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를 내는 성과관리, 입증해야 해요
성과관리는 성과를 내고 있나요 (2026.10.19)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제 올 한해 실적을 예상하여 평가에 들어갈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성과관리는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행정 절차'라는 인식이 아직도 현업에선 많은 듯 합니다. 왜 '성과관리의 성과'가 별로인지 생각해봤습니다.
HR 담당자의 긍정적 전망을 수치로 뒷받침할 수는 없어 (2026.10.13) @HRDRIVE

10월 중순이면 인사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내년 평가제도 개편안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올해도 어김없이요). 등급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일지, 상시 피드백 툴을 새로 들일지, 다면평가 비중을 얼마로 할지. 회의는 길고 안건은 많은데, 모든 논의 밑에 깔린 전제는 하나입니다. '성과관리는 효과가 있다' 이번 호는 이 전제를 곧바로 뒤집지 않겠습니다. 대신 검증할 질문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우리 조직의 성과관리가 실제 성과를 바꿨다고,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가?"

이번 호는 평가제도를 설계하고 승인하는 HR 리더와 경영진께 먼저 드리는 글입니다. 다만 그 제도를 현장에서 돌리는 리더 여러분께도 고스란히 해당하는 질문이라, 끝까지 같이 따져보시죠.


주장을 가장 그럴듯하게 세워 보면

반증하려면 상대 주장부터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허수아비를 때리면 속은 시원해도 남는 게 없거든요. 성과관리 옹호론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조직 우선순위에 정렬하고, 주기적으로 진척을 점검하고 피드백하면, 구성원은 무엇에 힘을 쏟아야 할지 알게 되고 조직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비즈니스 성과와 구성원 몰입 수준이 올라간다. 저도 이 논리 자체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목표 없이 일하는 조직보다는 목표가 분명한 조직이 낫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드물겠지요.

그러면 무엇이 관찰되면 이 주장이 틀렸다고 봐야 할까요? 저는 기준을 세 가지로 정해 봤습니다. 첫째, 성과관리를 열심히 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비즈니스 지표에서 나을 게 없다면. 둘째, 성과관리 활동량(평가 완료율, 면담 횟수)은 늘었는데 목표 달성도나 몰입 지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셋째, 성과관리의 핵심 장치인 피드백이 오히려 구성원의 개선 의지를 떨어뜨린다면. 이 셋 중 하나라도 분명하게 확인되면 성과관리는 효과가 있다는 문장을 최소한 조건부로 고쳐 써야 합니다.


지지 근거: 확신은 넘친다지만...

먼저 이번 소재가 된 조사입니다. HR Dive가 10월 13일 보도한 HR leaders feel positive about their outlook, but can't back it up with numbers에 따르면, 성과관리 솔루션 기업 Betterworks가 올해 8월 HR·비즈니스 리더 934명을 조사했습니다. 응답자의 약 85%가 성과관리가 조직 우선순위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매우 혹은 극도로 확신했습니다. 지지 근거로 치면 이보다 든든한 숫자가 있을까 싶습니다. 열에 여덟 이상이 확신하니까요.

그런데 같은 조사의 다음 줄에서 그림이 달라집니다. 그 확신을 비즈니스 지표로 뒷받침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44%였습니다. 30% 남짓은 일부 비즈니스 증거 정도를 댈 수 있다고 했고, 몰입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HR 담당자는 4명 중 1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Betterworks 분석가들은 이를 높은 확신, 낮은 증거라고 불렀습니다. 도그 데너라인 CEO는 10월 6일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Closing that gap is only more important in today's environment." (그 격차를 좁히는 일은 지금 같은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이 대목에서 늘 걸리는 게 있습니다. 확신은 지지 근거가 아닙니다. 확신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사회적 사실일 뿐, 성과관리가 성과를 냈다는 사실과는 별개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 조사는 성과관리 효과를 입증한 자료가 아니라, 효과를 입증할 자료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 자료에 가깝습니다. 

학계 쪽 기록은 어떨까요. 안젤로 드니시와 케빈 머피(DeNisi & Murphy, 2017)가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Performance appraisal and performance management: 100 years of progress?는 이 저널에 실린 100년 치 평가 연구를 평정 척도 형식, 평정자 훈련, 평가에 대한 반응, 평정 출처, 인지 과정 등 여덟 갈래로 정리했습니다. 제목 끝의 물음표부터 의미심장합니다(100년이나 했는데 물음표라니요 ㅜㅜ). 이 리뷰의 무게중심은 평가를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에 있었고, 저자들은 앞으로의 과제로 성과관리 자체에 대한 연구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현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인 성과관리를 하면 조직이 더 잘 되느냐는 오랫동안 연구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머피 교수의 문제 제기는 지난 호 성과관리는 성과를 만들지 않습니다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보셔도 좋겠습니다.


반례와 걸리는 대목: 무엇을 재고 있었나

이제 앞서 정한 기준 둘째, 활동량과 결과의 엇박자를 볼 차례입니다. 많은 조직이 연말에 보고하는 성과관리 지표는 대개 이런 모양새입니다. 평가 완료율 98%, 목표 수립률 100%, 상반기 면담 실시율 92%. 저는 여기서 늘 의문이 듭니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건 제도가 돌아갔다는 사실이지, 제도 덕분에 무언가 나아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체중계에 매일 올라갔다는 기록이 살이 빠졌다는 증거가 아니듯이요.

