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만드는 영화, 궁금하지 않으세요?

💬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오늘의 어거스트

쇼핑, 공부, 모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도 가능할까요?

오늘은 비대면으로 만들어내는 이 시대의 콘텐츠 작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이번 주 에디터는 MON 입니다 😪

💬 오늘의 에디터 PICK
【Official】Pokémon Special Music Video 「GOTCHA!
본격 나이든 사람이 좋아하는 뮤비.mov
라고 하는 포켓몬 스페셜 뮤비 「GOTCHA!」가 지난 9월 29일 공개되었습니다.
전시리즈 스타팅 포켓몬들과 주인공들, 챔피언들.
울릴 수 밖에 없는 미친 그래픽과 연출, 오글거리는 가사까지 완벽했어요...

곡은 BUMP OF CHICKEN - Acacia 입니다.


💭 이야기는 계속 된다

출처 : 국립극장 (http://naver.me/FmT24pI6)
조선 후기에는 거리에서 소설을 읽어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전기수(傳奇叟)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당시 인기 있는 소설 책 한 권을 외워서 실감 나는 연기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여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울고 웃고 했대요.

당시에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적었고 라디오나 영화 등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전기수들이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해요. 요즘 시대에서는 동화 구연가나 성우, 인기 있는 영화나 게임을 소개해 주는 스트리머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들은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
갑자기 말을 끊고 침묵을 지켰는데요

바로 돈을 받기 위해서예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돈을 내면, 그제서야 전기수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뭔가 요즘 시대와도 비슷하죠? 중요한 결말을 위해 60초의 광고를 보며 기다리고,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며 후원(도네)하는 것까지요.
💭 콘텐츠는 계속 된다
여러분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보셨어요?
(다들 보셨으니까 시청률이....)  

KBS에서 한가위 특집으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라는 이름의 비대면 콘서트를 방영했습니다. 시청률이 엄청나더라고요. 시청률이 29%로 집계되었는데, 나훈아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38%의 시청률까지 기록했어요.

이번 나훈아 콘서트는 코로나의 여파로 비대면 콘서트로 진행되었습니다. 국내 이곳저곳과 해외에서까지 콘서트를 보고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이나, 관객 대신 채워진 코스모스와 기차 등의 CG가 비대면 콘서트를 화려하게 장식했고요.

코로나의 여파로 문화생활이 위축되었지만, 그래도 콘서트의 새로운 연출을 볼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열광했죠. 추석이 지나고도 나훈아의 모습이 '짤'로 생성되고 패러디가 급증하는 등, 이 방송은 나훈아의 노래를 듣고 자라지 않았던 2-30대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저희도 이런 공연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 이야기를 멈추면 안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2018년 일본에서 개봉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좀비(?) 영화입니다.

아래와 같은 엄청나게 재미없어 보이는 포스터를 가지고 있지만, 한일 모두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는 영화입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평이 대다수예요. 다만 40분의 지루함(?)을 참아야 이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답니다. 아무튼 영화는 인기를 힘입어 2019년과 2020년에 속편이 두 번 나오게 됩니다. 

그중 두 번째 속편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은 2020년 5월 1일 제작사 '판포코피나'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공개됩니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단 한 번을 만나지 않고 그룹 영상 통화를 이용해 배우들이 직접 찍은 화면으로 만든 영화라는 거예요.

즉, 100% 원격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아래부터는 연출 소개를 위한 조금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참고 : 1편 영화를 시청한 후 보면 더 재밌으나,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상은 이런 화면으로 진행됩니다. 거의 영상통화 화면으로만 구성된 영화인데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몰입력이 대단해요. 영화는 '비대면 영화를 만들라는 제안을 받은 감독이 비대면 영화를 만드는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즉 영화를 만드는 내용의 영화...)  처음엔 낯선 연출이 어색하다가도 보다 보면 은근 연기를 하는 건지 실제 통화하는 걸 그저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전 영화에서 '촬영 날에도 몰래 술을 먹어서 사고 치는 알콜중독 역할' 을 맡은 남성분이 통화 화면에서 자고 있으면(오른쪽 아래)... 진짜 술 먹고 자고 있으신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격 영화임에 가능한 재밌는 점은 트위터로 팬들에게 영상을 받아서 그 영상을 영화에 등장시켰다는 거예요. 그래서 '간지럼 살인마에게 간지럼을 당하는(?) 피해자 역할'을 직접 찍은 팬들의 모습(14분 30초)도 영화에 나오게 됩니다.

영화에 나오는 출연진들은 1편에서 출연했던 배우분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20분 23초)에서는 딸 역할인 '마오'가 어머니와 세상이 안정되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내용이 인상적이에요. 결국에 울어버리는 마오와 이 영화의 존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스포주의)
저기 마오, (세상이) 안정되면 너는  뭐하고싶어?








응 너는 그걸 제일 먼저 해야겠네
그치?



전부하자

응. 안정되면 전부 할거야 그거.

음... 안정되면 말야...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는데...
우선 라이브 가서 날뛰고 싶어. 그리고 음... 소극장 가서
연극 보고... 아. 코미디 라이브 가서 웃고 싶어. 그리고...
술집에서 아침까지 다 같이 마시고 싶고. 그리고!
그대로 밤새 마시고! 영화를 보러 다닌다든가... 뭐랄까 모두랑... 아 눈물나는데?
아 그러니까. 밖을 돌아다니면서.
영화.. 찍고 싶어.


응.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싶어.
영화관에서 말야.

전부해?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2020년 4월 13일 본인의 트위터에서였어요.
감독은 이런 말을 합니다.

"현재 일거리가 없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지혜와 아이디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싶습니다.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는 힌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에 얘기했던 전기수 말인데요, 전기수의 이야기에 너무 심취한 관객이 주인공의 복수를 하겠다며 전기수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해요. 마지막 말씀드린 영화에서는 딸이 이야기하는 건지 배우가 이야기하는 건지 모를 연출법이 현실과 픽션의 합쳐진 모습을 드러냈고요.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는 현실에서도 이야기에서도 많이 나타나죠. 그렇게 이야기는 언제나 삶과 유기적으로 존재합니다. 

소리를 넘어 글로, 글을 넘어 영상으로. 책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TV로, 영화관으로, 유튜브로. 시대와 형태가 변해도 언제나 우리에겐 이야기가 존재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든 전기의 이야기를 모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 포켓몬 스페셜 뮤비를 보고 줄줄 울었던 거죠. ~어른 다 되어서 포켓몬 보고 흘린 눈물을 합리화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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