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연구자 임지원 선생님과의 대화

모두가 큰 문제인 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 현상을 ‘방 안의 코끼리’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이 시대의 ‘방 안의 코끼리’인 기후위기와 관련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식탁 앞으로 모시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나날의 희로애락을 함께 밥을 나눠먹는 것으로 얼마간 달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식탁 위의 코끼리’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엄살원’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습니다.


1화:
빛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 ➁

<오늘의 메뉴>

두유 크림 파스타와 두 가지 크로켓


오늘의 손님: 임지원

영문학 연구자. 문학을 경유해 환경 인문학과 대중문화 속 동물 윤리를 연구한다. 최근의 관심사는 생태 서사의 계보를 추적하는 작업. 강의와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으며, 대표작은 <엔딩의 발견>*과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서울에 대해 계속 쓰고 싶어 한다.


*<엔딩의 발견>, 짐리원, 과학동아 2024년 3월호, 143-149쪽.

*<올림픽공원 산책지침>, 짐리원,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산책하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레: 선생님이 강의랑 연구를 주로 하시지만, 창작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감사하게도 직접 쓰신 소설 두 편을 알려주셔서 저희가 다같이 읽어볼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선생님이 쓰신 두 소설 <올림픽공원 산책지침>과 <엔딩의 발견>에 대해 얘기 나눠보면 어떨까 합니다. 모두 날씨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소설들이었어요. 추위와 더위, 온도와 불빛 같은 것들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선생님이 평소에 날씨를 섬세하게 감각하시는 편인지 궁금했어요.
 

지원: 뭔가 날씨를 기록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너무 변하니까. 저는 날씨에 엄청 영향을 많이 받긴 해요. 그리고 날씨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 다음에는 매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상하지 않나 이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그걸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그리고 환경에 관련된 소설이 꼭 모두가 멸망한 미래에서 사막을 혼자 떠도는 그런 얘기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있었던 6월의 예쁜 비라던가, 이런 날씨와 일상적 행복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야독: 사랑하는 마음 좋은 것 같아요.

지원: 맞아요. 사실 공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이 지킬 게 있어야 세지잖아요.

야독: 저희가 전에 얘기했던 게 노스탤지어가 환경 운동의 주요 감정이 되면 어떻겠는가? 라는 거였어요. 그것도 일종의 좋아했던 것, 사랑했던 것에 대한 기억이잖아요. 그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원: 맞아요. 노스탤지어는 보통 과거 지향적이고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 되잖아요. 근데 전혀 다르게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요. 미래지향적 노스탤지어? 전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각해보면 되게 따뜻한 감정이고 이렇게 날씨가 매년 변해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잘 하면 행동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영이: 선생님이 쓰신 소설들이 전부 SF 장르잖아요. 수업에서도 SF 좋아하신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SF 소설을 좋아하시고 또 쓰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지원: 저는 환상적 장치가 있는 이야기가 재밌다고 생각해요. 근데 '여기서 이거 하나가 바뀐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SF로 가잖아요. 그래서 SF를 쓰는 것 같아요. 사실 전 읽는 건 판타지를 진짜 좋아해요. 하지만 그 정도로 강하게 상상할 힘이 저한테 없어요. 저는 판타지는 그 가상의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그런 게 없어서 SF로만 쓰고 있어요.

야독: 그런가요? 저는 SF, 특히 미국이나 서양권 SF는 그 누구보다 세계관에 진심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원: 그런 면도 있는데, 다른 계열도 있거든요. 저는 이렇게! 하나 바꾸는 걸 좋아해요.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든지 아니면 스페이스 에픽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 하나 약간 바꾸는 거 있잖아요.

야독: 일상적인 소재에서 약간 비트는? 우리나라 SF가 그런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지원: 네, 맞아요, 맞아요. 그 과정에서 일상의 기쁨에 대해서 얘기할 틈이 많은 느낌? 저는 그걸 되게 좋아해요. 


야독: 선생님은 좋아하는 SF 소설가 있으세요?

