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식당〉(감독 정재익, 서태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5 〈복지식당〉
5월 4일 오늘의 큐 💡
Q. 언제까지 격리해야 할까요🦼?
님, 자진납세부터 하고 시작할게요. '오늘 레터가 좀 짧은데?😟' 싶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요번주엔 양해를 부탁드릴게요. 지난 한 주 코로나 확진과 격리로 인해 레터 준비가 평소처럼 원활하지 못했습니다😷(진짜로요,,,) 한주간 집안에만 있다보니 참 답답하기도 하고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런 생활을 몇 년, 혹은 평생 지속해온 사람들도 있을 테죠. 이동약자라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집밖을 나서기 어렵고, 동반인이 있다해도 엄청난 각오 후 외출을 해야하니까요.

영화 〈복지식당〉은 정재익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사고로 인해 왼팔을 쓰기 어렵고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재기'. 하지만 재기는 장애등급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는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장애인 콜택시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기만 한 재기의 처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다가오게 되고,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 앞에서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재기는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영화의 제목에 '식당'이 들어가는 이유, 궁금하시죠? 정재익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실제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별로 없기 때문에 결국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모두 같은 식당에 항상 모이게 된다고 해요.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기고요. 의식주 모든 것이 제한되는 상황이 은연 중에 담긴 제목입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다소 제한된 모습으로 그려졌던 자폐 캐릭터를 보다 사려깊게 그려냈다는 이한 감독의 영화 <증인>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오늘 소개해드린 두 영화를 보시면 마음이 비참해지기도, 단단해지기도 할 거예요. 모두가 동등하게 세상 밖에 나갈 수 있는 것. 정말 중요한 이 시대의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어린이 역시 마찬가지겠죠? 내일은 어린이날인데요. 오늘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입장으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키즈🙅로 가득한 세상 대신 웰컴키즈!🙆 아이들의 눈높이로 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세요!

복지, 두 글자에 숨은 틈새로

〈복지식당〉


불 꺼진 누군가의 집 앞. 가로등 그림자가 새겨진 가파른 계단. 현관문을 열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 이 집의 주인 ‘재기(조민상)’는 계단을 올려다보며 그저 앉아 있다. 휠체어를 탄 채 왼팔을 떠는 재기에게는 닿을 수조차 없는 곳이다.

갑자기 닥친 사고는 재기에게 언어장애와 왼팔을 저는 외상을 남겼다. 누나 ‘은주(한태경)’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고 나서야 걸음을 뗄 수 있게 된 오늘이 낯설다. 모든 것이 뒤바뀐 현실이 재기에게 가장 먼저 내민 건 다름 아닌 등급이었다. 경증에 가까운 5급 장애인. 말을 더듬지만 언어능력을 구사할 수 있고, 하반신에 마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전화기 너머 상담직원의 목소리는 차갑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도 못하며 중증 장애인을 우대하는 채용공고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재기가 기댈 곳은 사회가 마련한 제도 뿐이었다.


새출발을 꿈꾸며 장애인 취업 센터를 방문했던 재기는 5급 장애인은 우선 채용 선발 기준에 박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좌절한 재기의 곁으로 한 남자가 휠체어를 밀며 나타난다. 재기의 사정을 들어주며 공감해주던 남자, ‘고병호(임호준)’는 자신의 일정에 그를 기꺼이 초대한다. 언어장애가 없어도 2급을 소유한 그는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여 재기와 함께 론볼 경기장으로 매주 향한다. 대신 콜택시 비용은 재기의 몫이다. (...) 이제 돈이 없다던 재기에게 장애인복지대출을 알려주며 강행한다. 급기야 은주에게 받은 두 달치 월세까지 뺏고 소송이 기각되었지만 변호사 선임비를 요구하는 고병호는 우리 사회 속 기득권의 모습을 투영한다.


(...) 장애 등급에 따라 나뉘는 삶과 제도의 틈 속에서 재기는 외친다. 자신에게 주어진 등급은 잘못되었다고, 나는 중증 장애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이르게 하는 제도의 부조리함은 그들의 삶을 잘 알지 못했던 나조차도 그 목소리를 듣게 한다. 아직도 재기가 법정에서 한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저는 지체장애 5급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취직도 하고 돈도 벌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콜택시도 꼭 필요합니다. 부디 제가 자립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끝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해주기 위한 명목으로 만들어진 제도는 도리어 그 명줄을 끊고 있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영화를 다 보고 두 발로 걸어나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얼마 전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출근을 하지 못한 교수님의 휴강공지와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의 엇갈린 단어가 점철되어 하나로 향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외쳐야 할 때다. 주인공 재기처럼 사고로 한순간에 휠체어를 타게 되었던 정재익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든 서태수 감독의 자리는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의 새겨진 문구, ‘모든 재기의 자립을 꿈꾸며’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기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인디즈 이현지

복지식당(감독 정재익, 서태수)|
극영화|96분|12세이상관람가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는 홀로 거동조차 힘든 중증에도 불구하고, 경증의 장애 등급을 받아 힘겨운 싸움 중이다. 
하지만 그의 딱한 사정을 봐준 선배 장애인 ‘병호’ 덕에 취업도 하고 대출도 받으며 희망을 되찾는다. 
그렇게 삶의 재기가 눈앞에 왔다고 여긴 순간 ‘재기’는 세상에 자신이 중증 장애인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2022년 4월, 세상의 문턱 앞에 선 ‘재기’를 만난다
소통의 본질은 하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증인〉


“선입견은 편견을 만들고 편견은 차별을 만든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증인〉이 영화부문 대상을 받은 뒤 정우성 배우의 수상소감 중 일부다. 선입견과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이 만연한 사회 속 인간의 바른 자세에 대한 이한 감독의 고민이 영화 〈증인〉에 담겨 있다.

영화 포스터에는 인상 깊은 구절이 적혀 있다.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다가왔다.’ 이 구절은 영화를 관통한다. 우리는 모두 삶을 살아가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순 덩어리의 세상과 마주한다. 거대한 세상에 맞서기에 ‘나’라는 개인은 너무 미약하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굳건히 닫고 시류에 휩쓸려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증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싶다는 지우.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나가기 힘든 사람과 소통하고 싶으면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검사 '희중'의 대사 中)

상대와의 소통은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세계를 열고 그 사람이 나오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공감과 이해의 실천. 가장 기본적이지만 어려운 방법.

지우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하고 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인디즈 김정연

증인(감독 이한)|
극영화|129분|12세이상관람가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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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한주 건강하게 보내세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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