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부른 '기호위기'
커피와 초콜릿 없는 일상을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정신이 몽롱할 때 '아아' 한 잔, 괜히 당이 떨어질 때 견과류가 박힌 초콜릿 한 입을 정말 좋아합니다. 커피와 초콜릿, 현대인의 생산성을 책임지는 연료이자 포기할 수 없는 기호품이에요.

최근 커피와 코코아 생산량이 모두 급격하게 줄어서 거래가격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기후변화예요. 당연한 일상의 풍경이 조금씩 꾸준히 사치재로 바뀌어 가고 있네요. 현대인의 '기호위기'와 대책 이야기까지, 노도현 기자의 기사를 읽고 대화해 보겠습니다.

오늘자 레터 하단에 독자 이벤트 공지가 있어요. 점선면팀이 직접 고른 책을 보내드립니다! 꼭 확인해 주세요😀
기후위기가 부른 '기호위기'
2024. 4. 16. 노도현 기자
진한 커피 한 잔에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한 조각. 일상에 녹아든 먹거리의 존재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만큼 작물 생산도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이상기후가 작황 부진 등을 불러와 물가를 끌어올리는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와 국제 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인스턴트커피에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커피는 지난 12일 장중 t당 3948달러까지 찍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주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엘니뇨(적도 부근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로 인한 극심한 가뭄 탓에 생산량이 줄어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구매가 몰렸다.

고급 품종으로 평가받는 아라비카 커피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두 품종을 혼합해서 쓰는 경우가 있어 로부스타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은 데다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악천후도 가격 상승 원인이 됐다.
로부스타 커피와 코코아 거래가격 추이. 경향신문
카카오 열매 가루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뛰며 t당 1만달러를 뚫고 사상 최고를 찍었다. 두 달 전만 해도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 세계 코코아의 70%가 생산되는 서아프리카에선 엘니뇨로 계절에 맞지 않는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폭염은 이미 지난해 말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코코아나무에 거듭 해를 입혔다. 또한 폭우는 도로 상태를 악화시켜 항구로 향하는 콩 배송을 방해했다. 불법 채굴로 인한 경작지 훼손 같은 구조적 문제도 중단기적으로 서아프리카 코코아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든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들은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초콜릿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농업 전문은행 라보뱅크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폴 줄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코코아) 가격이 이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계속 발생한다면 앞으로 코코아 수확량 측면에서 더 큰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아콩. 로이터연합뉴스
이미 기후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과값이 금값이 된 것도 가장 큰 요인이 기후변화다. 봄철 개화 시기 이상저온(냉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병충해 등 악재가 겹쳐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30%나 줄었다. '100% 올리브유'를 내세웠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해바라기유를 절반가량 섞어 쓰고 있다.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인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 지역 가뭄으로 올리브유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과거 물가와 날씨 데이터를 통해 도출해낸 미래 전망도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1996~2021년 121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와 날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5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최대 3.2%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최대 1.2%포인트 오른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지난 주말(14일)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4월 기온으로 역대 최고였다고 하죠. 강원도 일부 지역은 낮 기온이 32도까지 올랐고요. 동네 카페는 에어컨을 틀었더군요.

카페 테라스석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일기예보를 볼 수도 있고 여름옷·겨울옷을 날씨에 맞춰 골라입을 수 있기라도 하지, 식물이나 곤충은 정말 살아가기가 힘들겠다 하고요.

편의점보다 많은 커피전문점, 아낌 없이 뿌려지는 초코 드리즐… 흔하고 당연한 것들이 희귀해질 근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삶은 줄곧 '기호의 확산'이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먼 길 배를 타고 온 열대과일의 놀라운 향, 기름에서도 싱싱한 맛이 난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품질의 올리브 오일, 위스키 샷이 머금은 촘촘한 피트향, 싱그러운 풀냄새가 맡아지는 화이트 와인, 세월을 코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보이차… 원한다면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감각의 경험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세상은 즐거운 감각들을 새로 익히고 확장하는 법만 가르쳐줬다고 느껴요. '기호의 축소'를 상상할 기회는 적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기호를 하나씩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금은 '기호위기'의 세상이라고 가리키고 있어요.

커피와 초콜릿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워진 사람으로서 나는 이것들을 포기할 수 있나 생각해 봅니다.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뭔가 대책이 있을 거야' 믿고 싶어집니다.

탄소 배출 저감에 (늦었지만) 총력을 다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안이 가장 현실적이겠죠. 지난해 CES에서는 '커피콩 없는 커피'가 소개되기도 했어요.

