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43호
2023/12/12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직업환경의학

 

최근 현대 경영학과 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되면서 직업환경의학 (환경보건과 산업안전보건)이 경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요?


ESG경영 


몇 년 전부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경영학의 세부학문 분야인 회계, 재무, 인사, 생산관리, 마케팅, 경영정보시스템, 전략을 막론하고 ESG 경영이 녹아 들어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한다는 생각을 반영합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 생각이 더 확장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stakeholder capitalism)이라는 개념이 대두됩니다, 이 개념은 기업과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 (노동자, 사회, 환경, 시민사회 등 모두 포함)를 만족시키는 경영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유럽대륙식 (영미식이 아닌) 자본주의로서 은행이 많은 기업의 자본을 주식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기에 주요 흐름이 됩니다.

 


ESG경영 = 직업보건, 환경보건

 

ESG경영은 직업환경의학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직업환경의학, 즉 직업보건과 환경보건 자체가 ESG 경영입니다. 직업보건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social"에 녹아들어가 있고, 환경보건적 부분을 논하는 것이 "environmental"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UN COP 28이라는 행사가 아랍에미리트에서 11월 28일에서 12월 1일까지 열립니다. 이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라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연례 행사로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에서 매년 개최하는 기후변화 대응 회의입니다. 환경보건 파트도 올해부터 정식 파트로 스케쥴에 포함되었고, 이를 위해서 ISEE 정책 위원회에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이미 환경보건은 주요국, 주요기업들의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에 위치한 어젠더가 되었습니다. 산업안전과 산업보건 역시 ESG 평가지표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어 있을 만큼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주제입니다.

 


환경보건과 산업안전보건이 중요한 지표


자본주의도 생물과 같아서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진화를 합니다. 초기 주주자본주의 시대에는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이고, 주변 환경이나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ESG 경영을 점수화하는 지표도 개발되고, 이것이 기업보고서나 국제회계기준 (IFRS)에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보건과 산업안전보건이 기업경영의 최일선에 배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관투자자에게 반 ESG로 낙인찍힌 삼척블루파워 채권

 

삼척블루파워 채권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삼척블루파워 채권은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도 6~7%대의 시장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즉 채권의 가격이 그만큼 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어느 개인투자자라도 증권사 앱을 깔아 장내채권 시장에서 삼척블루파워 채권을 매입하여 이표 (이자)를 꾸준히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이적인 수익은 기관투자자의 외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채권은 삼척에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자금으로 쓰이고, 석탄발전은 대표적인 환경공해 유발 시설입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기반 특히 석탄 기반 발전 시설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미국과 유럽 대형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이미 퍼졌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연금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사] 기관에 ‘反 ESG’ 낙인 찍힌 삼척블루파워 채권, 개인엔 고금리 투자처로 인기

 


중대시민재해 예방에 촉각


최근 골프장에 가신 분이라면 라운딩 전에 ‘중대시민재해’ 관련하여 체크리스트에 사인하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골프장 카트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이 추락하여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골프장들도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분당의 정자교 붕괴사고로 한 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공중이용시설 혹은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주체들도 '중대시민재해' 대처에 촉각을 곤두서게 되었습니다. 중대시민재해는 부주의로 1명 이상의 사망자,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혹은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을 발생시킬 때 형사 혐의가 적용됩니다.

[기사] 골프장 전동카트 넘어져 고객 뇌사…운전한 캐디는 극단선택



기업이 스스로 안전보건과 환경보건을 챙겨야 하는 시대


이렇게 산업안전보건과 환경보건, 즉 직업환경의학은 현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제 기업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산업안전보건과 환경보건을 챙겨야 하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이것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길이고,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며, 결국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플레이어로서의 기업이, 다른 사회 구성원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쓴이: 문진영 (인하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