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을 충분히 이해해. 누군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도 내 곁에 없는 쓸쓸함은 정말 가슴이 조여오는 감정이지.

예전의 나는 기브앤 테이크가 확실한 사람이었어. 사랑을 받은 만큼만 돌려주고, 더 주거나 먼저 주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한 건지도 몰라.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좁은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알아. 나라면 상상도 못 할 선의와 애정을 대가도 없이 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 부끄러웠어. 주고받는 사랑의 크기를 쟀던 내가, 줄 수 있는 사랑도 조금 덜어내고 뿌듯해하던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이었는지. 내가 준 건 사랑이 맞았을까. 사실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표면적인 행위였던 건 아닐까. 이제는 받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 먼저 주는 사랑에, 먼저 하는 연락에 자존심 같은 건 없거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는 몇 번이고 붙잡고,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어느 때엔 안생이었다가, 어느 때엔 칠월이기도 해. 정말 좋아하는 마음 깊은 곳엔 미운 감정이 숨어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야. 변하는 상대를 보며 야속해 했다가, 내가 변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

사이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좋은 관계일수록 항상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이, 상황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잖아. 나는 알지 못해도, 친구가 혼자 감당하고 있을 어려움도 있을 거야. 나도 아무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만의 고단함이 분명히 있는 것처럼. 관계가 변하지 않고 평생 이어진다면 이상적이지. 하지만 멀어진대도 혹은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진대도, 그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다면 항상 곁에 있냐 아니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의 조언도 없이 너의 감정을 따라봐. 멀어지는 것도, 가까워지는 것도 어느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알아? 그곳에 나오는 6명의 친구들을 보며 나는 우정에 대해 많은 걸 배웠어. 변하는 환경에 친구를 탓하지 않고, 그 선택을 지지해주는 태도를. 친구의 잘못에 서운해하지 않는 태도를. 드라마라서 가능한 태도가 아니라 나는 정말 그런 태도를 가진 친구가 되고 싶어. 끝으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기회를 빌려 꼭 말하고 싶어. 언젠가 내가 너를 아프게 했다면 그건 내가 부족해서였다고. 너란 사람이 내 인생 어느 한 시점에 함께 해줘서 진심으로 기뻤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