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이 데려가지 않는 세상

검색이 데려가지 않는 세상

How to surf the web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64), 2022.11.2,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웹에서 보기 Web link

키워드: 백과사전, 검색, 지식, 검색어

1.머리말

2.나만의 검색어를 손에 넣기 : <약한 연결>

3.물고기 없는 연못? : <검색, 사전을 삼키다>

4.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우선 레터 시작에 앞서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오늘 레터에선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검색’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연구자님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보통 우리는 검색을 합니다. 그런데 검색을 하고 나서, 속이 시원하고 상상도 못했던 참신한 정보를 얻어 뿌듯했던 경험은 그렇게 많진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엔 정보가 아주 많다는 ‘환상’이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가 ‘적다’라는 생각을 좀체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네이버에 ‘맛집’이나 ‘코딩하는 법’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정보는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내게 정말로 딱 알맞는 수준의(최적화), 신뢰할 수 있을만한(신뢰도), 내게 새로운 영감이 될만한(독창성) 양질의 정보를 검색을 통해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매일같이 검색에 ‘실패’하고도, 실패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일단 결과가 ‘나오긴’ 하니까요.

<fig.1> 전시기획자 김지연이 <널 사랑하지 않아>(링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소개한 문선희 작가의 고라니 사진 작품, 라니08 Water deer 08, 2020, 73x63cm, c-print(왼쪽) 구글에서 '고라니'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문서들. 저중 의미있는 정보가 있겠지만, 아마도 '고라니-쿠팡!'이나 '(주)고라니'를 기대하고 검색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한 예로 저는 최근 신문 칼럼을 읽다가 [고라니]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에 고라니를 구글과 유튜브에 넣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해보니 무려 ‘246만개’의 문서가 뜹니다. 대강 백과사전 짜깁기 블로그 글(자극적인 광고가 중간중간 굉장히 많이 끼어있는)을 몇개 보고 나서, 기사를 몇개 읽다가 어느새 이상한 소리로 우는 고라니 쇼츠와 기상천외한 동물 영상까지 밀려갔습니다.

결국 제가 검색한 시간 동안의 ‘해찰’은 그리 유익한 시간이 되지 못했고, 새로 얻게 된 정보는 백과사전 항목을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시간동안 고라니에 대한 책 한권을 읽거나, 고라니 전문가와 10분간 대화를 나누는 편이 수백배는 나았을지 모릅니다. ‘책지상주의자’라든지 ‘인터넷비하주의자’의 편견이 아니라 그냥 순전히 가성비 차원에서요.

여튼 정보는 246만개가 떴고, 저는 그것을 뒤적이며 ‘만족할 만큼’(적어도 내가 처음 고라니를 검색했던 순간의 호기심과 욕망을, 수많은 광고와 자극적이고 저급한 글들 사이에 헤매다가 멍하니 까먹을 만큼) 딴짓을 했고 얼떨떨한 채로 폰을 꺼서 옆에 치워두게 되었으니까 ‘고라니’ 건은 일단락이 됐다고 보는 겁니다. 알게된 것 중 의미있는 정보가 별로 없어도요.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면 별 문제 없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식으로 뭔가 궁금할 때마다 양질의 정보를 얻지 못하는 - ‘실패한 검색’의 경험이 쌓이다보면 결국 한 사람이 얻는 지식의 세계는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와이파이나 전자기기 보유 문제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믿을 만한 글을 찾고, 신뢰할 만한 단서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즉 검색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우리는 ‘왜’ 잘 검색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잘 검색할 수 있을까요?

<약한 연결>(아즈마 히로키), <검색, 사전을 삼키다>(정철) 등의 책을 지팡이 삼아 보았습니다.

