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함께 찾아온 '망종(芒種)'입니다. 벼와 보리같이 수염이 있는 종자를 뿌리기 적당한 시기라고 합니다. 매화가 열매를 맺고,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때라 가장 좋은 날로 여겨졌다고 하네요. 이와 함께 국가를 지킨 영웅들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일을 망종에 진행했다고 합니다. 무려 고려 때부터 말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망종에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린다는 점이 새삼 새롭습니다.
'씨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말이 어쩐지 부러운데요. 하다 하다 곡식 종자를 부러워하다니 싶지만 솔직한 심정입니다. 식물과 달리 사람은 성장하기 딱 적당한 시기가 명확히 없잖아요? 언제 올지 모를 성장을 기다리는 건 꽤 불안한 일이니까요. 적당한 시기에 콕 박혀 무럭 무럭 자라고 싶은 이었습니다. 
여름👻은 오랜만에 회사 이야기를 해볼까 해. 요즘 하고 있는 일이 공기관과 연관된 일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공문을 쓰고 있어. 간단한 서류 하나를 보내는 건데도 모두 공문 처리를 해야 하더라고^^;;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 같달까? 하지만 또 형식과 절차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해. 몇 년 뒤 불시에, 갑자기 열어보았을 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우려면 모든 절차가 한눈에 보여야 하잖아. 가까운 미래를 위해 이 정도 번거로움 쯤이야..! 하핫! 그리고... 나 이직한거 모두 알고 있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사적인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남자직원이라던가, 어제까지 하하호호 잘 지내던 팀원이 갑자기 야반도주하듯이 퇴사하는 사건이 있었어;; 얘들아 근데,,내가 꼰대가 된 건지,, 당일 퇴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 남아있는 팀원들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었던 것 같고ㅠ 일에 대한 책임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퇴사하기 전에 말이라도 해줘라!! 휴 이제 더 이상의 사건은 없길 바라며! 오늘도 정시퇴근을 해볼게!!!!!🙋‍♀️
가을😑은 공부에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 중이야. 영어는 아님. 영어라는 다른 나라 언어는 아직 너무 낯설어ㅋ. 요즘 시도하는 공부는 바로 철학이야. 지난 절기에 내가 시작한 구독 서비스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소개한다고 했었지? 바로 전기가오리를 시작했어! '전기가오리는 서양 철학을 함께 공부하고, 관련 문헌을 번역 출판하며, 출판물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 공동체입니다. 공부 모임이자 출판사이기도 합니다.'라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어. 매번 존재에 대해 고뇌하면서 철학에 대한 갈망이 생기지 않는 것도 웃기잖아? 어느 날 트위터에서 니체 공부 모임 후기들을 읽다가 이거다 싶었어. 철학과 지인과 어떤 철학과 유튜버 덕분에 이미 존재는 알고 있긴 했는데 니체가 버튼이었음. 나처럼 철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공부 모임과 함께라면 다 이해할 수 있대.(아닐 수도 사실 어려움) 니체가 완전 연뮤 단골 소재니까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더라고. 다른 공부 모임도 많이 신청했어.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하게'가 전반적인 인생 mood임.(mood말고 굴러가는 꼬라지라고 하고 싶은데 참음) 해보는 데까지 해 봐야지ㅎ 물질적 혜택으로 출판물도 보내주는데 어려운 책들 설명 원고도 있다? 운영자님이 소개에 전기가오리의 지향점을 써 두었는데 읽으면 바로 구독일걸. 글이 감동적이야. 일단 너무 재밌다니까?!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다가 1초 만에 번복하는 사람 좋아해? 급브레이크 밟는 타이밍도 진짜 웃김. 제발 너무 재밌으니까 같이 듣자. 이번에 예술이론에 다가가오리는 무려 향후 3년의 미래를 보고 열었다는 콘텐츠인데 마침 나한테 너무 필요했던 수업이라 기대돼. 예술과 철학이라... 벌써 어렵지만 가보자고~!

🧊겨울🤓은 얼마 전 친구 결혼식에서 축사 했어. 내가 축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해. 친구 중 결혼식 축사 도중 안 울 것 같은 사람 1위. 근래 손편지 제일 많이 썼던 사람 1위. 뭐 이런저런 이유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12년 지기 친구의 결혼 축사를 하게 됐어. 그런데 대체! 난 개그맨도 아닌데 사람들을 왜 이렇게나 웃기고 싶든지 원. 어투, 숨 쉬는 타이밍, 쪼 이런 걸 계산하고 시뮬레이션 100번 돌리며 축사를 쓰고 있더라고. 인생 실패 여유분 5장 정도만 있었으면 희극인의 삶 딱 한 번은 살아보고 싶다...! 다들 12년 지기 결혼식 축사 이야기해서 내가 감동적인 우정 이야기할 줄 알았지? 틀렸어. 또 내 꿈 이야기할 거야. 축사하는데 약간 울컥하더라고. 근데 그 이후에 하객들이 내 멘트에 웃어줘서 또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 거야(하지만 너는 사무직이잖아...). 죽기 전에 한 번쯤은 희극인의 삶 살아볼 수 있을까? 수많은 평행우주에,,,한 명쯤의 나는 희극인이겠지,,,?

