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여행법
요니      "코감기를 조심하세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한우물클럽의 첫 레터를 쓰게 되어 기쁘면서 긴장되는 마음입니다. 여러 레터를 쓰면서 제가 좋아하는 주제들을 언뜻언뜻 보여드리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우물 중 하나인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중국과의 인연은 대학 휴학 시절 중국어 기초반 학원을 등록하면서부터 시작했어요. 별다른 이유 없이 배우기 시작한 중국어가 생각보다 잘 맞았고, 그 인연으로 학교 프로그램과 어학연수로 상하이, 베이징에 몇 달씩 살았습니다. 덕분에 커리어 초반에는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여러 도시로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중국의 언어와 문화는 저에겐 참 재밌게 느껴집니다. 언어의 특성 때문일지, 사람들의 성질일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언행이 굉장히 직선적이거든요. 그 덕분에 내향적이고 소심했던 저도 중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자아를 꺼내 쓸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막무가내로 느껴질 수 있는 언어와 사람의 모습들이 문화로 쌓이고 장소에 드러나기 때문에 중국 여행의 재미가 훨씬 커지는 것 같아요.


중국은 스펙트럼이 참 넓은 나라에요. 지역마다 말도 문화도 다 다르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전혀 다른 장면들이 공존하거든요. 그런 일상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어 여행으로 중국에 방문할 때마다 문화를 느끼고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코스를 하나씩 집어넣곤 해요.


중국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많은 분이 중국을 여행지로 고려하고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여행자의 관점에서 중국 로컬 라이프를 찍먹해볼 수 있는 여행법을 소개해 볼게요.

1. 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춤을 추자
2. 거리에서 아침 사 먹기
3. 곤충 시장 탐험
4. 자전거 타고 도로 누비기
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춤을 추자

최근에 엄마와 이모들을 모시고 간 상하이 여행에서 저희 엄마가 중국 아주머니들로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아침에 공원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아주머니들의 검무가 굉장히 인상 깊어서 한참 구경했거든요. 엄마가 보기에 비슷한 연배에 몸집도 작은 여성들이 큰 칼을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몸사위가 멋졌나 봐요. 한동안 집중해서 쳐다보다가 그 대열의 뒤에서 움직임을 따라 했습니다. 그러자 공연을 마친 중년 여성 검무단이 엄마에게 다가와서 같이 연습해 보지 않겠냐며 핸드폰을 내밀며 합류 제안을 하더군요. 당황한 엄마는 “한궈런 (한국 사람이에요)” 하고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벗어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한번 함께 어울려 봤어도 꽤 재밌었을 것 같아 조금 아쉽네요.


이 에피소드처럼 중국의 길 위에선 사람들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하는 광경을 많이 목격하게 돼요. 대학교 기숙사에 살던 시절, 아침 7시면 벌써 캠퍼스 안 운동장에서 구보를 하거나 농구, 배드민턴 등 단체 구기 스포츠로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점심시간, 강의 사이 시간마다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 밖 공원의 풍경은 더욱 다채로워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태극권 동작을 연마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고,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바로 중국 스타일의 버스킹이로구나! 느끼게 됩니다.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게 중국 산책의 재미이기도 해요. 

공원의 광장무(广场舞) © 경향신문

공원의 광장무와 검무는 중국의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특히 유행하는 활동입니다. 마오쩌둥 집권기, 단체 생산활동과 돌봄노동을 통해 공동체 경험이 각인된 세대들이 사람들과 함께 즐길 거리를 찾아 길거리로 나와 형성된 문화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틱톡 등 SNS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콘텐츠의 일환으로 광장에서의 활동이 부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의 공원에선 태극권, 검무, 춤, 체조, 합창과 같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운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장면들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엔 약수터가 있다면 중국엔 공원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신체 활동과 생활 예술이 피어나는 공간인 거죠. 

이처럼 길 위 공공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대부분 자발적입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혹은 동네와 공원 단위로 사람들이 모여서 루틴을 만들어요.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신체 활동이 중국인의 생활 레이어 속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는 기본 요소처럼 느껴집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가까이 있고, 그 공간이 항상 열려 있으며, 함께 할 사람이 늘 있죠. 