【2.나만의 검색어를 손에 넣기 : <약한 연결>】

“일본어와 영어 (검색)만으로는 ‘체르노빌 관광객 수 추이’ 등과 같은 기초 정보조차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런데 회의에서 우에다씨(*러시아 연극 전문가)에게 물어보니[...]약 1시간 남짓 회의에서 그동안 2개월에 걸쳐 스태프가 모았던 것보다 몇 배에 달하는 정보를 손에 넣었다. 애당초 검색은 정보를 찾는 쪽이 적절한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기능하지 않는다[...](정보는 많지만) 능동적인 ‘찾기’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아즈마 히로키, <약한 연결>

이는 아즈마 히로키의 책 <약한 연결> 속 일화인데요. 같은 주제에 대한 조사라도 어떻게,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우에다씨는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러시아어로 검색을 했습니다)

검색은 포털에 떠오르는 단어를 ‘단순히 넣는’ 행동이 아닙니다. 자신의 배경지식을 적극 활용해 고품질의 정보를 뽑아내는 활동이죠.

아즈마 히로키는 <약한 연결>에서 왜 이 시대에 ‘능동적인 찾기(검색)’가 중요한지, 그리고 그 능동적인 찾기는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fig.2>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왼쪽) <약한 연결-검색어를 찾는 여행> 책 표지. 띠지에 있는 "구글이 예측할 수 없는 '말'을 손에 넣어라"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겐론 유튜브 갈무리, 북노마드

우선 능동적인 찾기가 중요한 이유는 얼마나 능동적으로 검색할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접하는 세계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시대에는 아주 많은 정보를 ‘무한대’에 가깝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과거에 비해 올바른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도 올바른 정보에, 필요할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즉 얼마나 많은 상식을 달달 외느냐보다도, 나만의 검색어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능동적인 검색을 위한 ‘검색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참고로 <약한 연결>의 부제는 ‘검색어를 찾기 위한 여행’인데요. 저자는 “검색을 잘해서 관광(여행)을 잘 하자!“라는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뒤집어, “관광을 잘해서 검색에 도움이 되자!“는 조금은 생뚱맞아보이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여기서의 여행은 꼭 ‘진정한 자아 찾기’ 여행일 필요 없이 ‘납작한 패키지 관광’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아무리 ‘번갯불에 콩궈먹는 듯한 패키지 관광’이라고 해도 그 장소를 직접 체험하는 것을 통해서만 와닿을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자는 과거 케랄라에 단순한 관광객으로 방문했었는데요. 이 때의 경험에 대해 쓴 ‘일본에 살면서 “케랄라”라고 입력할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케랄라=인도 남부의 인구 3천만 규모의 주. 자연 방사선량이 높다.)

“아무리 인터넷에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도 특정 검색어로 검색하지 않으면 (자세한 내용을) 손에 넣을 수 없다. 케랄라의 정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검색창에 ‘케랄라’라고 입력해야 한다. 이것이 인터넷의 특성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케랄라에 도달했을까? 인도에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에 가지 않았다면 케랄라를 검색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요는 만약 내게 익숙한 환경에만 있었다면 생길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욕망’을 찾기 위해서죠. 조금 알쏭달쏭 했지만, 곧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거 저는 한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10일짜리 크루즈 관광에 참여했었는데요. 한국, 일본 승객들이 함께 배를 타고 대만의 항구도시, 제주, 일본 나가사키, 오키나와 등에 반나절씩 정박해 그 지역의 자연을 둘러보고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등을 살펴보는 기획의 여행이었습니다. 배에선 환경에 관한 강연을 듣고요.

사실 고작 몇 시간 오키나와의 갯벌을 보고, 박물관을 둘러본다고 해서 갑자기 굉장한 영감이나 지식을 얻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 오키나와에서 안내를 해주었던 본토 직원분의 친절한 목소리, 나가사키의 풍경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그곳에 관련된 기사, 책을 읽거나 검색을 할 때도 그때 만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라 훨씬 몰입하게 되었죠.

이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신문이나 텔레비전과 달리 저절로 집까지 오지 않는다. 찾아가고 싶은 정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검색어를 입력해야 한다. 그 정보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필요하다. 아무리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도 공개한 정보를 아무도 욕망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다.”

