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곳, 독일의 긴 겨울도 가고, 이제는 해가 들고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어요. 이번 창고살롱 3.5 시즌도 절반을 막 넘어선 참입니다. 창고살롱 뉴스레터의 시작을 제가 여는 날이 오다니요. 감개가 무량하면서도 어리둥절합니다. 일 년 전만 해도 저는 ‘창고살롱’의 ‘창’자도 몰랐는데 말이에요.
일 년 전 저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많이 지쳐있었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였어요. 이것저것 여기저기에 애쓰면서도 힘들고 억울하고. 그런데 어디에 말할 곳도,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꽉 막힌 마음의 상태로요. 어느 날 창고살롱을 만나고 지기님들과 레퍼런서분들을 만났지요. 이곳에서 함께 책과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제야 제가 저를 제대로 들여다 봐주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내가 이렇게나 애써왔구나, 달려왔구나 하고 말이예요.
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울컥했을까요. 밖에서는 쿨하고 샤프하고 파워 당당한 척 하던 제가, 창고살롱의 줌 안에서만큼은 무장해제되어버렸어요. 그런 저를 늘 따뜻하게 받아주시던 레퍼런서분들. 온라인인데 저는 분명 휴지를 건네받은 기분이었어요. 일 년 전과 비교하면 저는 이제 아주 다른 사람으로 180도 변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제 안에 있던 진짜 저를 찾은 기분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객원이지만 ‘지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고 생각하니, 좀 더 일을 많이 해야 될 것 같고, 지기님들과 레퍼런서분들께 더 도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 뉴스레터의 인사말 글도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으로 쓰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 마음만 계속 커지면, 오히려 진도가 나가질 않잖아요. 우연히 펼친 책에서 “글이란 본디 자기 능력보다 더 잘 쓸 수도 없고, 더 못 쓸 수도 없다”(은유, 글쓰기의 최전선)는 구절을 발견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데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더 좋아 보이려고 꾸미고 노력할 필요 없이, 내가 온전한 나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이곳이 나는 참 좋구나 하고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