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개장터 수수료 전가 2.팔도감 흑자 비결
 2024.08.07 24-035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번개장터와 크림의 수수료, 반응이 달랐던 건
  02 팔도감이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한 비결은
  03 뉴스 TOP5 - '플랫폼이란 놈은 참 이상해'

   

번개장터와 크림의 수수료, 반응이 달랐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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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가 결국 답이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8월부터 운영 정책을 변경하며 중고거래에 대한 거래 중개 수수료를 도입했습니다. 바뀐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그동안 자유롭게 선택 가능했던 번개페이 사용을 모든 거래에서 의무화했고, 여기에 3.5%의 수수료를 부과하되, 이는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5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진 번개장터가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수수료 부담 대상을 판매자로 정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판매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데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로 떠나겠다는 의견이나, 남더라도 번개장터에서만 수수료를 고려해 더 비싼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을 독점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번개장터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수료 부과에도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기는 어렵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객들은 대체재가 있으면 언제든지 플랫폼을 떠날 수 있습니다. 반면, 판매자들은 쉽게 이탈하기 어려운데요. 기존 고객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채널에 동시에 입점하는 것이 매출을 늘리기엔 더 유리하기도 하고요. 메이저 중고 플랫폼이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세 곳뿐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번개장터는 중고 패션 카테고리와 1020 연령대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근이 사용자 규모 면에서는 월등하지만, 앱을 사용하는 목적이 로컬과 패션으로 완전히 다르고요. 올해 7월 월간 활성 사용자 기준으로 번개장터 사용자 중 중고나라 동시 사용 비중이 13.1%에 불과할 정도로 두 플랫폼의 사용자는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결국,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패션 중고 상품을 팔고 싶은 판매자는 수수료를 내더라도 번개장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한, 번개장터는 아예 패션 중고 거래 서비스를 표방하며 전문 판매업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적으로 이들을 배척하는 당근마켓과 차별화된 행보인데요. 번개장터는 전문 판매업자들에게 프로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장을 열어주고, 이들에게 5~10%의 별도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판매자들을 얼마나 플랫폼에 유지하고 강화하느냐가 향후 주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다만 명분도 실리도 뭔가 애매합니다

번개장터의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이탈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판매자들의 여론이 상당히 돌아선 것은 사실입니다.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가 연이어 나오며 이미지 하락도 피할 수 없었고요.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C2C 플랫폼 크림입니다. 크림은 초기 2년간 수수료 없이 운영하다가 2022년부터 약 2년간 12번이나 수수료를 인상했습니다. 물론 인상 소식이 나올 때마다 반발이 있었지만, 크림은 단순한 판매 중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크림의 모든 거래는 검수센터를 거쳐 이루어지며, 이는 크림만의 차별화된 역량입니다. 솔드아웃 등 경쟁사가 있지만, 크림만큼의 신뢰와 비용 효율을 단기간 내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과 판매자 모두 크림의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또한 크림은 핵심 이해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이유를 제공하여 크림을 이용하도록 유도합니다. 지난 5월에 개편한 새로운 수수료 정책이 대표적인데요. 정산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유리해지는 구조로, 사업자 회원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주었습니다. 이들이 크림에 남고 집중한다면 크림의 경제적 해자는 더욱 공고해질 거고요.

반면 번개장터의 서비스와 정책은 애매합니다. 최대 강점인 고객 트래픽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순 판매 중개를 하는 오픈마켓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니까요. 더욱이 대형 판매자들이 번개장터에 집중하게 할 유인도 부족합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더 비싼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번개장터는 고객과 판매자를 붙잡을 어떠한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수익화를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 겁니다. 물론 당장은 빠른 손익 개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만 끈 후에는, 더 확고한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반드시 해야 할 것입니다.

   

팔도감이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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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필요에서 시작했습니다

팔도감은 X세대를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퀸잇이 만든 장보기 커머스 서비스입니다. 동일하게 40대 중후반부터 50대까지의 고객을 공략 중인 팔도감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이미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넘으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설립 2년 만에 월간 흑자를 달성하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

팔도감의 성공은 퀸잇의 초기 전략을 그대로 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퀸잇은 패션 플랫폼들이 10대에서 30대 고객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40대 이상 고객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외되던 기성 패션 브랜드를 빠르게 입점시켜 X세대 패션 시장의 1위 플랫폼 자리에 올랐습니다. 시장 세분화 전략을 아주 교과서적으로 성공시킨 것입니다.

팔도감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X세대 고객들이 밴드나 네이버 카페 등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요. 동시에 생산자들도 판매를 늘리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팔도감은 이러한 고객과 생산자들의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공략하였고, 퀸잇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을 쪼갠 후, 장악했습니다

식품은 패션과 달리 마진이 낮은 카테고리입니다. 따라서 팔도감은 퀸잇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였지만, 동시에 손익 측면에서는 도전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팔도감이 2년 만에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규모의 경제를 영리하게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량이 많을수록 생산자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어 마진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후발주자는 규모의 경제에 따라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나 규모를 갖추는 것이 꼭 큰 업체에게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작은 플랫폼도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팔도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50대 고객의 식품 소비 취향이 뚜렷하고 다른 연령대와 구별된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먼저 식품 구매를 원하는 50대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하자, 이들이 선호하는 특정 품목과 가격대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자들에게 판매량을 보장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경쟁사에는 이만큼 50대 고객들이 모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팔도감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아시스 마켓은 컬리와 고객층이 절반 겹치는 반면, 팔도감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팔도감은 고객을 더 모으고 유지하면서 비용을 효율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사실 6월은 온라인 쇼핑의 성수기가 아닙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액 정점은 작년 연말과 올해 연초였습니다. 이는 팔도감의 흑자 전환이 성장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노력의 영향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팔도감은 앱 기준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신규 설치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케팅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고객 전환 효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규 유입 없이 기존 고객들만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당 결제 건 수가 횡보를 거듭하고 있어, 신규 구매자들은 계속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는 낮은 등급의 고객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춘 멤버십 구조 개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3만 원 이상만 구매해도 등급을 부여하는 정책은 최초 구매 이후 재구매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팔도감은 규모의 경제를 영리하게 실현하여, 상품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개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면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조기에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는 팔도감을 경험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상품이 입점 시 상품위원회를 거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품질을 관리하여 좋은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50대 고객이 한 번 만족하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특성도 고려할 것 같고요.


그러나 특정 품목을 가끔 맛있게 먹고 싶어서 찾는 플랫폼으로만 남는다면 결국 성장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식품이 재구매 유도에 유리하더라도, 한정된 품목으로 반복 구매를 이끄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컬리나 오아시스 마켓의 신규 고객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해, 팔도감은 4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처럼 마케팅 지출을 줄인 상황에서 폭발적인 자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잔존율을 높일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론 팔도감은 후발주자인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매우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슬슬 더 큰 성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 보고요. 올해 하반기까지는 숨 고르기를 하며 수익성 높은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하니, 내년부터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또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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