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5.22 | 1023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지금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두 가지 종교가 있다. 하나는 코딩 에이전트고 다른 하나는 개인 에이전트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애니쉬 아차리아 파트너는 최근 X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 개발자 생태계를 강타한 주인공은 거대 빅테크의 폐쇄형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출발해 단 8주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 모은 오픈클로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오픈클로가 보여주는 새로운 작동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용자가 “주말에 대만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내 취향에 맞는 숙소랑 비행기 표 좀 알아봐 줘”라고 AI에 질문을 던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AI는 필요한 때만 사용자에게 질문을 해 추가 의도를 파악한 뒤 백그라운드에서 밤새 일정을 조율하고 예약과 결제까지 마무리하죠. 사용자는 그 결과만 확인하면 끝입니다.


지난 3년 간 AI 발전의 주요 변곡점을 돌아본다면 이 흐름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사전 학습과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이 이끈 챗 GPT 모먼트를 지나 추론 컴퓨팅으로 질적 도약을 이뤄낸 ‘o1모먼트’에 도달했죠. 그리고 5월 현재 우리는 인류가 만든 가장 영리한 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행동하는 ‘에이전트 모먼트’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라클레터에서는 이 거대한 지능의 집사들이 어떻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구글 검색창과 아마존, 그리고 쿠팡을 비롯한 각종 쇼핑 앱을 해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전 세계에 가져올 충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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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3줄 요약
1. 대화형 챗봇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결제까지 끝내는 ‘자율형 에이전트’로 패러다임이 전환됩니다. 
2. AI로 SW와 화면(UX)이 소멸하며, SaaS 시장은 붕괴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3. 자본이 기계 간 거래를 중개하는 결제 인프라로 쏠리는 가운데, ‘가두리’ 한국은 소외될지도 모릅니다.
대화형 챗봇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결제까지 끝내는 ‘자율형 에이전트’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챗GPT]

귀한 자산이 일회용품으로
사스포칼립스 시대의 개막

올 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기이했던 현상 중 하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SaaS) 거인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이었습니다. 세일즈포스, 어도비, 서비스나우 등 시장을 지배하던 기업들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이들 기업의 매출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죠. 지난 10년 간 테크업계의 불문율과도 같았던 ‘40의 법칙’ 같은 절대적인 기준들이 힘을 잃은 것입니다.


40의 법칙이란 SaaS 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수익률(영업이익률)을 더한 값이 최소 40%를 넘어야 우량한 기업으로 평가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준입니다. 성장성이 조금 떨어져도 이익을 많이 내거나, 당장 적자지만 성장률이 높다면 (투자)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죠. 이 기준이 무의미해졌습니다.


SaaS 기업들이 한순간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지난해 말 등장한 클로드 코드와 오퍼스 4.5 그리고 o1 모델 때문입니다. AI가 인간의 관여가 없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완벽한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거든요. 과거엔 수천억원의 가치를 지녔던 소프트웨어가 이제는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 있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했습니다. 안드레이 카파시 전 오픈AI 공동창업자도 최근 SNS를 통해 “지난 12월 이후 AI로 인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 얼마나 완전히 바뀌었는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전통적인 코딩 방식이 AI 에이전트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었죠. 기업들이 굳이 비싼 구독료를 내며 거대 SaaS 앱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국내 1세대 벤처투자의 구루로 꼽히는 허진호 한리버파트너스 제너럴파트너는 이같은 소프트웨어 업계에 닥친 대재앙 ‘사스포칼립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SaaS 비즈니스의 본질은, 만들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하나를 잘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구독료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개발 단가를 제로(0) 영역으로 떨어뜨리면서 이 강력한 참호가 무너졌다.”


테크 분석가 벤 톰슨의 지적처럼 이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즉 “사스 대량 학살”을 직면했습니다. 기업의 핵심 거래 기록과 데이터 인프라를 보유한 ‘핵심 기록 시스템’ 거인들은 살아남겠지만, 단순히 예쁜 대시보드나 워크플로우 자동화만 제공하던 수많은 기능형 앱들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AI 에이전트 도입 전후의 구조 변화입니다. 기존에는 인간이 마주하는 ‘하나의 화면(UI)’이 필수적이었지만, 에이전트 시대에는 화면이 사라진(Headless) 다양한 기기로 지능이 다이렉트 연결됩니다. [제미나이]

300조원 통행세의 종말
구글과 아마존의 고민

사스포칼립스로 소프트웨어 공장들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 다음 타깃은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우리가 매일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며 마주하는 (앱)화면이 소멸할 수도 있습니다.


UX(User Experience)라고 불리는 사용자 경험에서 사용자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각종 앱 화면들의 구성은 최적의 UX를 제공할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UX와 뗄 수 없는 관계인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사람’과 컴퓨터 시스템 사이의 의사소통 매개를 의미하죠. 오픈클로와 같은 AI 에이전트는 ‘인간’ 사용자가 아니다보니 이런 UX, UI가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기계와 기계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나 데이터 구조만 필요합니다. 테크 업계에선 이를 화면이 사라진 소프트웨어 즉 헤드리스(Headless) 소프트웨어라고 말합니다.


화면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수십년 간 쌓아 올린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진다는 의미입니다.


구글의 연간 순수 검색 광고 매출은 약 1750억달러, 여기에 아마존의 연간 쇼핑 검색 광고 매출(약 550억달러를 합치면 2300억달러(약 300조원)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자본은 사실 사용자가 자신이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검색창을 헤매고 다닐 때 플랫폼들이 길목에서 거둔 ‘추정 통행세’였습니다. 검색창에 ‘빨간색 장화’, ‘홍대 크로아상’을 입력하면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추정해 광고 대행 사이트들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구조였죠.