지원: SF 소설가는 아니지만, 저는 톨킨을 진짜 좋아해요. 이번에 학부 수업에서도 톨킨을 다뤘는데, <반지의 제왕>에서 제일 나쁜 놈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아세요? 나무 베는 놈들이에요! (웃음) 그리고 어떤 곳이 좋다는 걸 묘사할 때, ‘그곳은 나무가 많았다’ 이렇게 말해요. 제일 나쁜 놈들, 마지막에 악당들이 하는 짓 중에서 주인공이 가장 충격받는 게 '우리 집 앞 나무를 베었다'는 거예요. 그런 면이 있는 소설이라서 되게 좋아해요.

야독: 거기서 왜 나무 베는 게 그렇게 나쁜 행위로 묘사되는 거예요?


지원: 톨킨이 개인적인 에세이에서 자기가 어렸을 때 생긴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장 만든다고 나무 벨 때의 그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해요.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인 것 같아요.

야독: 자기가 나무랑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느꼈던 걸까요?

지원: 나무가 있는 곳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세계관 만들 때도 그게 많이 반영된 것 같고요. 톨킨인지, 톨킨에 대한 글을 쓴 비평가가 한 말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도 그들의 편에 서 있지 않기 때문에, I will stand on the side of the trees(내가 나무들의 편에 서겠다.)"라는 말을 했어요. 근데 저는 이게 너무 기억에 남았어요. On the side of the trees. 나무의 편에 서겠다.


야독: 자연에 속하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왜 하필 나무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까요?

지원: 나무가 실제로 사람한테 좋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연 중에 인간한테 좋은 걸 인간이 좋아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 판단이 그렇게 크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무는 나쁜 점이 거의 없고 좋은 점만 있잖아요.


야독: 아낌없이 주는 나무?


지원: 맞아요! <Mini Forest Revolution(작은 숲 혁명)>이란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일본에서 어떤 사람이 발명한, 되게 짧은 시간 안에 숲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책이에요. 그 책에서는 단순한 나무의 연속과 숲은 다르다고 하는데요, 되게 작은 것도 숲이라고 해요.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안 보이면 숲이라고 한다더라고요. 그렇게 각 지역에서 숲을 만드는데, 외래종을 심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재밌는 게 옛날 문헌이랑 어르신들 증언 같은 걸 연구해서 여기 원래 있던 나무들, 자생식물들만 심어서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던 숲을 재현하는 거예요. 


한 번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무 심기를 시작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해요. 자기가 어릴 때는 나무가 많았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너무 그립다는 거예요. 노스탤지어죠. 그래서 작은 숲을 만들었고, 실제로 생태계를 많이 개선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학교 안에다 숲을 만들기도 했대요. 그래서 저도 교수가 되면 제일 하고 싶은 게, 한 서너 명 정도의 팀을 가지고 숲을 만드는 거예요. 수업을 하면서 같이 나무를 심어보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손이 많이 갈 것 같긴 하지만, 너무너무너무너무 해보고 싶어요. 의외로 돈도 그렇게 많이 안 들어서 한 몇천만 원 선에서 할 수 있대요. 그러니까 어디 한 군데서만 펀딩 받을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죠.

야독: 어렸을 때 비슷한 걸 학교에서 해본 것 같긴 해요. 식물 심고 관찰일지 쓰는 거?

지원: 맞아요. 너무 멋진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죽을 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난 죽기 전에 나무를 심었어!’ 약간 이런 느낌 있잖아요! (웃음) 나는 숲을 남겼다! 제일 멋있어.


이레: 소설 얘기로 돌아오면, 저는 선생님이 쓰신 두 소설의 공통점도 눈에 띄었어요. <엔딩의 발견>과 <올림픽공원 산책지침> 모두 주인공이 어떤 미지의 시공간에서 튀어나온 알 수 없는 존재와 관계를 맺고, 산책을 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특정한 종류의 만남과 산책을 설정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지원: 산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산책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산책할 수 있는 날짜가 줄어드는 게 너무 싫었구요. 


이레: 산책 없는 세상은 싫어...!


야독: 산책이 어떤 면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지원: ‘기분 좋음’을 준다는 거? 그리고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에너지를 많이 쓰지도 않고, 하지만 행복도는 높고. 아, 투자 대비 효용이 아주 좋다.

야독: 맞아요. 우울할 때 나가서 공원 산책하고 그러면 환기되는 느낌이 있어요.