이런 여행엔 검색어를 구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능도 있습니다만, 아주 먼 타인의 아픔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아픔도 손쉽게 ‘정보’로 처리해버리곤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우리는 신문에서 먼 나라의 사람들이 겪는 전쟁의 아픔, 극심한 기아에 대해 처음엔 호기심을 갖지만 점차 무덤덤해지고 맙니다. 하지만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잠깐이나마 그곳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공기를 느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fig.3> '절멸 수용소'라고 불렸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왼쪽) 참사의 장소를 '관광화'하는 것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의 진상을 알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다크 투어리즘'.

이 대목에서 저자는 20년 전 독일의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직접 가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저 지도책을 붙잡고 잠깐 들러서 주변을 둘러본 것일 뿐이지만, 수용소 뒤뜰의 분위기며 사람의 뼈 등이 그에게 있어선 씻을 수 없는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죠.

이 작고 얇은 책은 말합니다. “능동적으로 검색어를 얻어, 당신의 세계를 넓히는 독창적인 검색을 하세요”

그리고 이 책의 메시지는 처음 인스피아를 기획할 때, ‘해찰’이라는 컨셉을 잡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요.

비록 한낱 ‘납작하고 어설픈’ 관심처럼 보일지라도, 낯선 것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색다른 접근-검색을 하려고 노력해보기. 익숙한 것일지라도 다른 방향으로 체험해보기.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검색 해보기. 큐브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자유롭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검색을 해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검색어를 얻기 위해 낯선 책을 읽기...

이런 해찰은 누구나 궁금한 것들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태도인 것입니다. 구글이 예측하지 못한 나만의 검색어를 손에 넣기 위해서요.

✏️

“인터넷은 기호로 구성된 세계다. 음성과 영상도 마찬가지로 결국 인터넷은 인간이 만든 기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누군가가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만 있다. 표상불가능한 것은 거기에 없다[...]중요한 것은 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검색어로 검색하는 것이다."

【3.물고기 없는 연못? : <검색, 사전을 삼키다>】

지금까지 ‘검색 잘하는 법’에 대해 말했습니다.

단 ‘검색 잘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또한 매우 중요한 게 있습니다. 검색을 해서 나올 ‘건덕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낚시의 신’이라도 연못에 물고기가 1마리 뿐이라면 제대로 낚시를 할 수 없습니다. 검색을 잘 해도 자신이 검색한 포털에 참고할만한 양질의 정보들이 없으면 말짱 꽝이겠죠.

국내 포털들은 국내 언론사의 뉴스나 연예계 이슈, 트렌드 등을 검색하기엔 좋은 편이지만, 전문 지식이나 학술 자료 등의 검색은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건 고급 검색을 위해선 영어가 필수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죠. 같은 단어를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는 것과 네이버에서 한글로 검색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니까요.

“영어 세계화의 양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검색이다...당신이 프로그래머라면 주변의 친구에게 묻기 전에 프로그래밍계의 지식iN이라 할 수 있는 '스택 오버플로우'에서 검색을 하는 게 더 간편할 것이다...인터넷에서 영어는 이미 '세계어lingua franca'가 되었다.“-정철, <검색, 사전을 삼키다> 중

<fig.4> 사전 전문가 정철이 쓴 책 <검색, 사전을 삼키다>(왼쪽) 네이버에 '이순신'을 쳤을 때 최상단에 뜨는 검색 결과. 이는 '네이버 사전'이라기보다는,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의 '사전'을 웹문서로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2030이 신뢰하는 언론 1위가 '네이버'라지만(링크), '네이버'가 언론사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요.

정철의 <검색, 사전을 삼키다>는 우리가 ‘잃었지만 잃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신뢰할 수 있고, 읽을 가치가 있는 순도 높은 텍스트죠.

