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딘 이라는 인물을 혹시 아세요?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 구글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만드는 신기한 새로운 제품들에 대한 뉴스들이 많이 나왔네요. 헤드라인만 한번 보고 넘어갈까요? (자세한 이야기들은 헤드라인을 한 번 클릭해 보시면 읽으실 수 있어요.) 특히 구글의 증강현실 안경 프로젝트 관련 뉴스는 미라클레터가 1월 4일 드렸던 '2022년 혁신 대 예측' 에서 첫 번째로 꼽았던 사항이었는데, 현지 매체들도 스물스물~ 내용을 파악하기 시작했네요. 미라클레터를 구독하시면 이처럼 실리콘밸리 혁신에 대한 소식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단 다르게" 파악하실 수 있다구요!😏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기업들의 혁신적 제품에 대한 소식들을 매일 업데이트를 받고 싶으시죠? 아래 '미라클 브리핑'에 정리해 두고 있어요. 👇 자자. 미라클레터 홍보는 그만하고, 오늘은 구글의 대표 상품들을 만든 세계적인 천재 프로그래머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게요. 저는 실리콘밸리에 2년 전 처음 왔을 때, 전-현직 구글 직원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구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구글 내부 사람들은 이 이름을 모를 수가 없어요." 👦"오늘날 구글의 소프트웨어 제품 중에서 성공한 것들은 대부분 이 사람이 코드를 직접 짰어요. 구글의 성공은 9할이 이 사람 덕분이에요." 👩"구글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실력에 따라 레벨이 나눠지는데요. 구글에는 최고 레벨 (LV11) 의 실력자가 딱 두 사람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양반이죠." 👽 "아니 기자 양반, 실리콘밸리에 왔으면 딴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을 반드시 만나야지!"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시죠? 제가 실리콘밸리에 오자마자 귀가 따갑게 들은 그 이름. 구글의 전설로 남아있는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그 이름은 바로 제프 딘 (Jeff Dean) 이라고 해요. 아아 사진이 잘못 소환됐네요.😅 '제임스 딘'이 아니라, '제프 딘'이에요. 사진을 바로 정정할게요. 휘리릭~ 제임스 딘에 비해 꿀리지 않는😄 자신 만의 감각을 갖고 있는 제프 딘의 모습이에요. 오늘 미라클레터가 제프 딘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뭘까요? 그가 구글에 다니는 천재들의 존경을 받는 천재 중의 천재 엔지니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일하는 방식을 돌아봄으로써 우리 모두 혁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에요. 오늘 미라클레터 마지막에는 제프 딘이 하고 있는 최근 프로젝트 관련 소식도 돌아볼게요. 그럼, 제프 딘에 대해 더 알아볼까요? 고! 왜 우리는 제프 딘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가? 제프 딘은 미국 미네소타 주 출신이에요. 북쪽에 있는 아주 추운 동네죠.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천재 기질이 다분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 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환자들의 증상 데이터를 종합하는 데이터 시스템을 고등학교 때 이미 개발했다고 하죠. 놀라운 사실은 이 데이터 시스템이 아직도 미국 질병청(CDC)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링크) 이처럼 고등학교 때부터 전국적인 소프트웨어 스타가 되어 있던 그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유명 대학을 가지 않고 동네에 있는 미네소타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입학했어요. 그리고 최우등으로 졸업해 버리죠. (1990년) 이후 오늘날 컴퓨터 공학 쪽에서는 최고의 대학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워싱턴 대학교 (미국 서부 시애틀 소재)에서 석사, 박사를 졸업해요. (1996년) 여기서 그는 C++ 언어로 코딩하는 실력을 갈고 닦게 되죠. 이후 놀랍게도 제프 딘은 한국계 창업자들이 만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마이사이먼닷컴'에 입사를 해요. (마이사미언닷컴 창업자 인터뷰를 담은 기사) 인터넷 상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비교하여 가장 싼 곳을 찾아주는 전자상거래 회사 '마이사미언닷컴'은 윤여걸, 양민정, 박성파 등과 같은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불과 2년 만에 7억 달러(지금 돈으로 약 1조 원)에 매각된 정말 엄청난 곳이죠. 이후에도 자신이 꿈에 그리던 직장을 찾아다니던 제프 딘은 1999년. 