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안 좋은 날이 좋은 날 (문학동네시인선 256)
저자 박판식 | 130*224 | 무선 | 시 | 120쪽 | 979-11-416-2560-3ㅣ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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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판식 시인과의 미니인터뷰

1. 박판식 시인님께서 사 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과 함께 소회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저는 제 시집을 거의 십 년 단위로 묶다보니 이번 네번째 시집에 사 년 만에 묶여 나오게 되어 무슨 일인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갑자기 창작력이 폭발한 것은 아니고요. 긴 시간을 두고 발표는 했지만 시집에는 넣지 않은 몇 편의 시들과, 마치 시의 환유의 원리처럼 세상도 환유의 원리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고 쓴 시편들을 묶어서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석계(월계)에 있는 광운대에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고 월곶(배곧)을 지나가면 있는 인천 송도의 인천대에서는 서해대교와 서해가 보입니다. 그것은 또 인천과 속초와 서울과 부산으로 대비되는 저의 길다 하면 긴 인생의 대비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가지 않은 길과 이미 가본 길이 서로 거울로 비춰보는 느낌 같습니다.

 

2. 시집의 제목인 ‘안 좋은 날이 좋은 날’은 동명의 시(표제작)도 있고, 「지금 막」에서는 “외래 강사 대기실”의 “공용 책상 서랍 안 구겨진 영수증에” 적혀 있던 문장으로도 등장합니다. 이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셨는지, 어떻게 제목으로 결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보다 먼저 와 있던 책상과 의자와 서랍, 저보다 먼저 강사생활을 한 선배들의 체취가 있는 공간이 외래 강사 대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앉아서 도시락 먹고 커피 마시고 다른 학과 강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인생이 참 별거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편안한 기분을 자주 느꼈습니다. 그곳을 먼저 다녀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짧고 간단한 충고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3. “인생은 끝이 없다, 그때까지 잘 지내렴 보고 싶은 율리우스야”라는 문장으로 시집을 열어주셨는데요. 그후 인생이라는 시어는 무수히 등장합니다.(“인생이라는 얇은 바다” “인생은 우리를 씻어주고 있다” “인생 중독자” “바뀐 것 하나 없어도 인생이 달라질 때가 있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인생을 먹어치워야 하는 병이기에”……) 전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에선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시어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생이 재미있고 무섭고 때로는 지긋지긋한 게임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루마불’ 게임이라는 것을 하려고 동네 아이들이 어느 집으로 몰려가는데 저는 초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 게임이 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만 빼고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한다는 사실이 일깨워준 좋은 감각을 지금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때로는 지옥과도 같은 인생의 곳곳에서 진지하게 그 게임들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런 꼴로 살고 있는 저를) 조금 거리를 두고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내려놓을 것은 얼른 내려놓고 때로는 메야할 것이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어깨에 올려놓고 가야할 곳까지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되도록이면 최대한 가볍고 시원하게……

 

4. 이번 시집에서 특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도 같이 들려주세요.

 

한 편을 고르기는 어렵네요. 몇몇 중요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이 쓴 시들이 생각납니다. 「마음의 편지」나 「대구」 「큰일 같은 작은 일」 그리고 「용을 찾아서」 같은 시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저에게 쓰는 편지인 「빈곤미」나 「배롱나무」 같은 시들도 생각이 나네요. 결국 수신자가 받든 못 받든 저는 열심히 써서 부치고 있네요.

 

5. 마지막 시는 「배롱나무」입니다.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입니다. 시집에는 아기 부처부터 하느님과 여신까지 다양한 오컬트적 존재가 생활의 풍경 가운데 등장하는데요. 시에 그들을 초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인한 감각인지 궁금합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저는 <심슨 가족>보다는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 재미있습니다. 가까운 누군가가 좋아하여 관심을 갖고 보니 ‘스누피’의 일화들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가끔은 있겠지만 만화의 세계를 끌어내려 내 삶의 곳곳에서 작동하게 하는 유치함이 저에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시집을 내고 나면 가족과 함께 저 시의 배경이 되었던 1번 마을버스 종점으로 가서 그때 냇가에서 모래 뜨고 물고기와 장난치며 놀았던 기분을 새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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