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3월 셋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오페라와 무용 외 무대로 인사드립니다. 주간 발행으로 주기가 바뀌면서 매주 공연을 소개해드리되 주별로 공연의 장르를 정해놓았는데요, 공연이 많은 연극이나 뮤지컬과 달리 셋째 주의 오페라와 무용 공연을 소개하면서는 생각이 많아지곤 합니다. 여성주의 큐레이션을 표방하면서도 똑같은 여성상과 똑같은 이야기들을 재생산할 뿐인 낡은 극을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지요.
오페라에서 여성 성악가의 절창이 유명한 작품, 그 절창을 부르는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은 많지만, 오페라는 어쩌면 우리가 접하는 창작물 가운데 여성상에 대해 가장 관심이 없는 장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상과 여성서사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과도 다르고, 여성상이나 여성서사에 대한 변화는 아직까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여성 창작자들의 여러 다양한 시도가 무대화되고 있는 무용과도 다르고요. 클래식 음악계에서 미미하게나마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을 무대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과도 다른 점이죠. 레퍼토리가 된 작품들은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없이 고여 있고, 현대의 창작자들이 만든 신작에는 여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페라 무대의 여성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나 고민이 되는 가운데 이번 호에서는 황정은 작가의 희곡을 오페라 무대로 옮긴 현대성악앙상블의 창작오페라 <사막 속의 흰개미>를 골라봤습니다. 무용은 국립현대무용단의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참가작인 황수현 안무가의 <카베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이렇게 세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음악은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는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동방신곡 프로젝트에서 오예승 작곡가의 음악을 조명하는 무대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마리아 칼라스 기념 음악회까지, 총 여섯 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즐거운 관극이 되시길 바라며 허시어터는 다음 주에 풍성한 읽을거리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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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의 흰개미>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오페라 부문 선정작으로, 연극 <노스체>, <베드타운> 등을 쓴 황정은 작가의 희곡이 2018년 서울시극단 창작대본 공모에 선정되어 먼저 연극으로 선보인 바 있는 작품입니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고택에 살고 있는 대형교회 목사 가족들을 중심으로, 고택에 흰개미 떼가 출몰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나며 고택의 과거사가 함께 드러나게 되는데요, 연극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올려져 호평받았고, 이제 오페라 무대에서 새로운 관객들과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성의 자리가 비좁은 오페라 무대에서 여성 작가가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이 작품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레퍼토리로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일시 | 03.24 ~ 03.25 장소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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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황수현 안무가의 신작 <카베예>로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에 함께합니다. 국립극장은 레퍼토리시즌 출범 이후 전속단체로 남은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의 공연을 중심으로 시즌 프로그램을 꾸려왔는데요, 재단법인으로 독립했지만 국립 명칭을 유지하고 있는 타 예술단체(주로 서양예술)의 공연들도 레퍼토리시즌에 포함시키며 시즌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법인 독립 전까지 전속단체였던 국립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 그리고 국립이라는 명칭을 새로이 달게 된 국립심포니와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등이 레퍼토리시즌에 참여하고, 국립은 아니지만 유니버설발레단도 시즌 무대에 함께합니다. 2010년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은 초대 예술감독인 홍승엽 감독 시절 백성희장민호극장과 하늘극장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레퍼토리시즌에 정식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황수현 안무가는 퍼포밍과 관람행위 사이에서 작동하는 감각-감정-신체의 관계에 주목하는 작업들을 해온 안무가로, 신작 <카베에>는 지난해 구성된 리서치 팀이 1년간의 실험 활동과 워크숍을 통해 춤과 몸, 공연을 관통하는 감각에 대한 질문을 나누며 완성한 작품입니다. 제목의 ‘caveae’는 빈 공간, 구멍, 움푹 들어간 모양과 동굴(cave) 등의 어둡고 패인 다수의 공동(空洞, cavity)을 뜻하는 단어로, 황수현 안무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시각으로 지배되는 우리의 감각체계에서 쉽게 도외시되는 다른 감각들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해오름극장의 넓은 무대에 객석을 올려 무용수들과 관객들이 한 무대에서 감각을 공유하며 경험하는 공연은 어떤 무대가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시 | 04.07 ~ 04.09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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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레 무대에서는 유독 <지젤> 공연 소식이 많습니다. 3월에는 파리오페라발레단, 4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 5월에는 국립발레단이 차례로 <지젤>을 올립니다.