저자는 다음,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십수년간 사전 업무를 담당해온 ‘사전 덕후’인데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종이 사전을 사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사전이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전에는 사전을 펴놓고 참고하던 것들을 이제는 검색으로 해결하고 있다[...]그렇다면 사전은 무용지물이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검색 서비스들은 대부분 첫 번째 검색 결과로 사전을 내놓는다. 사전은 ‘최소한의 검색’이자 ‘검색 결과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사전의 내용은 주관이 거의 제거되어 정보 순도가 높다. 따라서 다른 것을 읽기 전에 사전을 읽으면 짧은 시간에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상단 같은 ‘비싼’ 영역에 사전이 나오는 것이다[...]다시말해 사전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정보의 순도를 높이는 형식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의미 있는 콘텐츠로 남아 있을 것이다, 라는 건 내 바람일 뿐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네이버에 검색해서 읽은 글에는 사실 ‘사전’이 많습니다. 이 사전들은 ‘네이버 사전’이 아니라,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나 두산백과사전처럼 각각 별개의 편집자들이 기획해서 만든 사전들이죠.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수백권의 사전을 한번의 검색으로 쭉 볼 수 있으니 편리하고 좋은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정보의 업데이트와 지속가능성입니다.

요는, 돈이 안되니까 정보 업뎃이 뚝 끊길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전이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형이 나오고 꾸준히 투자가 들어가야 하죠. 국어사전만 해도 특이한 용법, 신조어들이 나올때마다 새로운 판형이 나와야 하니까요. 하지만 종이사전을 아무도 구입하지 않는 시대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 않습니다.

또한 통상 ‘포털 검색’은 대중적인 분야가 아닌 전문 분야에서의 체계화 된 지식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검색 서비스는 인물, 엔터, 사건 사고 등에는 강하지만 학문,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약한 면이 많다...반면 사전은 여러 분야에 걸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작성된 문서다...롱테일 검색어에 대한 커버리지가 넓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전반적인 품질 유지를 위해서도 사전은 상당히 중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즈 Op-Ed(기명 논설 페이지) 총괄을 역임한 편집장 트리시 홀은 전문적 글쓰기를 하려는 이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피하고 학술 연구자료와 객관적인 연구기관의 정부 보고서를 최대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검색 첫 번째 페이지에 등장하는 사이트가 아닌 전문 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저널리스트들은 보통 유료로 LexisNexis(*문서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지만, 구글 학술 검색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이 두사이트에서는 일반 검색 엔진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구글 학술검색은 전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하워드 가드너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과 <소비자 조사 저널> 등 학술지에 실린 글을 띄운다.“-트리시 홀, <뉴욕타임즈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LexisNexis 및 구글 학술 검색이 포털 사이트와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가치 있고 순도 높은 정보를 얻기 위해 -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는 저자에게 일정 보상을 했거나, 검증 및 정보 분류, 큐레이션에 막대한 공력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저자(정철)의 말마따나 결국 핵심은 ‘돈’ 문제인 것이죠.

저는 <검색, 사전을 삼키다>를 읽는 내내 ‘사전’의 자리에는, ‘믿을 만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를 넣어도 대체로 말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텍스트 정보의 ‘복붙’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광고와 신뢰할 만한 고급 정보를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 깨진 유리창 같은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선 ‘만드는 데 아주 큰 돈이 들고 돈도 안되는’ 사전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수지 안맞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정보 생산자 뿐 아니라 정보 수용자들에게도 큰 재앙일 것입니다.

