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지난 한 주는 하늘이 정말 맑지 않았나요?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날씨였어요. 파란 하늘은 대문자 J도 P가 되게 한다…⭐ 아무튼 그날은 일찍 회사를 나서 따릉이를 빌려 탈까 고민하다 결국 인천(본가)으로 향했어요. 평소에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 피곤하기만 했는데, 그날은 신기하게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날씨의 힘이 이렇게 크다니. 매일 화창했으면 좋겠어요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인생의 굴곡들을 말하라면 말 못할 사람이 있을까요? 살면서 한번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제게도 그런 큰 굴곡들이 있었고요. 다투기만 하면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찾아 시골 밤길을 헤매기도 하고, 마음의 문제로 상담을 받기도 하고, 엄마의 암 투병으로 휴학계를 내고 병원과 집만 오가던 때도 있었거든요. 또 요즘은 많은 일들에 지치기도, 관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면서 작은 굴곡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구독자님에게는 어떤 굴곡이 있었나요? 그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혹은 지금 어떻게 이겨내고 계세요?

아무도 내 생명을

빼앗지 못해요

암과 전쟁을 치렀어요.

암세포들이 나를 죽이려 24시간 저격해요.

쉬지도 않네요. 구석구석 틈을 노리며 침투해요.

그사이 수많은 생각도 나를 찔러요.

아프고, 고통스럽고,

나는 또 참고, 버텨요.

몸은 퉁퉁 붓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까지 떨어지고,

암은 높이를 알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높이까지

나를 끌고 올라가 그냥 바닥에

'툭' 하고 던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나는 그대로 떨어질 수밖에요.

온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거란

생각만 가득해요.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해요.

그럼에도 나는 살아있어요.

살려고 발버둥쳐요.

오늘 소개한 책에는 살고 싶지 않은 순간들, 살아있는 게 고통인 순간들을 이겨낸 방송인 겸 작가 서정희씨의 솔직한 고백들이 담겨있는데요. 슬쩍 훑어만 봤을 땐 그냥 예쁜 화보집 같아 보였는데,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보니 저자의 고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인생의 상처가 나란히 기록되어 있었어요. 그 두 페이지의 온도차에 괜히 마음이 더 먹먹해지더라고요. 손끝에 생채기 한번 나본 적 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을 것 같은데, 그간 아버지의 부재, 이혼, 암 투병과 같은 아픔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그 비밀을 이곳에서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존 번연의 꿈을 꾸기로 했다”고 해요.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 햇빛이 비치는 산을 넘고 천성을 향해 가는 꿈을요. 인생이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대신, 오히려 자신이 천로역정의 지도 한가운데 서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서정희의 천로역정”과 같아요. 전도자와 함께 순례의 길을 걸었던 천로역정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과, 하나님을 의지하며 숱한 난관을 헤쳐가는 저자의 고백이 서로 닮아 있습니다.

“내게 제일 큰 힘과 용기를 주는 분은 하나님이에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힘으로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요. 만약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을 거예요.”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들고 아픈 일들이 많아요. 그럴 때 기도의 자리로 가요. 새벽기도 하고 오면 모든 게 달라져요. 모든 것이요. 자꾸 미소가 지어져요.”

“주님의 손길이 느껴져요. 기쁨이 오니까요. 걱정이 없어지니까요. 두려움이 없어져요. 무너졌던 나의 마음을 다시 세워주세요.”

이것이 사람들이 “서정희는 이제 끝났다”고 말할 만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저자가 행복과 감사를 놓치지 않았던 비밀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산 위에 올라 집에서 싸 온 사과랑 옥수수를 꺼내 먹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다시 꽃을 꽂기 시작하고, 하고 싶었던 건축 디자인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취미를 찾고, 오늘도 살아서 하나님 품에 안겨 수다를 떠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저자는 “살아 있길 잘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천국은 어떤 장소(Kingdom of heaven)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현장(Kingdom of God)임을 보게 됐어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종종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날 때 “빨리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 역시 하나님께 그런 간청을 한 적이 있고요. 그런데 “고통 끝, 평안 시작”의 터닝 포인트는 죽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동행에 있다는 걸 다시금 확신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곳이란다. 여전히 아프고 슬픈 일이 있지만 행복과 기쁨이 여전히 있는 걸.” 마치 이 찬양 가사처럼요. 오늘 제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 역시 그 진리 덕분이겠지요.

구독자님,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을 때, 구독자님을 안고 걸어가시는 하나님을 그려보세요. 그 품 안에서 안전함을 느껴보세요. 그때, 턱턱 막히던 숨이 쉬어지고, 캄캄하던 눈앞이 밝아지고, 일상이 회복되고, 잃어버렸던 행복과 감사를 되찾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