국가 차원에서도 대중 체육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15분 도보권 내 피트니스 시설 커버리지' 같은 목표를 제시하며 지자체가 공공시설이나 체육 시설을 확충하도록 권고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책을 통해 활동 공간이 생활 반경 안에 자리하게 됩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절대적으로 운동을 더 많이 하는 사회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중국에서는 운동이 실내에 머무르기보다 공원과 캠퍼스, 길 위 같은 공공의 공간으로 드러나 있으며, 전 연령에 걸쳐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체 활동으로 즐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의 이런 활동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느껴집니다. 아침마다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캠퍼스 운동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 산책하듯 태극권 동작을 이어가는 노년의 몸들. 이런 장면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중국에서는 신체 활동이 하나의 취미라기보다 일상의 배경처럼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실전 여행법!

  • 대학 캠퍼스를 찾아보세요. 대부분 외부인에게 열려있습니다. 운동하기 편한 복장이면 더 좋겠죠?
  •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한 마디 던져봅니다: “可以一起吗?”(커이이치마? , 같이 해도 돼요?)
  • 농구는 1:1보다 슛 연습하거나 리바운드 도와주기부터 시작하면 어색함이 훨씬 덜하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 공원에 가서 여러 활동을 관찰합니다.
  • 태극권이나 검무는 동작이 정교해서 어려울 수 있으니, 뒤에서 1–2동작만 따라 해봐요.
  • 노래와 밴드 그룹은 참여 장벽이 낮아서 듣다가 박수 치고 옆에서 몸을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환영받는 경우가 많아요.
거리에서 아침 사 먹기

중국 생활을 하고 중국인 친구들이 생기면서, 친구들이 저에게 공통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요.


(1) 몸을 차갑게 하면 안된다. 차가운 술과 커피를 그만 마시고 양말을 꼭 신어라!

(2)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라!


90년대생인데도 제법 엄마 같은 대사 아닌가요? 중국 동년배들은 우리나라 할머니, 엄마들처럼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속을 든든히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길에서 3리터짜리 보온병과 아침거리를 양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중국의 아침은 집 식탁보다는 길 위에서 시작됩니다. 중국인들은 아침을 챙겨 먹는 편이지만, 그 방식은 집에서 차려 먹기보다 밖에서 사 먹는 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아침거리를 하나 들고 사무실로 향해, 자리에 앉아 간단히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길가의 만두가게 © 직접 촬영
시장의 요우티아오(油条) 좌판 © 직접 촬영

이른 아침 골목을 걷다 보면 불을 켜고 김을 올리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찐빵 찌는 냄새가 나고, 요우티아오(油条,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밀가루 빵)이 기름에서 건져지고, 두유의 향기가 은은하게 나고 있죠. 


중국의 아침은 대체로 포장하기 쉽고, 간단하지만 든든한 음식들이 많아요. 따뜻하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손에 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찐빵, 전병, 밀가루 튀김, 죽 등이죠. 사람들의 출근길과 등굣길의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손에 비닐봉지 하나 달랑 들고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중국의 아침 식사 시장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생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식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약 2.6조 위안 규모(한화로 약 500조 원 규모)인 것으로 전망될 정도입니다. 중국인의 90% 이상이 아침을 먹는 습관을 지니고 있고, 절반 이상은 일주일에 여러 번 아침을 외부에서 해결한다고 해요.


아침을 사 먹는 문화는 일부 도시의 트렌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매일 반복하는 생활의 기본 패턴이기에, 관광객으로 찾아간 도시에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아침을 사고 길에서 먹기도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던 거죠. 

중국의 아침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조찬중국>

새로운 여행지에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은, 역시 그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아침 식사 메뉴를 찾아 먹어보는 거예요. 중국의 북쪽 지역에서는 밀을 기반으로 한 만두, 면, 전병이 중심이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쌀을 기반으로 한 죽, 미펀, 쌀국수 같은 메뉴가 많이 등장합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식사를 해'라고 한 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침 식사가 존재해요. 중국의 지역별 아침 메뉴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조찬중국〉이 100편 넘게 제작될 정도로 아침 식사는 중국 문화 안에서도 지역성을 잘 보여주는 영역 중 하나에요.


여행할 때 보통 점심이나 저녁 외식을 거나하게 하고 아침은 거르기 쉽지만, 중국에서만큼은 아침 식사를 꼭 계획해 보시길 추천해요. 가격도 저렴하고, 간단하고, 든든하니까요!



💡 실전 여행법!

  •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지하철역이나 오피스 밀집 지역 주변을 걸어 다니며 작은 가게나 노점상을 탐색해 봅니다.