✏️

“정보의 순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사전을 들춰보기를 권한다. 사전은 인간이 정보를 압축하는 방식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긴 시간 동안 유효했던 방식이다...사전의 오랜 역사, 그리고 지금도 부정할 수 없는 그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외면한 채 검색 서비스만 개선한다면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검색이 좋아지기 위해서라도 사전이 좋아져야 하며, 그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정철, <검색, 사전을 삼키다>

【4.맺음말】

오늘날 정보는 너무나도 많은데, 정작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국면에서 필요한 시간 안에 캐치해내서 지식을 재조합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수백년 전부터 사람들이 백과사전을 만든 이유는 ‘효율성’1)을 위해서였습니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있는 정보들을 정리해두고 간편하게 뽑아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죠. 전문가들이 ‘엑기스’만 뽑아놨기 때문에 모든 정보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었고, 가짜 정보 등의 위험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아주 간단한 정보를 찾을 때마다 가짜뉴스와 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사전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누구나 동일하게 100점짜리 정보를 주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검색 리터러시’가 없어도 누구나 70점 정도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처럼 한 사회의 ‘사전’이 될만한 정제된 ‘공공 정보’가 사라지는 시대엔, 점차 능동적으로 100점짜리 검색을 하는 사람과 1점짜리 검색 밖엔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커질 것입니다.(링크)

개개인이 검색을 잘 하는 것 외에도, 우리 사회에 신뢰할 만한 ‘공동 사전’같은 정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리터러시를 갖추고 싶어도 그럴 여유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테니까요.

향후 어떤 분야에서든 정보를 얻는 궤적도 빠르게 바뀌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창적인 책, 논문, 기사 등 원천 데이터를 통해 단서를 얻어 ‘검색’을 하고, 검색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현장(관계자 등)에 가서 묻고, 또 다시 검색을 해서 눈덩이처럼 지식을 굴리는 식으로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레터에서 살펴보았듯, Know-how와 Know-where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시 ‘What’에 들어갈 정보를 정성껏 다듬고, 취재하고, 분류하고, 편집하고, 생산하는 콘텐츠 생산자들이겠죠. 연못에 들어갈 물고기를 만드는 사람들이요.

만약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해찰을 하고 싶어도 언젠가는 해찰을 할만한 좋은 콘텐츠(물고기) 자체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기사 등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 흐름도 이처럼 ‘What’을 만드는 작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결과겠죠.(링크)

결국 ‘검색(연결)의 시대’에도 제대로 된 해찰을 위해서는 어딘가엔 반드시 원재료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그런 좋은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들이 지속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응원한다면 좋겠죠.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요.

그것이 결국 모두의 지식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1)오스미 가즈오, 임경택 옮김, 『사전, 시대를 엮다』, 사계절, 2014.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아즈마 히로키, 안천 옮김, 『약한 연결』, 북노마드, 2016.

-몇년 전 우연히 읽었는데, 제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 의미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검색'을 능동적으로 한다는 개념 자체를 떠올려보지 못했는데, 이 책의 독서를 기점으로 항상 어떤 자료를 찾든 간에 how와 where를 의식하면서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책을 읽는 것 역시 여행과 마찬가지로 '나만의 검색어'를 찾기 위한 활동의 일환일 수도 있겠죠. 사실 꼭 이 책을 읽지 않아도, 각 분야의 전문가, 기자, 연구자님들이라면 어느정도 각자의 방법으로 이 책의 메시지를 활용하고 있으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래서 이 책은 읽기에 따라 '독창적인 자기계발서'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 제가 얼마나 이 책의 매력을 잘 전달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검색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부담갖지 않고 충분히 가볍게 읽어볼 만한 에세이 형태의 책입니다. <관광객의 철학>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철, 『검색, 사전을 삼키다』, 사계절, 2016.

-출간 당시에도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던 책인데요. 이 책에 나온 메시지들은 여전히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레터를 읽고 '검색'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다면 위의 책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읽어볼 만한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비롯해 오늘 다룬 책은 전반적으로 쉬운 말로 쓰여있고 부담되지 않는 분량, 내용의 책들입니다.

정철,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사계절 출판사, 2017.

정철, 『사전 보는 법』, 유유, 2020.

