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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선면 | 론스타 먹튀 도운 '모피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오늘의 브리핑 | '엡스타인 문건' 공개 초읽기 외
점선면 사전 | 학생인권법 
뷰파인더 | 긴 머리 휘날리며
론스타 먹튀 도운 '모피아'…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 분쟁 사건에서 지난 18일 이겼습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가 이자를 포함한 손해배상금 4000억원을 물어내라고 제기한 소송이었는데, 이걸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온 겁니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지출한 소송비용 총 73억원도 론스타가 30일 내에 우리 정부에 줘야 하는데요. 론스타는 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제기했을까요? 이 사건은 22년 전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에서 시작되는데요. 골치 아프고 복잡한 론스타 사건, 점선면이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 사실들 : '론스타 먹튀 사건' 타임라인 총정리
론스타 먹튀 사건이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사건을 뜻합니다. 이 사건은 조진웅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블랙머니>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팔고,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행의 시작은 1998년 IMF 사태입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는데요. 2003년에는 외환은행 자회사였던 외환카드가 '카드대란(신용카드 발급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사건)' 직후 부실카드사 명단에 오르고,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서(이른바 현대그룹 부실채권 사태) 경영이 더욱 악화됩니다.

이에 대주주였던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게 되는데, 그 사모펀드가 바로 론스타입니다. 론스타는 1995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입니다. 국제금융기구, 공공연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텍사스 석유재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폐쇄형 사모펀드로, 부실 회사를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되파는 것으로 수익을 보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합니다. 론스타는 노무현 정부때인 2003년 70조원 가치의 외환은행을 1조원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론스타는 이명박 정부때인 2012년 외환은행을 3조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고 하나은행에 4조원에 되팝니다.

론스타는 같은 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면서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가 6조원을 물어내라'는 취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합니다. 원래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6조원에 팔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2003년 외환은행 자회사이던 외환카드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식 일부를 소각하겠다는 감자설을 퍼뜨려서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로 2011년 유죄 판결을 받음)을 이유로 매각 승인을 늦추면서 HSBC가 인수를 포기했거든요. HSBC가 제시한 인수금액을 토대로 손해배상액 6조원이 산정된 겁니다.

10년에 걸친 지난한 소송이 이어지고, ICSID는 윤석열 정부때인 2022년 론스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달러(약 3200억원)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결정합니다. 이 결정에 론스타와 정부 모두 불복해 취소신청을 제기했는데요. 그 결정이 지난 18일 나온 겁니다. 결과는 우리 정부의 '완승'이었습니다. 이자를 포함한 배상금 4000억원을 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 73억원도 론스타가 물어주라는 결정이 나온 것이죠.

우리 정부가 승소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달러를 물어주라고 한 원래 판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원 판정에서는 '하나은행과 론스타간 국제상공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이 주요 증거로 채택됐는데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도 않은 별개의 사건인데 주요 증거로 받아들여졌으며, 한국 정부가 이 증거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선 맥락들 : 누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도록 주도했을까
론스타와의 22년간 이어진 질긴 악연에 '종지부'가 찍힌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근본적인 의혹이 남아 있는데요. 바로 '누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도록 주도했느냐'입니다. 일본의 골프장,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는데요. 당시 당국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인수 승인을 내렸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논란도 남아 있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은 허둥지둥 팔아야 할 정도로 부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1조원에 살 수 있었던 까닭은 BIS 비율이 원래보다 훨씬 낮게 조정됐기 때문입니다. 감독당국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6.16%로 측정했는데요. 2006년 감사원은 2003년 매각 당시 외환은행 BIS 비율은 8%대 중반이라고 발표했었죠. 6%대 BIS 비율을 계산한 외환은행 허모 차장은 2005년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길도 사라졌습니다. 관련자들은 사망한 허 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고요. 