  •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줄 서 있는 가게를 따라 사 먹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 중국어 메뉴판이 부담스럽다면, 아침 전문 체인점(융허다왕, 永和大王)을 검색해 사진을 보고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 무엇을 먹든, 따뜻하고 열량이 충전되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곤충 시장 탐험

초여름 상하이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날은 자전거 가이드 투어에 손님이 저 혼자였어요. 투어 중간, 가이드가 불쑥 묻더군요. “혹시… 곤충 많이 무서워해요?” 조금 망설였지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가이드가 이끈 어느 골목에서 평범해 보이는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갔는데, 그 순간 귀가 먹먹해질 만큼 시끄러운 소리가 밀려왔어요. 공간을 온통 벌레 소리가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곤충 시장이었습니다. 안쪽에는 딱정벌레, 귀뚜라미, 여치 같은 곤충들이 투명한 플라스틱 함에 담겨 빼곡하게 놓여 있었어요. 관상용도 있고, 애완용도 있다고 했습니다. 곤충을 넣어 두는 조그만 자기 함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옥색, 청색, 백색까지 색과 크기가 다양했어요. 마치 찻잔이나 화분을 고르듯, 곤충과 그 집을 함께 고르는 풍경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몇 분이 시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면봉 같은 도구로 귀뚜라미의 더듬이를 건드려 보고 있더군요. 울음소리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꽤 진지해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살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요.


의외로 이런 소리는 곤충 시장 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중국의 찻집이나 작은 공방에 들어가 보면 어딘가에서 벌레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조그만 새장 같은 틀에 곤충을 넣어 걸어두는 인테리어는 중국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공간에 소리를 더하는 장식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뮬란에 등장하는 귀뚜라미 캐릭터 복동이 © Disney

중국인들의 생활 속 곤충 문화는 굉장히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엔 주인공 곁에 늘 따라다니는 감초 캐릭터가 있죠. 행운을 가져다주는 귀뚜라미 ‘복동이(Cri-Kee)’입니다. 이 설정은 중국 역사에서 귀뚜라미가 지닌 상징을 반영한 것이에요.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귀뚜라미를 애완동물처럼 키워 왔습니다. 크기, 색깔, 울음소리에 따라 개체를 구분하고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골라 집으로 데려갑니다. 기록에 따르면, 당나라 시기 궁중에서 비빈들이 귀뚜라미를 베개 옆에 두고 소리를 감상하던 풍습에서 유행이 시작되었고, 이후 민간으로 퍼져 일반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귀뚜라미함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귀뚜라미를 담는 그릇 또한 점차 장식성이 강화되며 하나의 공예품으로 발전합니다. 청나라 시기에는 상아, 옥, 비단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귀뚜라미함(蟋蟀盆)이 유행했고, 오늘날 박물관에서도 이 유물들을 종종 만날 수 있어요.


귀뚜라미를 기르고 싸움을 시키는 놀이는 송나라를 거쳐 명-청대에 크게 성행했습니다. 투실솔(斗蟋蟀)이라고 부르는 이 놀이는 도박으로 번지기도 해서 국가 차원에서 단속하던 역사도 있고, 지나친 집착으로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놀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중장년 남성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를 중계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로 소비되며, 시대에 맞게 형태를 바꿔 살아남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면, 어린 푸이 황제가 귀뚜라미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죠.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곤충은 징그러운 대상이나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감정과 의미가 투영된 존재였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곤충과 관련된 풍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흔적과 감성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 실전 여행법!

  • 벌레를 보는 게 괜찮다면, 화조어충 시장(花鸟鱼虫, 꽃·새·물고기·곤충을 함께 파는 시장)을 한 번쯤 찾아가 보세요.

  • 특히 중장년 남성들이 모여 있는 구역을 유심히 보면, 곤충을 고르는 방식과 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운이 좋으면 귀뚜라미 싸움을 구경할 수도 있어요.

  • 벌레를 직접 보는 게 어렵다면 괜찮습니다. 이후 중국 박물관에서 곤충 함이나 관련 유물을 마주쳤을 때 왜 이런 물건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이 될 거예요.

자전거 타고 도로 누비기

중국에 가면 항상 지키는 저만의 룰이 있습니다. 길을 건널 땐 횡단보도의 최대한 오른쪽에 선다. 왜냐구요? 한국의 질서정연한 신호등 체계와는 달리, 이상하게 중국에선 횡단보도 초록불이 켜져도 오토바이와 자전거, 자동차가 쌩쌩 밀고 들어오거든요... 혹시나 사고가 날까 봐 같이 건너는 다른 사람보다 더 오른쪽에 서서 이동하는 얌체 같은 짓을 하곤 합니다. 


