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4일  (No. 654)
카리스마적인 리더상은 이제 잊어 주세요

과거 고도성장기나 산업화 시대에는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가야 할 목표가 뚜렷했고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모든 정답을 아는(것 같은) 리더가 앞장서서 지시하면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VUCA' 시대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직관과 경험을 가진 천재 리더라도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문제는 리더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완벽함을 연기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을수록 구성원들은 점점 더 수동적으로 변해간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답은 팀장님이 다 정해줄 텐데, 내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나?"라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리더의 입만 바라보니까요.

브래들리 오언스(Bradley P. Owens)와 데이비드 헤크먼(David R. Hekman) 교수는 군대 장교, 기업 임원, 종교 지도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55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서 리더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팀원의 강점을 존중하며 기꺼이 배우려는 '겸손한 리더십(Humble Leadership)'을 발휘할 때 조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리더가 빈틈을 보이면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리더가 "나라고 해서 다 알지 못한다. 나도 성장하는 중"이라는 것을 보여줄수록 오히려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과 주도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직원들은 리더의 솔직한 모습을 보며 불확실성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수동적인 구경꾼에서 능동적인 문제 해결자로 변모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팀과 조직 전체의 성과 향상을 이끌어낸다는 것이죠.


2006년 멀랠리가 보잉에서 포드의 CEO로 구원투수 격으로 취임했을 당시, 포드는 무려 170억 달러(약 22조 원)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내며 파산 직전에 몰려 있었습니다. 멀랠리는 취임 직후 매주 목요일마다 경영진을 모아 '비즈니스 계획 리뷰(BPR, Business Plan Review)' 회의를 진행했죠. 그리고 각 부서의 진행 상황을 초록(문제없음), 노랑(문제의 소지가 있음), 빨강(문제가 생겨 일정이 지연됨)으로 색깔을 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임원들은 모두 자신의 프로젝트가 '초록색'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멀랠리 이전의 CEO들이 문제가 있고 실패를 인정한 부서의 장을 즉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몇 주 동안 '거짓 초록색' 보고가 이어지자, 멀랠리는 회의에서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올해 170억 달러를 잃게 생겼습니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습니까?"

마침내 당시 미주 지역 총괄 임원이었던 마크 필즈(Mark Fields, 훗날 포드의 CEO가 됨)가 총대를 멨습니다. 그는 신형 SUV인 '포드 엣지(Edge)'의 부품 결함 때문에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며 자신의 차트에 '빨간색'을 띄웠습니다. 회의 분위기는 곧바로 얼어붙었고 참석자들은 모두 마크 필즈가 그 자리에서 해고당할 것이라 짐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멀랠리는 화를 내는 대신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죠.

"마크!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마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를 목격한 포드의 임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바로 다음 주 회의부터 진짜 문제들을 뜻하는 노란색과 빨간색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비로소 전사적인 해결이 가능해졌고, 포드는 결국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합니다.

이제 홀로 외롭게 정답의 무게를 짊어지는 슈퍼히어로 리더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리더의 강인함은 완벽함이라는 숨 막히는 갑옷을 벗어 던지고 기꺼이 팀원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옵니다. "이 문제를 정말 모르겠네요. 이것에 대해 OO대리의 의견이 궁금한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더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빈틈을 보여주고 도움을 청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침묵하던 팀원들의 주도성을 깨우는 스위치가 될 겁니다. (끝)


*참고논문
Owens, B. P., & Hekman, D. R. (2012). Modeling how to grow: An inductive examination of humble leader behaviors, contingencies, and outcom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5(4), 78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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