지원: 산책할 수 있는 날짜가 점점 제한되면, 인간이 더 불행해질 것 같고 그런 거 있잖아요. 저는 그런 단순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갔을 때 날씨가 항상 좋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을 해요. 산책이랑 자전거 타는 일이 인생의 행복도를 상향시킨다고 생각해요. 진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산책하면 되게 날씨에 민감해져요. 기온이 28도 이렇게 넘어가면 ‘아앗…! 이 이상은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 뭔가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산책이라는 행위 자체가 세계에 굉장히 의존하는 행위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호의와 일상을 이루는 모든 게 무너지면 안 된다는 감각을 주는 거죠. 


야독: 근데 저는 미국에 있었을 때 산책하기가 되게 어려운 환경이라고 느꼈어요.

지원: 저도요. 저 한 번 피츠버그에서 혼자 산책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나가서 걷는데 길에 저밖에 없는 거예요. 자동차랑 저밖에 없는 거죠.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진짜 오래 걸려요. 미국은 완전 자동차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요.

영이: 진짜 개인 차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지원: 커피점에도 갈 수가 없고 산책하는 곳에 가려고 해도 그곳까지 차를 타고 가야 돼요.

야독: 거기다가 안전하지 않아. 노숙자들도 있고, 혹시 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산책은 굉장히 안정된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거네요.


지원: 예전에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되게 유명한 책을 본 적이 있어요. 도시학도 은근히 환경이랑 관련이 많거든요. 거기서도 얘기했던 게 산책에 필요한 엄청나게 많은 조건들. 사회적이면서 환경적인 조건들 있잖아요. 건축적이면서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인 조건이 있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산책할 수 있다는 건 되게 많은 게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 같아요. 미국은 진짜 산책할 수 없어요.

야독: 가장 일상적인 것에 가장 많은 조건이 필요하네요.

지원: 가장 일상적인 게 가장 어려운 거죠.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갖는 공포의 핵심도 그런 것 같아요.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레: 도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소설 끝에 실린 작가 소개에서도 서울과 기후위기에 대해 계속 쓰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도시로서 서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원: 전 서울을 정말 사랑해요. 사실 저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어요. 전 태어난 곳에 대한 애착이 되게 강한 사람이라서. (웃음) 일단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인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강이 가운데에 크게 있잖아요. 이것도 너무 좋은 점이고. 강이 그렇게 있지 않으면 자전거 타기가 되게 어려워요. 왜냐면 강 따라서 자전거를 타면 평지에다가 길도 잘 되어 있는 곳에서 달릴 수 있잖아요. 근데 피츠버그 같은 경우는 산지이고 강이 도시의 끝에 있어서 거기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자전거 타기가 진짜 어려웠어요. 저는 미국에 있으면서 서울이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나고 자란 곳인데 내가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 줄 것인가 이런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이레: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의 ‘작가의 말’에서도 이 소설이 무엇보다 ‘사랑 얘기’라고 써주신 게 떠오르네요.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선생님의 소설들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선생님 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엔딩의 발견>에서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 우리는 그 빛을 잊을 수 없게 되고, 잊을 수 없는 빛은 하나하나 그리움으로 남게 되며, 어쨌든 최종적으로 마음을 조금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소설에는 ‘빛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라는 구절도 등장해요.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원: 그건 저한테는 ‘산책하려고 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문제가 많더라도 이 도시를 포기하기 싫은 거죠. 사람도 살고 또 환경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에요. 되게 깊이 들어가죠. 물론 그 말을 쓸 때는 약간 에엥~🙄 이런 상태였지만.(웃음)

말도 안 되는 해피 엔딩


이레: 지금까지 얘기를 듣다 보니까, 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려면 굉장한 자원이 있고 원동력이 있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되게 건강해야 될 것 같고, 이걸 회피하지 않고 너무 많은 걱정이나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선생님의 원동력이 있으세요?

지원: 없어요. (웃음) 아니,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 아침에 일어날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멘탈이 정말 강해져야겠구나, 이런 생각. 근데 원래 인간은 근거 없는 에너지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 시기에 저 진짜 절망스러웠는데, 그때 드라마 <체르노빌> 있잖아요. 그거를 봤거든요. 혹시 보셨어요?


영이: 전 조금 봤어요.