스탠퍼드 대학교를 다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구글로 자리를 옮기게 되죠. 당시 구글은 직원들이 20명 정도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프 딘이 온다는 소식에 래리와 세르게이는 환호성을 엄청나게 질렀다고 해요. 왜냐하면, 제프 딘의 강림은 맨날 2부 리그에서 뛰는 조그만한 농구구단에 마이클 조던 같은 NBA 최고 선수가 떨어진 것과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실제로 구글에 대한 책에서 나온 표현) 그리고 구글에 입사한 그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이런 일들을 하게 돼요. 맵리듀스, 빅테이블 등등은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제품들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글의 검색, 구글의 번역, 구글의 지도 등과 같은 서비스들을 쓸 때마다 위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들이 인터넷 상에서 엄청나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맵리듀스, 빅테이블 처럼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제품들 덕분이기 때문이죠. 구글은 한 동안 맵리듀스와 빅테이블 덕분에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빠르고 우월한 속도와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날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맵리듀스와 빅테이블 위에서 돌아가고 있어요. 이런 기반을 만든 사람이니 많은 구글 엔지니어들이 제프 딘을 우러러 보는 이유를 대략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제프 딘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한번 들려드려 볼게요. 때는 2002년. 장소는 실리콘밸리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의 사무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 검색 광고가 완전 개판이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고객들이 구글에서 "H-1B 오토바이"이라고 검색을 하면, 그들이 원하는 검색 결과가 뜨면서, 동시에 위에 광고 또한 혼다 가와사키 등의 오토바이 광고가 똭! 하고 떠 줘야 하는데, 실제 구글 페이지에서는 그게 잘 안되는 거였어요. 대신 "H1B 비자" "H1B 연필" 등등에 대한 광고들이 마구 뜨는 거였어요. 그러자 래리 페이지는 화가 났어요. 금요일 이었다고 하는데요. 래리 페이지는 20명 남짓한 구글 초기 직원들이 맥주와 요구르트, 커피 등을 넣어두는 냉장고 앞에다가 이렇게 써 붙였어요. "이 광고들 개판이에요!" (These Ads Suck!) 스타트업 초기 당시 구글은 이처럼 전쟁터와 같았다고 해요. 마치 레슬링을 하는 것처럼 래리 페이지와 20명의 구글 직원들은 한 사안에 대해서도 쉽게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고 하네요. 래리 페이지가 이 문구를 냉장고에 써 붙인 것도 광고 쪽 직원들에 대한 도발이었어요. 그런데, 카푸치노를 정말 사랑하는 커피남 제프 딘은 커피와 우유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 앞에 섰다가 이 문구를 보게 됐어요. 당시 검색 쪽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이 문구를 본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네요. 구글의 금요일 오후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어요. 제프 딘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고요. 그는 검색 쪽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고 쪽 일은 하지 않아도 됐어요. 책임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하지 않아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는 "이 광고들 개판이에요!" 라는 래리 페이지의 글을 본 이후, 토요일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했어요. 구글의 검색결과가 광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거죠. 일요일 밤이 되었어요. 가족들과 그는 저녁을 먹었죠. 그리고 밤 9시에 그는 사무실로 나와서 카푸치노를 만들고 늦게 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새벽 5시 5분. 그는 래리 페이지의 "이 광고들 개판이에요!" 라는 메모에 대한 해법을 찾아서 사내 전체 이메일을 보내요. 그리고, 그의 해법은 옳았어요. 제프 딘의 검색광고 덕분에 구글은 살았어요. 