-<검색, 사전을 삼키다>를 흥미롭게 읽었다면 함께 보면 좋을 만한 같은 저자의 책들입니다. 특히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의 경우 '지속가능성'에 좀더 방점을 맞춘 인터뷰집인데요. 저는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을 가장 먼저 읽고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거꾸로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사전 보는 법>도 인상깊게 읽어서 이 책에 소개된, 무려 일본어로 된 종이사전을 충동구매하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사전' 보는 법을 넘어 '지식을 주체적으로 분류, 읽는 법'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찾는 법

독서시간: 약 10분 / 글자수: 약 3000자

🖍글 속 한 문장

맥락 (context)은 정보의 생산, 전파 그리고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아우른다. 정보가 생산자의 동기에 따라 구성되고 편집되는 방식뿐 아니라, 당신이 검색을 하는 이유 역시 맥락에 포함된다 볼 수 있다 (과제나 논문 작성? 친구와 내기? 아니면 단순히 시간 때우기?). 생산자와 수용자 양측 모두가 자료의 맥락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한다면 더욱 균형감 있게 정보를 다룰 수 있다. 항상 맥락을 똑바로 알고 검색에 임하자.

👤김스피의 블라블라

영국의 정보검색 전문가 레슬리 스테빈스가 쓴 글을 국내 매체 뉴스톱이 번역한 글입니다. 어떻게 맥락을 파악하며 믿을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국립도서관이 제공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4단계 가이드'도 참고해 보세요.(링크)

"나는 정말 좋은 사전을 갖고 싶다"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1400자

🖍글 속 한 문장

문제는 종이사전이다. 두툼한 종이사전을 찾는 이는 이제 없다. 찾는 이가 없으니 만드는 사람도 없다. 국내 영어사전은 10년 전 영국에서 나온 책을 번역한 게 마지막이다. 대부분의 웹사전은 종이사전을 기반으로 한다. 종이사전 없이는 웹사전도 없다. 제대로 된 사전 없이는 용어의 개념정리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가면 학문 자체의 기반이 흔들린다. 정씨는 “엉성한 토대 위에 덜 마른 벽돌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레터에서 다룬 <검색, 사전을 삼키다>를 펴낸 정철씨의 인터뷰입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전 덕후' 정철의 다양한 '사전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중심이 되는 메시지는 어쩌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사전은 인터넷 시대에도, 아니 인터넷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하지만 누가 만들까?)"

깊은 검색을 위한 팁들 : 검색은 삶이다

독서시간: 약 30분 / 글자수: 약 8500자

🖍글 속 한 문장

지금 풀려는 문제를 모르겠으면 검색을 해야 합니다. 지금 풀려는 문제가 너무 익숙해도 검색을 하면 좋습니다. 검색을 안 하면 개발을 못하는 개발자도 위험하지만, 검색을 안 하면서 개발하는 개발자도 위험합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퍼블리에서 프로그래머를 위한 검색 스킬(링크) 등의 글을 쓴 강규영의 '검색하는 법' 관련 블로그글입니다. 주된 내용은 개발자들이 어떻게 검색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지만, 꼭 개발자가 아니어도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 지식을 깊고 효율적으로 검색하려는 이들이 참고할만한 팁이 많습니다. 특히, 궁금한 것이 없어도 일상적으로 검색을 한다거나 '우연한 발견'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놓는다는 점 등이 인상적입니다.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

독서시간: 약 4분 / 글자수: 약 1100자

🖍글 속 한 문장

영국 BBC 팩트체크팀 저널리스트인 샤얀 샤다리자데가 (틱톡에 대해) “이렇게 많은 허위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은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분쟁지역 영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여느 플랫폼처럼 비디오게임 영상이 전장의 흔적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의 틱톡에 대한 칼럼입니다. 사실 한 플랫폼에 얼마나 가치있고, 신뢰도 높은 정보들이 많이 모이느냐는 플랫폼 운영 규칙, 알고리즘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대부분 플랫폼의 목표는 소비자에게 '양질의 정보 경험'을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하면 광고수익을 높일지이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 권장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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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키오스크, 누구의 ‘효율성’일까?[10월의김스피]’)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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