지원: 그 드라마 3~4화 정도에서 진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어요. 원자력 발전소 안이 이제 다 오염된 물에 잠긴 거예요. 누군가 그 안에 들어가서  밸브를 잠그고 나와야 하는데, 안에 불도 없어서 거기 지리를 이미 아는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근데 들어가면 거의 죽어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때 한 장군이 와가지고 (스포 - 이 장군도 나중에 이때 얻은 병으로 엄청 일찍 죽어요.) 엄청난 연설을 했는데, 그게 저한테 하는 말로 들렸어요. 뭐냐면 "Every generation must know its suffering."(모든 세대는 자신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게 너희의 suffering(고통)이다. 그러니까 ‘이 물에 뛰어들어라’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때 느낀 게 모든 세대가 진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 고통이 있었겠구나, 그리고 우리 시대의 문제는 이거고 그래서 징징거리지 말고 어떻게든 그것과 마주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야독: 우와, 엄청 용기 있는 말인 거 같아요.

지원: 그렇죠. 너무 멋있지 않아요? Every generation must know its suffering. 저는 그 말 아직도 생각 되게 많이 해요.

야독: 다른 나라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세대 간 갈등이 심하잖아요. 윗 세대들은 아무 고생도 하지 않고 우리에게 모든 걸 떠넘겼다고 하고.

지원: “너가 꿀 빨았다, 꿀 빨았다” 이러면서 엄청 싸우잖아요.

야독: 근데 생각해 보면 저희 전 세대는 민주화라는 과제가 있었고, 그 전에는 산업화라는 과제가 있었고, 또 전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지원: 맞아요. 다들 엄청 suffering(고통)이 있었어요. 그래서 비교할 게 아니라 환경 문제가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어떤 시대는 기근이 과제였고, 또 여러 문제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영이: 그럼 환경 문제가 우리 윗세대가 만든 것의 결과물이고, 우리가 마주해야 할 시대의 과제라면 여기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지원: 어떻게 대처할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결정한 게 우리의 suffering(고통)인 건 맞는데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진짜 최후의 최후까지 몰려도 항상 결정의 여지는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과거를 뒤집을 수 없어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항상 남아 있잖아요.

야독: 어디서 봤는데 옛날 사람들은 공감의 폭이 굉장히 넓었대요. 그래서 한 100년 뒤의 자손들을 위해서 나무를 심고 그걸 가꾸고 이랬다는 거예요. 공감의 스펙트럼이 완전 저 밑으로까지 내려가는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한테도 공감하기 어렵고. 근데 어떻게 100년 뒤에 어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공감을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원: 그런 거 있지 않아요? 만약에 60살이 돼서 죽는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근데 죽을 때 주변의 세상이 무너져가고 있는 거랑, 다들 그냥 잘 놀고 있는 거랑 기분이 되게 다를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도 100년 후에 사람에는 공감 못하겠지만요.

야독: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일 같아요.

지원: 맞아요. 근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야독: 저는 차라리 60년 뒤에 나에게 공감해보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 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도 60년 뒤에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라 보다 널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이렇게요.


지원: 맞아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살고 죽을 거 아니잖아요. 자기를 위해 하는 거, 저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꿈이 하나 있는데 한 60살쯤 됐을 때요, 할머니가 돼서 "아이구 옛날엔  환경 관련 과목도 있었는데~~~"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웃음)  "난 진짜 세상이 망하는 줄 알았어!!" 이런 말하고 싶어요.


영이: 생색 좀 내고. (웃음)


이레: 내 덕분인 줄 알아~!


야독: 그럼 선생님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시는 편이세요?


지원: 저는 그래야 된다라고 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낙관적이어야 된다. 아니면 힘드니까. 저는 비관주의에 빠져 있는 걸 잘 못해요. 빠져 있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침대에서 못 나와요. (웃음) 비관하면서 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시니컬하면서도 잘 사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왠지 그건 못하겠어요. 가짜로라도,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아요?