<흑과 백>
이번 제철소의 키워드는 '흑과 백'입니다.
좋거나 나쁘거나, 울다가 웃다가 여러 양가적인 감정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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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코 (Asako I&II, 寝ても覚めても)
영화|연출 하마구치 류스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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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번 제철소는 여름만 되면 다시보는 영화 <아사코>를 가져왔어. 여름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대표작_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 감독의 매력을 알게 된 영화가 바로 <아사코>였어. 아사코는 시바사키 토모카의 소설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를 원작으로 해. '흑과 백'이라는 주제와 딱 걸맞는 것 같지?(ㅎㅎ) 주인공 '아사코'의 첫사랑 '바쿠'는 아사코에게 아무말도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아사코는 그가 사라진 이후 그와 닮은 '료헤이'를 만나며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야. 세 남녀의 감정은 '지진'을 만나며 뒤섞이고 변화하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 처음엔 아사코의 감정에 몰입했지만 점차 료헤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묘한 영화야. 하마구치 감독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요소들을 떠올리며 보는 재미도 쏠쏠해🤭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2010년대 베스트 영화 중 하나로 꼽으면서 더 주목받기도 했어. 왓챠에서 볼 수 있고, 엔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사운드트랙이 아주 좋으니 참고해!
🧛‍♂️ 데스노트
뮤지컬|고은성 김준수 이영미 서경수 류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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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제철소는 뮤지컬 <데스노트>야. 흑과 백으로 뭘 쓰지 고민하는데 겨울🤓이 말해줘서 생각났어. 데스노트 이야기 다들 대충은 알지? 어어 그거야, 노트에 이름 쓰면 죽는 거. 법과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던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는 어느 날 데스노트를 얻고, 자기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여 정의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해. 인터폴은 사건 수사를 위해 천재 탐정 엘을 수사관으로 보내고, 둘은 각자의 정의를 위한 치열한 두뇌 게임을 시작하지. 엘은 계속 흰옷을 입고, 라이토는 처음엔 흰옷에서 점점 옷이 검게 물들어. 선과 악을 의상의 흑과 백으로 표현했나 싶었지만, 흰색의 엘도 제정신 같지는 않아. 하얀 정의와 검은 정의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지도. 자신만의 이상한 정의를 위해 싸우는 두 인간 재밌다. 땅바닥에 달라붙어 꿈틀대는 인간들((내 표현 아님))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평등한지. 무대 연출은 또 얼마나 섬세하고 화려한지. 배우들 칭찬은 내 블로그에 지겹게 썼으니 이만큼만 해볼게. 법과 정의, 선과 악, 삶과 죽음. 도파민을 자극하는 모든 것의 집합체!!! 데스노트 한번 봐줘. 곧 막공이야. 근데 왜 지금 말하냐고? 들켰다. (((내자리)))
🎼 Miserere
Luciano Pavarotti & Zucchero|Bass Bar. 권서경 Ten. 고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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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키워드를 정하고 겨울🤓은 한참을 고민했어. 슈베르트 마왕을 추천할까? 하, 너무 뻔해. 그렇다면 생상의 죽음의 무도? 곡을 고르면 고를수록 뻔한 생각만 하는 내가 싫더라. 한참 고민하다 금세기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락스타 주케로가 함께 부른 곡 'Miserere(불쌍히 여기소서)'을 가져왔어. 속세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이 삶의 공허함과 의미없음을 느끼며 신앞에 회환에 넘치는 자기 고백을 하는 내용이야. 신성한 종소리와 베이스 바리톤의 묵직한 Miserere(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하는 앞부분에서는 절로 숙연해져. 하지만 시원하게 이어지는 테너의 Miserere, miserso me pero brindo alla vita!(불행한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지만 저는 삶을 위해 축배를 들겠습니다!)의 부분에서는 공허했던 삶과 악수를 하는 기분이야. 뭐 구구절절 썼지만 추운 겨울,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이 위스키 한 병 들고 성당에 들어가 신한테 조곤조곤 공허한 인생에 대해 따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문득 삶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고 고개 숙이는 모습이야. 흑과 백 그 사이를 무수히 오고가는 게 인생 아닐까 싶어
절기 節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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