검찰은 이 사건을 경제관료와 은행장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하고, 론스타에 불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부여한 업무상 배임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른바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를 마피아에 빗대 이르는 말)가 론스타의 손발 노릇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 건데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구속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1~3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 시민단체 대표(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만 론스타로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을 뿐입니다.

론스타 사태에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은 승승장구했습니다.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외환은행 매각 실무를 주도하고,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이 모여서 헐값 매각을 논의한 이른바 '10인 회의'에도 참석했던 이가 바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입니다. 그는 2012년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했을 당시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을 지냈던 한덕수 전 총리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습니다.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고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한 전 총리가 2014년 ICSID에 낸 증인 답변서도 공개됐는데요. "한국사회는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언론 매체들이 모두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 문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론스타에 매우 유리한 내용인데요. 노무현·윤석열 정부 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이가 작성한 것이 맞는 건지 두 눈을 의심케 합니다. 
🗺️면 관점들 : 누구의 공인지 따지기 전 반성해야 
취소소송 승소 결과를 두고 여야는 자신의 공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라고 치켜세웠고요. 취소소송을 제기한 2022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숟가락 얹지 말라. 민주당이 소송 반대한 것에 사과하라"면서 역공에 나섰는데요. 전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이어온 소송 승소가 누구의 공인지는 무 자르듯 나눌 수 없겠지요. 누구의 공인지 따지기 앞서서, 외환은행이 헐값에 팔릴 때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못하고 론스타를 오히려 두둔했던 감독당국의 철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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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문건' 공개 초읽기
미국 의회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법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미국 정·재계에 큰 파문이 예상됩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엡스타인과 친분 의혹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특히 문건 공개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하원은 공개에 찬성하라"고 태세를 바꾼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여론의 압박에 밀렸다는 분석부터, 미국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일부 문건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엡스타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엡스타인 논란과 트럼프의 관계는? 점선면 레터 역풍 맞은 트럼프
"쿠팡의 의도된 침묵"
최근 '쿠팡 새벽배송 논쟁'이 공론장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정작 당사자 기업인 쿠팡은 침묵하고 있죠.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쓴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의도된 침묵"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연구하는 그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노동자 건강과 일자리가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정작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쿠팡은 빠져 있다"며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쿠팡의 인센티브 기반 임금 구조가 안 그래도 해로운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더 키운다며,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쿠팡 새벽배송 논쟁 따라잡기? 점선면 레터 숨겨진 노동자들
신안 여객선, 암초에 좌초
어제(19일) 오후 8시16분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267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제주에서 목포로 가던 이 여객선은 항해 중 무인도인 죽도 암초에 걸려 올라섰습니다. 일부 승객이 경상을 입고 해상 추락 등 다른 중대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배에 탑승한 승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쾅 소리가 나더니 배가 기울었다가 어디 이상한 외딴 섬에 잠시 기대고 있는 것 같다"며 "급히 구명조끼를 챙겼다"고 했습니다.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지만 아찔한 사고의 원인 규명은 필요해 보입니다.
학생인권법

학생인권 보장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명문화한 법안📖을 뜻해요.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쥔 서울시의회·충남도의회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나오자 대항 성격으로 발의된 법안입니다. 법안은 지난해 9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건강·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기습 상정해 가결하자 유감을 표하면서 "학생인권법 제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 by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열린 환영식. 흰 옷을 입은 소녀들이 줄지어 선 채 긴 머리카락을 흔드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특이한 이 의식은 UAE의 전통 공연 '알 아이알라(Al-Ayyala)'의 일부입니다. 베두인 사회의 용맹과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지난 5월 UAE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공연을 봤습니다.
어제(19일) 레터에서는 최근 급격히 악화하는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갈등을 맥락부터 관점까지 짚어드렸습니다. 레터를 보내드린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 계획을 추가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물밑 협상에도 나섰다고 합니다. 혼란스러운 정세가 진정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승소 이슈를 분석한 오늘 레터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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