무처 이메일(khss@koreahss.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록1] 출간 도서 소개 

『권력중독』

그들은 왜 지배할수록 괴물이 되는가


                                                                       카르스텐 C. 셰르물리 글 · 곽지원 번역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가, 아니면 본성을 드러내는가?

  가지면 가질수록 더 원하게 되는 권력의 심리학

  “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는 말이 있다. 진정, 권력은 인격의 시험대다. 이 시험에서 통과하려면, 권력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그것도 다양한 역할 속에서 말이다. 당신이 남편이든 아내든, 아버지든 어머니든, 직장 상사든, 동호회 회장이든, 교사든 간에 말이다. ‘나는 권력의 부작용 따위에는 흔들리지 않아’라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누구나 권력의 그림자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다른 권력자의 반사회적인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 탓이라고 단정해버리면서, 정작 자신의 경우는 ‘상황 탓’으로 돌리는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된다. 물론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권력에 덜 휘둘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권력 자체는 본질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권력의 자리는 사람을 쉽게 무장해제시키고 권력을 쥔 인간은 예외 없이 변한다. 더 충동적으로, 더 둔감하게, 더 잔인하게.

  『권력중독』은 권력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조직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권력을 얻는 처세술이나 타인을 조종하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권력을 가지거나 잃을 때 우리 뇌와 생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왜 권력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지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친다. 나아가 『권력중독』은 현상에 대한 비판을 넘어, 권력의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한 입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권력감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개인의 성찰부터, 권력 남용을 줄이고 '임파워먼트'를 실천하는 조직의 구조 설계 그리고 위계와 맹목적 복종을 타파하는 사회적 차원의 건강한 권력 사용법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부록2] 온라인 공개 강의 소개
  『인정투쟁』  
악셀 호네트
(미국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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