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반려병과 살다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연휴가 길거라 생각했는데, 저와 반려인이 돌아가면서 아팠더니 끝나버렸습니다. 아마 뭔가를 잘못 먹어서 그런듯 해요. 오늘은 그래서 몸이 아픈 상황에 대한 문장을 들고왔습니다. 첫 번째 문장 병이 없는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태 과거에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정의했다고 한다. (....) 나는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농부가 심은 사과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뜨면 햇볕을 쬔다. 바람이 불면 바람에 스치면서 그렇게 익어간다. 농부는 사과 안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설계하거나 사과의 빛깔을 정할 수 없다. 그저 계절에 맞추어 물을 더 주고 가지치기하면서 도울 뿐이다. 그 과정을 통해 사과는 사과다워진다. 책에서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잔병치레의 역사를 '반려병'이라는 단어로 호칭합니다. 사실 저 반려병이란 말을 보고 묘하게 안심했습니다. 또 아파? 라는 말을 들을때의 찜찜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는 데리고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말을 들었을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게 있네요. 아무튼 반려병은 44호에도 소개했었죠. 건강은 자연스러운 상태, 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서 다시 들고왔습니다. 두 번째 문장 다시 회복할 수 없다면 만일 회복이 이상적으로 여겨진다면 계속 만성으로 남는 질병이나 죽음으로 결말나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어떻게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답은 회복보다 새롭게 되기, 에 초점을 맞추는 일인듯 싶다. 두 번째 문장이 들어있는 책은 언젠가 임경선 작가의 추천을 받아 기억해두었던 책입니다. 작가의 코멘트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몸이 많이 아팠던 독자라면 깊이 이해받고 있는 느낌"이 들 것이라 이야기했죠. 그런 한편 아직 선뜻 들 수 없는 책이라 고민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우리는 쉽게 "얼른 나으세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회복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저런 말이 더 괴롭게 들릴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회복되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리라 생각해서요. 이번에 제가 아픈 건 원인이 명확해서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불명확한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더라구요. 아픈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입장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그 마음에 공감하며 두 번째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문장 사실 우리는 모두 아픈 사람이다 아프다는 것은 취약하다는 것이며,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경험은 삶을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음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그것을 통해서 삶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게(혹은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는 현재 아프거나, 과거에 아팠거나, 미래에 아플 수 있으며, 혹은 아픈 몸을 돌보게 될 수 있다
세 번째 문장은 위에 소개한 아픈 몸을 살다의 감상문이기도 합니다. 감상문을 실은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어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아픈 사람이 될 가능성도, 아픈 사람을 돌볼 가능성도 많으며(아래 문장) 때로 그게 어쩔 수 없었음을 받아들여야(위 문장) 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장술사 혼자 살기 3개월차가 된 A님 "혼자 살기 시작한지 3개월째입니다! 집순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외롭더라고요. 학연, 지연, 혈연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 정말 똑!하고 떨어져서 일하는 중이라, 말할 사람도 회사 사람들 뿐이라는 게 참 슬퍼요! 코로나19 시국이라 새로 친구를 만드는 것도 애매하고요. 마지막 연애가 너무 환멸나는 연애였어서 다시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혼자 지내다보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요? 아님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문장도 좋아요!" 결국 담담함, 그리고 의연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태도다. 그리고 이 태도를 배우고 체득하려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잘 관통해야 한다.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 힘은, 오히려 연애를 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셈이다. -곽정은, [투모로우 에세이] 외로움에 담담해지기. 외로움에 당당해지기.
책에서 말하는 ‘1%의 외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은, 아니 어쩌면 한 번쯤은 털어놓고 싶은 그런 외로움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속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말하지 못하고 고여 있던 외로움을 쓰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다만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외로움, 아니 외로움이 아닌 다른 감정이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써보는 계기를 만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당신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열매들을 맺어 나갈 때, 당신 곁은 좋은 사람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외로움을 기꺼이 경험하는 사람만이, 외로움에 굴복하지 않는 삶을 사는 법이랍니다.