아, 정말 희망적인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아까 <체르노빌>의 그 장면에서 발전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서른 명 넘게 있었어요. 근데 장군은 딱 세 명만 들어가라고 해요. 공동체 속에서 어떤 개인이 나서야 되는 상황인거죠. 각자도생이 되기 쉬운 순간에 공동체에 대한 이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세 명의 지원자가 나서서 오염된 발전소 안에 들어가요. 그리고 여기서 진짜 좋은 결말이 뭐냐면, 거기서 일하거나 처리 작업했던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다 되게 빨리 죽었는데, 이때 발전소 안에 들어갔던 세 명은 엄청 오래 살았어요. 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야독: 제일 위험한 데 들어갔는데도요?

지원: 네. 그래서 뭔가 Mercy(은총)가 있긴 하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얘기가 진짜 좋아요.

야독: 해피엔딩이다. 


지원: 말도 안 되는 해피엔딩.


부록 1.
레시피

두유크림파스타

재료: 무첨가 두유, 느타리 버섯, 브로콜리, 편마늘, 두부 한 모


  1. 재료를 준비한다. 편마늘을 썰고, 느타리버섯을 손으로 찢어준다. 브로콜리는 식초를 넣은 물에 15분간 넣어놓고 깨끗하게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여기에 양파나 시금치 등의 야채를 추가해도 좋다.
  2. 면수에 소금을 소량 넣고 면을 삶는다.
  3. 팬에 마늘을 넣고 중약불로 볶는다.
  4. 믹서기에 무첨가 두유 100ml를 두부 한 모와 함께 갈아준다.
  5. 팬에 브로콜리와 버섯을 넣고 볶은 뒤, 두유와 두부 간 것을 넣고 졸인다.
  6. 면과 면수를 넣고 5분 정도 더 익힌다. 후추와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한다.

단호박(감자) 크로켓

재료: 단호박 1개(감자 4-5개), 밀가루 1컵(200ml), 물 1.5컵, 소금, 후추, 파슬리가루, 식용유


  1. 단호박(/감자)을 4등분으로 잘라 찜기에 넣고 10분간 찐다. 이후 칼로 껍질을 벗긴다.
  2. 단호박을 포크로 으깨고,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를 넣어 섞어준다.
  3. 으깬 단호박을 한 입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경단처럼 동그랗게 빚어준다.
  4. 밀가루 1컵에 물1.5컵을 섞어 풀을 만들고, 빵가루를 준비한다.
  5. 단호박 경단을 밀가루 풀과 빵가루에 굴린다.
  6. 기름에 튀기거나 겉면에 기름을 발라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10분간 구워준다.
  7. 간장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식초 2스푼을 넣고 간장 소스를 만들어 찍어먹는다.
부록 2. 환경에 대해 더 잘 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추천 도서 리스트

'제3세계 비교문학: 기후위기와 자연쓰기 전통'에서 다룬 책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자연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 속에서 우리가 아는 식의 환경 위기에 대한 관찰들이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알도 레오폴드, <모래 군의 열두 달>: 월든의 거울상. 자연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의 '센서빌리티'를 이용해서 환경 위기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는 작품.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환경 종말론를 처음 폭발적으로 대중화한 작품. 우리가 아는 세계를 구축한 글 중의 하나.
  • 엘리자베스 콜버트, <여섯번째 대멸종>: 환경 종말론의 레토릭을 끝까지 밀어붙인 아름답고 끔찍한 생태 현실 보고.
  • 앨런 와이즈먼, <인간 없는 세상>: 세상 없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함으로써 환경 종말론을 넘어서려는 시도.


임지원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언급된 책들


  • 폴 로버츠, <The End of Oil(석유의 종말)>: 에너지 문제에 대한 책. 저자 자신이 비관주의와 절망감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서술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도시계획에 대한 책으로, 도시생활과 산책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조건들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다. 
  • 전현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기후위기 시대의 교통에 대한 책.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를 환경적인 측면에 있어서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 제이슨 히켈, <적을수록 풍요롭다>: 탈성장(Degrowth)에 대한 책. 경제성장의 지표들과 인간의 행복도가 특정한 수준까지는 비례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어가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들어, ‘끊임없는 경제성장’ 대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또 다른 미래를 제시한다. 
  • 한나 루이스, <Mini Forest Revolution(작은 숲 혁명)>: 짧은 시간 안에 각 지역의 자생식물들로 꾸려진 작은 숲을 조성할 수 있는 미야와키 방식(Miyawaki method)을 다룬 책. 기후위기 시대의 절망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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