중국의 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사람들의 이동 방식입니다. 자전거, 전동 스쿠터, 자동차, 보행자가 한 장면 안에 겹겹이 등장하죠. 8차선이 넘는 큰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는 순간 자동차와 이륜차, 보행자가 거의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해요. 처음엔 무질서해 보이지만, 각자가 어느 정도의 간격과 속도를 암묵적으로 조율하며 흘러갑니다. 규칙이 없는 것 같지만 나름의 합의가 축적된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요.

도로 풍경 © 직접 촬영

중국 도시의 도로에는 1차선 옆으로 비 자동차 차로가 따로 마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 오토바이가 함께 달리는 공간이에요. 한국처럼 자동차와 같은 차로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비하면 체감되는 긴장감이 훨씬 덜합니다. 속도가 비슷한 탈것끼리 묶여 있으니, 사고에 대한 두려움도 자연스럽게 낮아지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륜차 문화가 발달했을까요.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전기 오토바이를 많이 타왔고,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자토바이(자전거+오토바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일상적인 존재예요. 캠퍼스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죠. 여기에 1990년대 중반, 대도시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한 정책이 더해지며 전기 이륜차가 자연스럽게 대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길 위에는 이런 이동의 문화가 깔려 있었던 셈이에요.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어요. 길 위를 가득 메운 전동 스쿠터를 보며 저것도 빌려 탈 수 있나? 생각하기 쉬운데, 전동 스쿠터나 전기 오토바이는 중국 운전면허와 번호판 등록이 필수입니다. 사실상 관광객에게는 선택지가 아니에요. 그래서 외국인 여행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동 수단은 여전히 공유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도보로는 놓치고 택시로는 스쳐 지나갔을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한 작은 채소 가게, 학교 담벼락 밖에서 간식을 파는 노점, 저녁 무렵 빨래가 널린 골목과 아이들이 공을 차는 공터까지. 중국의 도시는 크지만 그 안의 생활은 생각보다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죠.


중국의 도시 구조도 자전거와 잘 맞습니다. 지하철 역 간 거리가 길고 블록 하나의 크기가 커서 도보로 이동하기엔 애매한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환경에서 자전거는 가장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 됩니다. 도보 15분이 기본값인 도시에서 자전거는 이동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도시의 결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도구예요.


그래서 중국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험은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대신 그 사이에 놓인 풍경을 하나도 버리지 않는 이동 방식에 가깝죠. 걷기엔 멀고, 차로는 지나쳐버릴 거리들을 천천히 통과하며 도시를 소비가 아니라 흠뻑 즐기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 실전 여행법!

  • 알리페이(Alipay) 앱을 미리 설치하고 결제 수단을 등록해 두세요.

  • 하늘색 Hello Bike는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30분 기준 1–2위안 수준으로, 한 시간 타도 천 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 큰 도로보다 동네 골목, 강변, 캠퍼스 주변에서 타면 훨씬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도시를 훑어보는 산책의 확장판처럼 생각하면 좋아요.

중국에는 34개의 성급 행정구역이 있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약 14억 명에 이릅니다. 숫자로 보면 단번에 가늠이 안 되는 규모죠. 중국을 남들보다 조금 더 다녀왔다고 해서 이 나라를 안다고 말하기는 늘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은 그저 이 거대한 퍼즐의 아주 작은 조각일 테니까요.


제가 꺼내어 들려드린 건 그 수많은 성과 도시 중 제가 우연히 발을 디뎠던 일부의 중국입니다. 하지만 그 일부만으로도 이 나라는 여전히 낯설고, 복잡하고, 그래서 더 흥미로워요. 제가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에는 또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한번 중국행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게 됩니다.


아직 남아 있는 중국이 너무 많으니 저는 또 다음 중국 여행을 계획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국가나 도시가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여행 이야기도 피드백으로 많이 들려주시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편집/윤문 | 장희수

"내가 지선이 바쓰 이겼지?" 흑백요리사2 중식폭주족 신계숙 교수님 만나고 왔습니다 | 정지선의 칼있스마

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이 레터를 쓰던 중 때마침 마주친 정지선 셰프 채널의 영상. <흑백요리사2> 1라운드에서 보탑육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요리를 시도했다 탈락했던 닉네임 '중식폭주족' 신계숙 셰프님의 영상입니다. 중국어학과 출신으로 요리책을 번역하다 요리를 시작했고 그 철학을 아직도 따르고 있다는 소개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일에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후배들을 끌어주는 좋은 선배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는데요. 신계숙 교수님은 그걸 실천하며 유쾌하게 일하시는 것 같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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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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