안녕하세요, A님. 낯선 곳에서 혼자 계속 보내신다니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혹시 명절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뵐 수 있는 기회가 되셨길,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 적어도 연휴때 잘 챙겨먹으셨길 바랍니다. 제가 고른 문장은 외로움을 "대면"하는 것에 대한 문장이에요. 사실 지난 호 문장술사를 준비하면서 곽정은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분이야말로 "외로움"을 대면할 것을 주문하더라구요. 그 중 괜찮은 문장들을 골라왔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외로움을 씁니다"라는 책을 낸 김형석 저자와의 인터뷰였어요. 개인적으로 인터뷰 글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써보라는 주문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지금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그 시간을 오롯이 A님을 위해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저자가 당부한 것처럼 글을 써보기도 하고, 아니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볼 수 있길 바라면서요. 그러다보면 천천히 좋은 사람을 둘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때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실 수 있는 만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가족때문에 고민이 많은 B님 아빠가 너무 싫을 때, 가족이 너무 싫을때. 나는 이제 언제든 도망가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안함도 죄책감도 느낄 필요 없이, 도망가도 괜찮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 네가 없어도 엄마, 아빠는 잘 살아. 그러니까 고통스러울 때, 언제든 도망가렴. 그래도 괜찮단다. 내 안의 작은 아이야. -늘그니, 엄마와 연락 끊고 일상이 가벼워졌다(한겨레 칼럼) 가족이라도 미워해도 괜찮아요. 가족이라고 모든 나쁜점을 다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안녕하세요, 짧은 문장에서 먹먹함이 느껴져 문장을 고를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B님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해 더 고민이 컸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가족과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문장은 고르지 않았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할 것 같고요, 사실 저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말을 들으면 거기서 더 많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스스로를 가족들과 떼어놓아도 괜찮다는 문장을 골랐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가 컸던 상황에서 연락을 끊어본 칼럼니스트의 문장을 골랐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내내 가족과의 관계가 불편했던 20대 인터뷰이의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떨어져있어서 좋은 사이는 굳이 친구가 아니라 가족 사이에 해당할 때도 있습니다. 독립이 어려우신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자극에서 스스로를 보호하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으시기를"(오은영 박사의 칼럼에서 인용) 바랍니다. 독자 후기 안녕하세요! 일요일 밤마다, 잠들기 전 출근 생각하며 읽곤 했던 뉴스레터를 영국워홀 온 지금도 찾아보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매주 발행해주시는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곳에서 문장줍기 뉴스레터를 읽는 요즘, 눈길이 가고 마음가는 문장이 회사다닐 때와 달라진 것 같아서 신기합니다. 물론 읽고나면 한층 따뜻하고 포근해진 기분은 그대로구요! 락다운 된 이곳에서 삼시세끼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지라 이번 호에서 와닿는 문장도 많았고, '집밥'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만의 정의도 만들어보았네요. "집밥을 지어먹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 밥상을 차리면서 나를 먹여살린 누군가의 노고를 깨닫는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내일 엄마에게 영상통화 해야겠어요. 이번주도 감사합니다 :) p.s. 회사 다니던 시절, 일요일 교보문고에 가서 '일꾼의 말'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월요일 출근할 힘이 생겼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책이었는데 문장줍기 뉴스레터에서 보니 반가웠습니다. 영국 워홀중이시군요. 영국 락다운 상황은 괜찮으신지, 그 상황에서 세 끼를 만들어먹는다니 대단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영상통화는 잘 하셨을지 싶어집니다. 또 일꾼의 말도 좋아해주셔서 반가웠어요. 교보문고에 앉아 일꾼의 말을 읽는 독자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독자님이 월요일 출근할 기운을 받았던 문장은 어떤 부분일지 궁금해지네요. 오늘 제가 건넨 문장 어딘가에도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마감 후기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필요한 문장을 추천받고 싶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