국립극장의 레퍼토리시즌을 마친 유니버설발레단은 부산과 강동에서 투어 공연으로 <지젤>을 공연하는데요, 부산에서는 손유희, 한상이 씨가 지젤로, 간토지 오콤비얀바, 이현준 씨가 각각 그들의 파트너로 나섭니다. 강동에서는 강미선,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의 지젤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드미트리 디아츠코프의 알브레히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무용평론가이자 극작가인 월터 소렐은 “모든 발레리나들은 지젤을 춤추고 지젤로 죽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작품 <지젤>의 인기만큼 이 문장의 무거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일시 | 04.07 ~ 04.08 장소 |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일시 | 04.14 ~ 04.15 장소 |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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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은 희극발레 <돈키호테>로 시즌을 시작합니다. 공연단체의 시즌은 보통 3월, 빠르면 2월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정기공연 주 무대로 사용하는 국립발레단은 겨울 동안 장기공연으로 이어지는 뮤지컬 공연과 무대를 나눠 써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데, 이처럼 시즌 개막이 4월로 미뤄진 경우는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국립발레단은 <돈키호테>를 전 부예술감독인 문병남 안무가의 버전으로 오랫동안 공연해 왔는데, 이번 <돈키호테>는 <해적>의 개정안무를 맡았던 단원 송정빈 씨가 맡았습니다. 올해 국립발레단은 투어 공연 프로그램을 <지젤>과 <해적>, <돈키호테>로 구성하고 있는데, 그만큼 안무가로서의 송정빈 씨의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시즌인 것 같습니다.
제목은 ‘돈키호테’지만 세르반테스의 소설에서 주인공이었던 그는 발레 무대에선 지나가는 조연에 불과하고 실제 주인공은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로, 극은 둘의 결혼을 반대하는 키트리 아버지에게 맞서는 유쾌한 소동극으로 전개됩니다. 3월에 연천과 공주에서 지역 관객들을 먼저 만났고, 키트리 역에는 박슬기, 심현희, 박예은, 조연재 씨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서울 발레 관객들에게는 두 발레단의 공연 일정이 겹쳐 어느 공연장으로 향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주간이 될 것 습니다.
일시 | 04.12 ~ 04.1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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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앙상블 소리는 2001년 한국 음악계에서 최초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활동을 시작해 우리 시대 음악을 꾸준히 탐색해 온 단체로, 4월에는 ‘동방신곡 프로젝트’의 네 번째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방신곡(東方新曲)은 현대 작곡가들, 그중에서도 21세기 이후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조명하는 무대인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오예승 작곡가의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오예승 작곡가는 연세대와 뉴욕대, UCLA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임지선, 이안 크라우스, 폴 치하라 등의 음악가를 사사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재해석한 2020년 작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이 있으며, 이번 무대에서는 오예승 작곡가의 실내악 앙상블을 위한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소프라노를 위하여>, 마림바와 앙상블을 위한 <Bedtime Story>, 그리고 초연작 재즈트리오와 앙상블을 위한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일시 | 04.10 ~ 04.10 장소 | 일신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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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리아 칼라스의 탄생 100주년(카루소는 탄생 150주년)입니다. 오페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칼라스의 성을 따서 B.C(Before Callas)와 A.D(After Diva)로 칭하는 것도 매우 유명한 이야기죠.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의 여신이라는 의미로 그를 라 디비나(La Divina)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가 무대에서 연기한 배역들 못지않은 매우 드라마틱한 생애사로도 유명한데, 칼라스와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했던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은 2002년 그의 전기영화 <칼라스 포에버> 개봉 후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헛소문 때문에 그녀가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그런 자신의 예술혼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그녀의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칼라스와 카루소를 함께 기념하는 이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 서선영 씨 등이 출연해 <카르멘>과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등의 주요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일시 | 04.16 ~ 04.16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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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허시어터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자 하시는 여성 창작자들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메일로 준비 중인 공연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위클리 허시어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주시거나 지난호를 다시 보실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리고 허시어터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시어터 메일(theatreher@gmail.com)을 주소록에 꼭 추가해주시고 지메일 사용자는 프로모션 메일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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