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가? 작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가?
작가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이 고민은 늘 따라다녔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쓰고 싶은 글만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작가로 살아가면서 부딪힌 첫 번째 벽은 ‘어쨌든 쓰고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정말 쓰고 싶은 것을 쓰면서 생활한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작가는 ‘쓰고 싶다’와 ‘그것만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게 이십 년을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원고 청탁을 마감하느라 바빴지만, 매일 똑같은 이야기와 스타일을 자기 복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그러다가 완전히 새로운 Input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고 또 다른 그래프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어떻게 새 구조를 짜야 할까? 이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더군요. 바쁘다고 내가 성장하는 건 아닙니다. 바쁜 건 그냥 바쁘기만 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이를 두고 흔히 소모된다고 말하죠. 정체기라고 느끼고 위기라고 생각되면 정말 정체기이고 위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글의 주제와 스타일을 살짝 바꿨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들어왔던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도 했죠.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독자를 개척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조금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누적이 중요하고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지금의 제 목표는 조금 더 유명해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독자(구매자)의 성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봅니다. 앞으로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점점 더 팬덤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열렬한 독자’를 만들지 못하면 자신의 작품을 팔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독자를 만들고 늘이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세분화된 독자의 취향에 맞춰 작가는 점점 더 유니크한 소재를 찾아야 하죠. 남들이 하지 않는 기획을 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경험을,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해봐야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 세상은 콘텐츠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내가 더 낫다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거짓도 통하지 않죠. SNS에서는 모든 게 들통나기 마련입니다. 독자들은 눈치가 빠르거든요.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인스타그램이든 트위터이든, 페이스북이든 팔로워 1명 늘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요.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팔로워가 곧 독자인 시대입니다.
진심은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만 빼고요.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매일 아침 ‘내 진심과 영혼을 담아 글을 쓰겠어!’라고 다짐하는 순진무구한 사람과 ‘어떻게 하면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영리한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작가는 가슴에 ‘!’를 품고, 머리속에 ‘?’를 가진 사람입니다.
가끔 SNS에서 터무니 없이 적은 원고료를 탓하며, 왜 다들 작가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느냐는 푸념하는 작가를 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시장이 그렇게 바뀐 것이니까요. 사보를 만드는 기업은 거의 없잖아요. 예산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이죠. 작가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적어진 것이며, 내가 제대로 된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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