(예) 가상의 상황입니다. A사 인사담당 B 임원은 연말 경영회의에서 평가 완료율이 작년 85%에서 올해 99%로 올랐다고 보고합니다. CEO가 묻습니다. "그래서 영업이익이나 이직률에 뭐가 달라졌습니까?" B 임원은 잠시 머뭇거립니다. "그건... 따로 분석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완료율은 독촉 메일을 세 번 보내면 올라갑니다. 비즈니스 성과는 그렇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Betterworks 전문가들이 제안한 처방도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보고의 축을 평가가 완료됐는지에서 현재 목표에 대한 측정 가능한 진척으로 옮기라는 것, 그리고 2027년에 성과관리와 연결할 조직 성과를 3~5개로 좁혀 정하라는 것입니다. 하나 더, 어떤 지표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지 인과관계를 보여주는지 구분하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마지막 조언이 가장 아프게 읽힙니다. 면담을 자주 하는 팀의 성과가 좋다는 분석이 나와도, 원래 잘 나가던 팀이라 리더가 면담할 여유가 있었던 건지 면담 덕에 잘 나가게 된 건지 그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거든요.

여기서 곁가지 하나. 병원의 수술실 체크리스트를 떠올려 보시죠. 체크리스트 작성률이 100%인 병원도, 의료진이 칸만 채우고 실제 확인은 건너뛰면 환자 안전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의료 쪽에서는 작성했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보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도구의 존재와 도구의 작동은 다른 문제라는 거죠. 성과관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양식이 다 채워졌다는 것과 그 양식 덕분에 대화가 달라졌다는 것 사이에는 꽤 먼 거리가 있습니다.

기준 셋째, 피드백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가. 여기에는 흥미로운 반례 후보가 있습니다. HR Dive 기사도 언급한 코넬대 연구인데, Narrative-based performance reviews deemed fairest by employees에 따르면 에밀리 지텍 교수 연구팀이 1,600명을 대상으로 네 차례 실험을 했습니다. 같은 평가 내용을 숫자만, 서술만, 둘 다 섞어서 세 가지 형식으로 전달했더니, 서술형 피드백이 대체로 가장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졌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 가장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간 점수입니다. 숫자만 받은 사람은 중간 수준의 점수에도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5점 만점에 3점이면 평균인데, 받는 사람 머릿속에서는 '나 별로라는 거네'로 번역되는 셈이죠. 물론 피드백 이후 변화까지 추적하지는 않아서 숫자만 덩그러니 건네는 방식은 성과관리의 개선 기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이 정도가 정직한 해석입니다.


성립하는 조건, 성립하지 않는 조건, 아직 모르는 것

그러면 성과관리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기각일까요? 저는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본 자료로는 성과관리가 효과 없다는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닙니다. 확인된 건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대부분의 조직이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디드라 슐라이허 연구팀(Schleicher et al., 2019)이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Evaluating the effectiveness of performance management: A 30-year integrative conceptual review가 이 지점에서 쓸모 있는 틀을 줍니다. 연구팀은 성과관리의 효과를 판단하는 평가 기준을 여러 범주로 나누고 그 사이를 잇는 메커니즘을 모형으로 세운 뒤, 1984년부터 2018년까지의 실증 연구를 그 틀에 비춰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성과관리가 조직에 가치를 더하는 경로를 가치사슬, 즉 매개 경로로 설명했습니다. 제가 이 논문 전문을 다 확인하지는 못해 세부 수치는 옮기지 않겠습니다만, 메시지의 뼈대는 분명합니다. 성과관리의 효과는 한 번에 비즈니스 성과로 튀어나오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전달된다는 것. 같은 연구진이 앞서 Journal of Management에 낸 리뷰 Putting the system into performance management systems(Schleicher et al., 2018)도 성과관리를 평가 행사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맞물린 시스템으로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틀을 빌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장이 성립하는 조건은, 성과관리에서 시작해 구성원의 목표 이해, 행동 변화, 팀 결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사슬을 조직이 미리 설계하고 각 고리를 측정할 때입니다. 성립하지 않는 조건은, 사슬의 첫 고리(평가를 했다)만 재고 마지막 고리(매출이 올랐다)를 기대할 때입니다. 중간이 비어 있으면 성과가 올라도 성과관리 덕인지 시장 덕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 한국 기업의 연봉·승진 연동형 평가에서 서술형 피드백 비중을 늘리면 실제 성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제가 찾은 자료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이건 각 조직이 직접 확인해야 할 몫으로 남습니다.


연말 평가 앞두고 해볼 것

개편안을 확정하기 전에 다음을 챙겨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1. 성과관리로 움직이고 싶은 조직 성과를 3~5개만 고르세요. 많으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합니다.
  2. 연말 보고서에서 완료율은 각주로 내리세요. 본문에는 목표 대비 진척, 그리고 위에서 고른 성과 지표의 변화를 올리세요.
  3. 성과관리와 성과 사이의 중간 고리를 하나 이상 재세요. 예컨대 직원이 자기 목표가 회사 우선순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분기마다 짧게 물어보는 식입니다.
  4. 상관과 인과를 구분하세요. 면담 많이 한 팀이 잘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원래 잘하던 팀이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5. 숫자만 건네는 피드백을 금지하세요. 점수 옆에 무엇이 좋았고 다음에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 두세 문장을 반드시 붙이게 하세요. 특히 중간 점수일수록요. 이 항목은 지난 새로운 정의: 성과관리는 'OO관리'입니다에서 다룬 의미관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점수는 위치를 알려주고, 문장은 방향을 알려줍니다.


정리하면, 성과관리가 효과 있다는 믿음은 틀렸다기보다 아직 검증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올해 개편안에 새 제도를 하나 더 얹기 전에, 지금 제도가 무엇을 바꿨는지 보여줄 장치부터 마련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도는 늘 추가가 쉽고 증명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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