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박상현의 미디어 인사이트

영상 플랫폼 성공의 새로운 조건
 
지난 1월 이 뉴스레터에서 제프리 카젠버그가 새롭게 시작하는 모바일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퀴비(Quibi)’를 소개한지 3개월이 지났고,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지는 3주가 되었다.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부터 임원급들이 줄지어 회사를 떠났고, 출범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는 등 불운이 따랐지만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모바일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퀴비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만 머물게 된 미국의 오디언스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기 때문) 어쨌거나 아무런 사고 없이 런칭을 했고, 서비스는 아무런 기술적 문제 없이 잘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 즈음에서 퀴비 콘텐츠에 대한 초기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뛰어난 기사를 게재했다. “퀴비는 틱톡과 상반되는 서비스(anti-TikTok)이며, 이는 좋은 게 아니다”라는 이 글은 단순히 퀴비의 (그저그런) 콘텐츠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로서 퀴비가 왜 이 시점에서 실망스러운 서비스인지를 틱톡과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2020년이라는 시점에서 동영상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동영상과 플랫폼 관련업종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좋은 글이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기사를 간략하게 요약, 번역한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Quibi is the anti-TikTok (that’s a bad thing) 
– TechCrunch
퀴비는 틱톡과는 상반되는 서비스이며, 이는 좋은 게 아니다.
by Josh Constin

이 기사는 “2020년에 완전히 반사회적(asocial) 비디오 앱을 만들려면 대단한 자신감이거나 무모한 오만함이 없이는 안된다”는 말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반사회적이라는 말은 이 앱이 사회를 해롭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흔히 “소셜미디어” “소셜앱”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그 “소셜”이 가진 특성과 완전히 반대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헐리우드에서 17억 4천 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를 유치해서  6~10분 짜리 에피소드를 가진 TV쇼들을 만들면서 소셜 기능을 모조리 빼버린 결정을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기사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주장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단기간 내에 폭발적인 성장을 한 틱톡(TikTok)과 비교한다. 

기자는 “나는 퀴비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하는 것과 다른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넷이 모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 침투하기 이전 시절의 “TV의 황금기”를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퀴비의 과감한 결정이 빛을 바랬다고 평가한다. 퀴비는 “공유가 불가능하고, 뻔한 내용에, 느리고, 불편하고, 불친절하다”며, 퀴비가 소셜네트워크의 장점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바람에 오디언스는 고립된 공간에서 쓸쓸하게 퀴비가 제공하는 영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퀴비는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틱톡과 완전히 반대되는" 서비스다. 틱톡은 “대중이 걸러낸 콘텐츠에 즉각적으로 몰입하게 할 뿐 아니라, 나도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뿌리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20억 개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참고로, 퀴비는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 하고 첫날 앱 다운로드 숫자는 디즈니 플러스의 런칭일 실적의 7.5%에 불과했다). 

퀴비가 저지른 큰 실수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헐리우드가 결정하는 내용
“퀴비는 이름없는 케이블 TV채널을 보는 느낌이다. 억지스런 리얼리티쇼, 대본에 따라 진행되는 드라마, 뉴스 등이 섞여있다. 2000년대 중반, 대낮에 보는 MTV 채널을 상상하면 된다. 꼭 보고 싶은 게 없다. ‘왕좌의 게임’나 ‘만달로리안’ 같은 콘텐츠가 없는 거다. 유튜브에서 흔히 보는 영상보다 프로덕션의 질은 좋지만, 쇼의 컨셉은 어설프고, 새로움도 금세 사라진다.” 

기자는 퀴비의 콘텐츠가 (‘라이온 킹’ ‘슈렉’을 만든) 제프리 카젠버그가 아닌 (HP의 CEO를 역임한) 메그 휘트먼이 심사한 게 아닐까 싶다고 까지 말한다. 이 둘은 공동 창업자로, 카젠버그는 콘텐츠를 휘트먼은 기술 및 마케팅 등을 나눠서 책임지고 있다. 

“퀴비의 에피소드들은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중간광고가 나올 쯤 끝난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온보딩 프로세스(onboarding process: 사용자의 취향을 묻는 절차)도 없다"고 비판한다. 결국 우리가 뭘 원하는지 헐리우드가 결정하고 있다는 것.

TikTok 화면캡쳐 ㅣ TechCrunch
반면 틱톡은 소비자가 만든 콘텐츠이기 때문에 프로덕션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친구들이 좋아할 것을 만든다. 따라서 다양한 연령대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만들고, 알로리듬이 사용자의 취향을 빠르게 파악해서 추천을 한다. 

무엇보다 틱톡은 근본적으로 인터랙티브하기 때문에 각 클립의 오디오를 가져다가 리믹스하고, 사용자에 따른 맞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인구집단과 하위문화에 맞는 콘텐츠가 탄생한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틈새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곳이 틱톡이다.
그럼 퀴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틱톡 등 소셜에서 큰 오디언스를 거느리고 있는 스타들을 데려다가 프로그램을 만들라. 그리고 오디언스가 전화 등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등, 인터랙티브 요소를 키우라. 그렇지 않으면 퀴비는 지금처럼 대낮에 보는 케이블TV 같은 느낌을 벗어날 수 없다.

2. 화면캡처 불허
“이건 솔직히 말해서 미친 짓이다. 퀴비에서 화면 캡처를 하면 검은색 화면이 찍힌다. 그러니 퀴비의 프로그램으로 밈(meme)을 만들 수도 없고, 농담삼아 공유도 안된다.” 물론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앱도 화면캡처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서비스들은 TV나 컴퓨터 모니터에서 가능하다. 