AI 에이전트는 구글 검색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평소 결제 정보와 취향, 과거 이력 등 개인화 데이터를 기기 자체나 사용자 통제하에 두고 직접 해석하기 때문이죠. 사용자의 숨은 의도를 이미 파악한 AI는 구글 검색창을 건너 뛰고 곧바로 상품 공급자를 찾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구글과 아마존이 장악한 300조원 규모의 광고 시장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글로벌 플랫폼 거인들은 다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초기부터 AI 에이전트가 자사 사이트에 들어와 정보를 긁어가거나 구매하는 행위를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검색 광고 매출을 지키기 위함이었죠. 반면 플랫폼 광고 매출보다 자체 물건을 파는 것이 더 중요한 유통 공룡 월마트는 에이전트에게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쇼피파이 역시 검색은 허용하되 결제는 무조건 자신들의 핀테크 인프라를 거치도록 하는 ‘조건부 개방’ 노선을 택했습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가 제시한 '에이전트 커머스의 5단계 발전 경로'  [스트라이프]

결국 결제가 핵심
진짜 돈이 도는 곳

화면과 검색창도 사라진 곳에서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실리콘밸리 VC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이 기계들의 거래를 뒷받침할 ‘인프라 레이어’ 입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최근 연례 서한을 통해 ‘에이전트 커머스의 5단계 발전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1단계는 ‘웹 양식 제거’로 AI가 결제와 배송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단순 대행입니다. 2단계는 ‘설명적 검색’으로 키워드 대신 상황을 설명하면 AI가 맥락을 이해해 제품을 추천하죠. 3단계는 ‘지속성’의 단계로 AI가 사용자의 이전 대화와 취향, 예산을 기록해 옵션을 알아서 필터링합니다. 4단계는 ‘위임’입니다. 사용자는 선택 과정을 건너뛰고 예산을 정해주면 AI가 검색부터 최종 구매까지 스스로 처리하죠. 마지막 5단계는 ‘예측’의 단계로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시점에 물건이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우리는 현재 3단계를 넘어 예산과 대략적인 목표만 알려주면 AI가 최적의 대안을 찾아 결제까지 마무리하는 4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인간의 신용카드나 계정이 없이도 기계와 기계가 안전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금융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에이전트 간 자동 결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기술 표준인 ‘X.402 결제 프로토콜’이나, 스트라이프, 비자 등이 구축 중인 A2A(Agent to Agent, 에이전트 간) 결제 인프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쇼핑 앱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트래픽을 독점하는 진짜 길목이 생기는 셈이죠.


미국은 쇼피파이를 중심으로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표준 데이터규격(WebMCP 등)을 도입하며 ‘분산형 헤드리스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수백만 개 미니 앱이 깔린 위챗이라는 완결된 모바일 환경에 오픈클로 열풍이 결합하며 독자적인 ‘에이전트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죠.


반면 한국은 네이버와 쿠팡이라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 구조에 갇혔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커머스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들인 이들이 자신의 핵심 무기인 앱 화면과 고객 데이터를 포기하고 AI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들어와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국경 없는 AI들이전 세계 커머스 생태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한국 시장은 에이전트 도입이 지연되는 ‘갈라파고스 리스크’에 직면할 위험도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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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분기 순이익 58조원을 돌파하며 AI 투자 열풍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포물선처럼 폭증하고 있다”고 밝혔다네요. 2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 순이익 583억달러(약 87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정부가 주요 국제기구 및 다자개발은행(MDB)과 협력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글로벌 난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기후 위기와 보건, 식량, 일자리, 난민 문제 등 개별 국가 단위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를 AI 기반 국제 협력으로 풀겠다는 구상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관계부처는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에서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을 열고 국제 사회와의 공동 협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다.


크래프톤은 자사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노운 월즈가 개발한 ‘서브노티카 2(Subnautica 2)’가 출시 5일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장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서브노티카 2는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선보인 지난 15일 당일, 출시 직후 판매 100만장을 기록한데 이어 출시 12시간 만에 200만장을 팔아치웠고, 이후 5일만인 이날 400만장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인사말

AI로 인해 공들여 만든 소프트웨어가 일회용품이 되고, 구글 검색창과 쇼핑 앱이 사라질수도 있다는 것은 기존 테크 시장의 질서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전망입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에이전트 모먼트’의 진정한 본질은 단순히 기존 강자가 몰락하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권력이 이동하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가깝습니다.


1880년대 공장에 전기가 처음 도입됐을 때 공장주들은 기존 증기기관 구동 축에 모터 하나만 바꿔 달았을 뿐 공장의 수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신기술이 도입됐지만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였죠. 진짜 혁명은 20년 뒤 전기 모터가 기계마다 도입되면서 공장 라인이 수평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현대적인 기업 조직이 재편되면서 시작됐죠. 기술 그 자체보단 기술이 비즈니스의 구조를 바꿀 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 AI 에이전트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단순히 구글 검색이 안 쓰인다던가, 쇼핑 앱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넘어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이죠.


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가 널리 확산된다면 스마트폰 속 각종 쇼핑 앱들은 그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스마트폰 자체가 필요 없을수도 있죠. 적어도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할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를 대신해줄 AI와 소통하는 도구(매개체)만이 필요할 뿐이죠.


그리고 그 형태는 반드시 스마트폰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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