오늘날 구글의 매출 대부분이 광고 쪽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신다면, 제프 딘의 이런 업적이 초창기 구글과 그 이후 구글의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당시 구글의 광고 쪽 경쟁사였던 오버추어(Overture)는 제프 딘이 해결했던 바로 그 광고 쪽 문제를 풀지 못했고, 이후에도 계속된 문제들 때문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어요. 반면 구글은 검색과 광고의 연계성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 낸 제프 딘의 업적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근거: 컬쳐코드) 2013년 구글의 어드바이저였던 조나단 로젠버그 ('빌리언달러 코치'를 에릭 슈미트와 함께 저술한 인물)가 제프 딘을 찾아와 속삭였어요. 😼 "어이! 제프. 그 당시 있었던 일을 책으로 좀 쓰고 싶은데 말야. 자세히 이야기 좀 해 줘" (조나단) 😄 "음...기억이 잘 안나는데...내가 그랬나? 음...그랬나? 음...음....아!!!! 맞어 그런 일이 있긴 했었어. 근데 뭐 솔직히 그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어. 매번 있었던 일이니까." (제프) 이처럼 초창기 구글은 세상을 마음껏 휘저어 보고 싶은 천재들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일단 한 번 마음껏 뭔가 해 보더라도 괜찮은 공간이었어요. 창업주가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냉장고에 써 붙이고, 회사 구성원 중에서 누구나 그 공론화된 문제점을 싸들고 집에 가서 금토일 골몰한 다음 창업주에게 "보소! 내가 그 문제 해결했소!" 라고 쏘아붙여도 괜찮은 공간이었던 거죠. 누구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놀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 구글이 그런 공간이었기 때문에 제프 딘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구글 광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거에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제프 딘이 그 사실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런 일들이 초창기 구글 내에서 일상적이었다는 거죠. CEO들이 말만 "니들 마음대로 하세요" "모든 게 당신의 자율에 달려 있어요" 라고 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말 뼛속까지 구성원들이 반바지 입은 천둥 벌거숭이 마냥 하고 싶은 재미있는 것들은 뭐든 다 해도 되는 조직이었던 거죠. 많은 기업의 CEO들이 정부에 대해 "규제를 없애달라"고 외쳐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기업 내 조직에도 규제들은 많아요. 조직이 경험을 쌓아가면서 과거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누적되고, 그를 피하기 위한 합리적인 규제들이 늘어나는 거죠. 정부가 규제를 쌓아나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규제가 있는 환경 내에서는 제프 딘 같은 천둥 벌거숭이들이 나오기 어려워요. 정부 규제 뿐만 아니라 기업 내 규제 역시 마찬가지에요. 부서 이기주의, 관료제 등과 같은 기업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들은 조직을 "무엇이든 해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눈치를 봐야 하는 공간"으로 바꿔 버려요. 그리고 회사 내에서 "눈치 잘 보는 인간이 성공하더라"라는 공식이 자리를 잡게 되면 그 때는 그 조직도 끝에 다다른 거라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도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라 눈치를 잘 보기 위해 노력할 거니까 말이죠. 마치 기업들이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야기에요. 이렇게 눈치 안보고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일했던 제프 딘은 구글에서 레벨11이라는 최고의 엔지니어 지위까지 부여 받으면서 살아있는 전설 같은 대우를 받고 있어요. 눈치보는 사람이 아니라 제프 딘 처럼 눈치 안보고 일해도 구글 내에서는 안전하다는 메세지를 계속 주고 있는거죠. 실제로 구글은 지금까지도 제프 딘이 하는 작업에 대해 전혀 터치를 하지 않고 있어요. 제프 딘은 지난 1월 13일 인공지능으로 유전자 패턴을 읽고, 각종 질병에 대한 경고를 빨리 띄워주는 제품에 대해 연구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어요. 물론 지금도 C++ 언어로 코딩도 한다고 하네요! 20년 전 금요일.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난 구글 창업자와, 그를 묵묵히 지켜보며 카푸치노를 마시던 천둥 벌거숭이 천재 엔지니어가 있었어요. 그가 일했던 공간과 여러분이 일하는 공간이 다른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내가 (또는 나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제프 딘 처럼 미친 짓을 해도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