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시간을 보냈네요. 탈 가정하고 나온 직후 몇 년간 좀 친구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해요. 야즈도 약간 그런 기간을 겪었어요. 숨어 지내기도 하고. 그 시기를 또 이겨내고 지금 취직도 하고, 자기 일을 또박또박 잘 찾아나가는 것 같아요.
현정 : 번역 일은 이제 안 할 거예요?
야즈 : 계속할 거예요. 제가 집 돌아와서 일하면은 되고, 사이드잡으로 주말에 해도 되니까,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 여기 더 그라운드의 역할을 보면 어떠한 사람, 특히 이주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직업적으로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곳인 것 같아요. 우리 야즈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본인이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야즈 : 능력. 저는 어떤 텍스트나 영상 같은 걸 볼 때 혹은 사람들이 얘기할 때 그 밑에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같은 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그런 걸 눈치챌 수 있고 읽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힘으로 번역을 계속하는 게 아닐까 해요.
제가 워터 테라피도 배워서 나중에 무언가를 하고 싶기도 하고, 작년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 일을 뚫어서 하고 있기도 해요. 닥치는 대로 일을 다 했거든요. 그림을 그려서 SNS에 올리기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더 다양한 능력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현정 :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계시는데 그게 지금 나의 관심사를 찾아보기 위한 건지 아니면은 그냥 다양한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약간 취미생활로서 접근하는 건지 직업이나 지식적인 부분을 넓혀가기 위함인지 그런 부분이 궁금한데요?
야즈 : 지식으로 넓혀가려고 하는 부분도 있고 취미로 가져가는 부분도 있어요. 그림 그리기나 그런 플러스 사이즈 모델 하는 거는 취미로 하는 거구요. 워터 테라피 같은 경우에는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물리치료라든지 신체 그런 거 도움받아가지고 공부도 하고 다른 약간 취미 영역이랑 공부 영역이랑 이렇게 같이 있는 것 같아요.
현정 : 왜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하고 싶어요? 일을 하는 목적이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함일까요?
야즈 : 지금 하고 있는 일의 1차 목적은 돈이 맞아요. 면접 볼 때 이제 저는 어쩌고저쩌고 이런 열정이 있어서라고 말은 하긴 했지만요. 회사는 돈이 목적인 게 가장 크지만 통번역은 진심으로 하고 있어요. 재밌어요. 돈은 회사 다니는 걸로 벌 것 같고, 다른 것들은 좀 나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가를 보는 것 같아요.
| 대표님은 어떤 일의 가치를 두고 여성들한테 이런 일들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일의 가치는 뭐예요?
현정 : 이 일의 가치는 저도 종교적인 이유가 1순위예요.
네 종교적인 이유가 첫 번 째라고요. 저는 이주 여성들 모습에서 저는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이주 여성들을 만나고 일자리 창출하고 일자리 교육하고, 일자리 연계를 하긴 하지만 현재 실은 가장 많이 하는 부분이 저는 교육이에요. 교육을 하다 보면은 만나는 분들이 대부분은 통번역에 대해서 관심은 있고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세요.
교육 현장에서 만났던 한 분에게 제가 왜 이 일을 하세요?라고 물었더니 하셨던 얘기가 ‘아이가 학원을 다닐 때 학원비를 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아이가 먹고 싶은 거 했었을 때 뭘 하나 사줬으면 좋겠고 아이가 대학을 가게 되고 그랬었을 때 내가 좀 모아서 내가 원하는 대학을 마음껏 갈 수 있게끔 그렇게 해주고 싶다’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희 엄마가 떠오르더라구요. 엄마 같은 경우에도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를 시작하셔서 취업하셨거든요. 엄마한테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느냐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러시더라구요. ‘너희에게 오렌지주스를 사주고 싶었다.’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버지 급여로 유리병에 들어있는 오렌지주스를 매주 하나씩 배달 시켜주고 싶었는데 그럴 경제적 여유가 안되어서 그걸 정말 사주고 싶어서 일을 시작하셨대요.
이주 여성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녀를 키우며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한 국민이고, 자녀를 양육을 하고 나서 어느 정도 키우고 이제 본인도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지잖아요. 모든 경력 단절 여성들의 공통된 거잖아요. 근데 정보가 없는 거예요. 특히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하지도 않았고, 본인에게 맞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창구가 아주 적어요. 가족이라든지 속한 커뮤니티에서만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뿐이거든요. 취업에 관련돼서 이제 저도 좀 방황을 많이 겪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내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 이주여성들에게 무언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신 것 같아요.
현정 : 기회가 없는 분들한테 기회가 될 수 있게 약간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야즈는 그런 기회를 만난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생각했을 때 내 삶을 바꿨던 기회에는 뭐 어떤 게 있을까요?
야즈 : 일단 이 궤도 이탈 커뮤니티에 들어온 거.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사회에서 제가 겪은, 겪고 있는 이 상황을 친절히 대해주지는 않잖아요. 뭐 어쩌라고 이런 느낌들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로부터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혹은 숨통이 좀 쪼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여기는 나와 비슷한 청년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것들에 위안을 많이 얻고 그래요.
| 이 인터뷰하기 전 사전 질문 중에 요즘 고민 같은 게 뭔지 물어보는데, 그 내용을 쓰다가 야즈가 조금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지금 새로운 출발 지점에 서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야즈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분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요?
야즈 : 사실 인터뷰하기 전에는 제가 하는 일들이 다 돈이 목적이었어요. 근데 대표님 얘기해 주시는 걸 이렇게 듣고 있는데 열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 눈이 참 반짝반짝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실제 느낀 것, 자신이 일궈낸 것들에 온 마음을 쏟은 거니까 내 일이 잘 됐으면 좋겠고 하는 마음들이 얘기할 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내가 나는 이런 역할을 맡았고 난 이런 직급이고 막 이런 게 아니라 ‘난 진짜 이런 걸 하고 있어.’ 하면서 이런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게 엄청 감명 깊었어요.
현정 : 저요? 꿈이 큰데 너무 커서 언제 도달할지 알 수 없지만 아주 큰 꿈 이어 가지고 저는 그거를 가려면 아주 89세까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에요. 우선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새로운 직업군을 개발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주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저는 언어라고 생각을 해요.
양쪽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거 양쪽 문화를 잘 아는 거 이거를 통해서 또 잘하실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고민을 하고, 이걸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이주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을 발굴해 보려고 합니다.
| 오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한테 뜻깊은 자리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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