Quibi / TikTok 화면캡쳐 ㅣ TechCrunch
"틱톡은 기본설정으로 어떤 영상도 다운로드할 수 있고, 마음껏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공유할 때는 틱톡의 워터마크(watermark)가 붙어 있다. 바로 이 기능이 때문에 틱톡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공유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고, 틱톡의 영상들이 유튜브까지 침투할 수 있었다.” 
그럼 퀴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화면캡처를 허용해야 한다. 스포일러가 돌고, 지적재산권 침해의 위험이 있어서 저작권자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비디오 클립과 예고편, 미리 허가받은 스크린샷이라도 제공하라. “(이런 화면캡처/예고편을) 앱에 설치된 보도자료라고 생각하라. 밈을 만들 수 있는 화면캡처를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소셜미디어에서 퀴비의 프로그램을 이야기할 수는 있게 해줘야 한다.” 

3. 느린 전개
“모바일에서는 스와이핑 한 번만으로 지금 보고 있는 것에서 떠나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넘어갈 수 있다. 이건 마치 리모트 콘트롤에서 채널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TV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요즘 영화의 예고편들은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들만 모아서 빠르게 보여준다.” 퀴비의 프로그램들은 서서히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는데, 이는 소파에 앉아 TV를 볼 때나 어울리는 방식이다. 퀴비는 이동 중에 보게 만들어졌는데, 그런 환경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콘텐츠를 보는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잠깐 다녀오고 싶은 욕구를 느낄 것. 

틱톡은 즉각성으로 승부를 건다. 틱톡에서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첫 1초에서 오디언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바로 다음 영상에게 관심을 뺏길 것을 알고 만든다. "틱톡과 비교하면 퀴비(Quibi=Quick Bites, 빠르게 한 입 먹는 간식)는 한 참을 기다려야 웨이터가 나오는 레스토랑에 있는 기분이다."
그럼 퀴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퀴비는 제작자들에게 에피소드가 시작하기 전에 왜 이 에피소드를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프리뷰를 통해 후킹(hook)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퀴비에서는 프로그램의 카드를 누르자마자 시작하기 때문에 예고편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오디언스는 자기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발견하지 못할 거다.

4. 소셜에 반하는 비디오클럽
화면캡처를 할 수 없으니 온라인의 다른 곳에 가서 퀴비를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앱 안에 댓글이나 메시지 기능이 없으니 대화도 불가능하고, "에피소드 링크를 트위터에 붙여봤자 프리뷰 상자에 쇼 이름 조차 뜨지 않는다. 각 프로그램이 팔로우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지도 않으니 계속 보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Quibi 화면캡쳐 ㅣ TechCrunch
그러니 친구들이 내가 보는 프로그램을 볼 수도, 내 추천을 받을 수도 없고, 타임스탬프(time stamp)도 없고, 친구들과 같이 보면서 실시간 댓글 놀이를 할 수도 없다. 모바일 전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TV를 통해 함께 볼 수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소셜기능을 모조리 빼버렸으니 퀴비는 사용자가 외롭게 혼자 보는 스트리밍이 되었다. 모바일 전용이면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배우 얼굴과 바꿔 넣어서 친구들과 공유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퀴비는 웹2.0 시대가 오지 않았다는 듯 만들어졌다.

TikTok 화면캡쳐 ㅣ TechCrunch
그에 반에 "틱톡은 사용가능한 모든 소셜기능을 모조리 사용한다.” 모든 영상에서 팔로우, 좋아요, 댓글, 메시지, 라이브, 듀엣, 리믹스, 다운로드, 공유가 가능하고, 그래서 사용자들에게 트렌딩하는 챌린지를 해보라고 권유하는 듯하다. "심지어 사용자가 틱톡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도 이런 소셜 기능이 알림을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틱톡 워터마크가 붙은 영상이 인터넷 어디를 가도 널려있다. 틱톡앱의 모든 부분이 틱톡의 콘텐츠를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두도록 설계되었다.”
그럼 퀴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퀴비는 우리가 모바일을 통해서 영상을 본다고해서 그것이 고독한 경험일 필요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퀴비는 소셜 콘텐츠 발견 기능을 옵션으로 넣어서 어느 친구들이 보고 있는지, 인기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새로운 에피소드일 수록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볼 때 더 재미있는 법이다.

그리고 세컨드 스크린 기능 등을 이용해서 오디언스가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해서 영상을 함께 보는 커뮤니티가 있음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결론; 퀴비는 해낼 수 있을까?
퀴비가 더 실망스러운 이유는 프리미엄 콘텐츠와 우리가 폰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결해서 새로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폰 스크린을 가로, 세로로 볼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케이블TV를 폰 화면 크기로 줄여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퀴비에게 가능성이 있다면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긴장감을 키워갈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처럼) 몰아보기를 할 수 있게 해둔 서비스에서는 이런 긴장감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팬들끼리 다음 에피소드를 예측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게다가 이런 긴장감은 틱톡이 못하는 것. 게다가 틱톡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몇 부로 나눠서 영상을 만들어도 순서대로 찾아보기가 불편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퀴비는 이런 잠재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우리가 인터넷, 혹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그냥 줄여놓기만 한 느낌을 준다. 런칭 당일 다운로드 4위를 했던 랭킹이 3일 만에 21위로 추락하는 모습은 퀴비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이게 한다. “김빠지는 콘텐츠와 바이럴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이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어렵다. 그러다보면 유명 제작자들은 슬그머니 퀴비를 빠져나가거나 대충 만든 콘텐츠를 제공하고 말 것이고, 우리는 짧고 재미있는 비디오는 다른 곳에 가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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