박재현 기자는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 저감책 마련, 품종 개발 등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기후변화로 인한 고물가)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한국은 '수급'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게 고작이라고 지적합니다. 사과값 폭등 대책으로 한국은행이 '사과 수입'을 거론했거든요. 식량 수입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꾸준히 불안하다는 문제를 건드립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21년 기준 44.4%에 그쳐요.

한국 사회가, 특히 기업이 기후 리스크를 '아직 여유 있게 대응해도 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지적도 새겨들을 만합니다.

기호위기, 정말 피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싶어져요. 집에 세제가 다 떨어져 가는데, 지난 주말 동네 산책 중 발견한 리필스테이션에 조만간 들러야겠습니다. 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언론인으로서 22대 국회의 기후정치를 각별히 지켜보겠습니다.
1. 현대인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피와 초콜릿이 생산량 급감으로 거래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2.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기호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기호위기'의 시대입니다.
3.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망가진 기후를 되돌리고, 품종 개발 등 대책 마련에 힘쓸 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국정 방향은 옳았다. 소통이 문제였다'로 요약됩니다. 협치 메시지도 없네요.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더니.
세월호 10주기가 되도록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제가 남았다고 말합니다. 참사에서 정치를 걷어내고,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더 좌초할 수는 없습니다.
이란이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했습니다. 이 반격, 자세히 뜯어보면 희한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란의 치밀한 계산속, 이렇게 보니 보입니다.
1977년 발사돼 지구와 240억㎞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보이저 1호. 47년 세월에 컴퓨터 칩이 고장났고, 전력도 곧 바닥난다고 하네요. 영원한 안식이 머잖았습니다.
🎁 좋은데... 진짜 좋은데! 🎁
4월, 뉴스레터 점선면 디자인이 확 바뀐 것 눈치채셨죠? 독자님은 새 디자인을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지난해 2월 첫 레터를 보낸 점선면팀은 발행 1년이 넘은 지금, 한단계 더 도약해보려 합니다! 디자인 개편에 이어 이번엔 더 많은 독자님을 만나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우리 독자님들의 힘이 필요해요🧚‍♀️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위해 선물도 정성껏 준비했으니 살펴봐 주세요😊

참여 방법은 이렇습니다.
1. 독자님의 SNS에 4월 1일 이후 발행된 점선면을 소개해 주세요.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블로그 어디든 좋습니다! 글 한 줄, 사진 한 장을 같이 소개해주셔도 좋아요🥰
2. 링크에 들어오셔서 소개하신 SNS 글의 주소를 남겨주세요.
3. 이벤트는 4월 26일까지 진행됩니다! 26일 자정까지 링크에 주소를 남겨주신 참여자분들 중 추첨을 통해 점선팀이 직접 고른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아래 버튼, 상단 이미지를 눌러도 이벤트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많은 신청 바랍니다💜
📬 "관습헌법이라니 단어부터 구려요... 글 읽는 내내 숨이 턱턱. 시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글이었습니다." (릴리님)
📝 지난 점선면Deep <💥우당탕탕 국회 이전 대작전>을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 이야기입니다. '전국 혁신도시 위치도' 그래픽에서 '부산동산혁신도시'는 '부산동삼혁신도시'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 지적해 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 "스튜디오 그루 채널을 오늘 알게 돼 바로 구독했어요.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을 이제껏 몰랐다니요..! 오늘 레터를 읽으며 특히 떠오르는 친구들이 많아 여기저기에 공유했습니다. 점선면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 (찐감자님)

📬 "점선면을 읽으면 소속감이 생깁니다. 점선면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이요. 구독자 애칭을 정하는 건 어떨까요? 계속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꼬리님)

📬 "비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도청 관계자를 만나면, 특히 성평등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성평등'보다 '양성평등'이란 단어 사용을 고집합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성평등을 사용하면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답변하셨어요. 우리 사회가 도대체 어디 머물러 있는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얀나라님)
📝 지난 점선면Lite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고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스튜디오 그루에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영상이 많이 올라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채널을 운영하는 박채영 기자에게 독자님들의 따뜻한 응원을 전달했습니다.

점선면팀도 독자님들과 연결됐다는 감각을 느껴요. 벽에다 대고 외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매우 매우 기쁘답니다. 언제 어떤 의견이든 망설이지 마시고 남겨주세요.
정부 정책과 정치 의제에서 '성평등' 용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고민이 깊어져요. 관련해 김수아 교수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오늘 레터를 공유하고 싶다면? 👇
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