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룽 카우룽인가 봅니다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친구들과 함께 만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보고, GPT한테 물어보고 필요한 재료들은 준비를 해두었는데

막상 직접 만들려고 하니 모든 게 참 어렵더라고요.

두부는 얼마나 짜서 넣어야 하는지, 소금은, 후추는 얼마나 뿌려야 적당한지...

어렸을 적 '고향만두' 게임 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참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맛도 배신하지 않아서 뿌듯함과 만두 몇 알씩 나눠 갖고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언제 이렇게 즐겁게 요리를 했나 싶더라고요.

퇴근 후 저녁에도, 주말 점심에도 혼자서라면 그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게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삶에 활력을 주는 콘텐츠를 셀프로 해봐야겠더라고요.

덕분에 평일 저녁 두어끼니는 뜨끈한 만두국 끓어먹을 수도 있고요. ☺️


이번 주가 가디건으로 버틸 수 있는 마지막이 아닐까요?

트렌치코트는 진즉에 넣어놨고

한 달 동안 이미 전기매트는 풀가동 중이지만

패딩은 조금만 더 아껴두고 싶습니다.


낙엽, 건조하지만 청청한 날씨,

일 년의 막바지로 치닿는 계절감

이런 것들이 모여 가을은 왠지 모르게

낭만, 고독, 추억 이런 단어들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는 가을맞이 세련됨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골라봤습니다.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다고 믿으면서요 🍂


* 본문에서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1. 긴 문장들로만 표현되는 것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작가 : 김보영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니, 제목부터 읽지 않아도 이건 사랑 이야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아마 어떤 형태로든, 참 많은 사랑 이야기를 살면서 접했던 터라 쓱 보고 넘기려고 했는데 그 아래 적힌 영문 제목이 눈에 걸리더라고요. <Stellar Odyssey Trilogy>. 얼마 전,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기나긴 여행기라는 게 참 많은 감정을 멋진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은 총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의 남자, 여자의 이야기와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로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는 가족들과 함께 알파 센터우리에 다녀오기로 하고, 그동안 흘러갈 9년이라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남자는 4년 6개월 간 지구 위 궤도를 돌며 시간 격차를 줄이는 배에 오릅니다. 그 기나긴 항해의 시작부터 서로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으며, 어쩌면 먼 미래에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대단하고, 또 황당하기도 한 일련의 사건들 틈에서 그 사람들이, 그 안의 사랑들이 어떻게 살게 되는지를 느낄 수 있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상대를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고, 현실에 지쳐 그 감정이 퇴색될 때에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고 먹먹한 심정으로라도 안녕을 비는 그 모습이 참 멋지고 세련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단 몇 개의 단어들로,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사랑보다, 이렇게 수백, 수천 글자의 기나긴 여행기로 표현하는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겠죠.


2.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플레전트 빌

👉 감독 : 게리 로스

👉 출연 : 토비 맥과이어, 리즈 위더스푼 외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어 벌써 단풍 구경을 다닐 때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들이 그렇게나 푸릇푸릇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 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예쁘게 색이 변해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때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단풍처럼, 흑백에서 컬러로, 영상매체가 변화하기 시작할 때엔 어땠을까요? 영화 <플레전트 빌>은 작품 속 흑백 TV 시대를 풍미했던 시트콤의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인데요.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이 마을에 컬러 TV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남매가 우연한 계기로 빨려 들어오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트콤 플롯에 충실하고, 그 시절의 통상적인 규범을 지키는 것만 알던 마을 사람들에게 둘은 감정 표현이 무엇인지, 색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하면서 플레전트 빌은 점점 컬러로 변해가는데요. 

흰 종이에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빨간 장미 한 송이로 시작되어, 흩날리는 분홍색 꽃잎, 푸르른 잔디, 활활 타오르는 불 등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색의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무채색의 세상이 점점 무지갯빛이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며 오는 감동이 또 있더라고요. 영화가 찍힌 1900년대 말엔 CG가 발전하지 않았어서, 컬러로 되어있는 촬영본을 역으로 부분 부분 흑백으로 만드는 것에 제법 많은 돈을 썼다고 하던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 시대에 이렇게 세련된 연출로 울림을 주다니. 그리고 그게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니, 참 놀랍지 않나요? 🥺


3. 오랫동안 세련된 노래를 닮아

내게로 와 (Mellotron Radio edit Remix Version)

👉 가수 : 클래지콰이 (Clazziquai)


아침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듣다가 단박에 원고를 이걸로 써야겠다고 주제를 맘먹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세련되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그대로 잊혀 지기 쉬운 시대에 아직 제 플레이리스트에 부유하고 있어서도 그냥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변치 않게 좋은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 세련되었다는 걸 잊히지 않게 하는 노래라니. 감히 계절이 가을만이라는 이유로 좇아가기 벅찰 정도의 레벨입니다. 먹고, 자고, 다시 일하는 굴레 속에 그래도 이렇게 세련됨을 놓지 않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 계절이 아직 지구 온난화에 덜 밀려나서 다행입니다.


4. 가을의 시처럼, 오늘의 시처럼

오늘의 시

👉 작가 : 김현

👉 수록 : 시집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 삶이 늘 시적일 필요는 없다 (후략)”


시를 다시 들여다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한창 바쁜 와중엔 무얼 모내기 바쁜지 모르겠지만, 텍스트를 꺼내기도 읽기도 어렵습니다. 그럴 때 슬며시 ‘너 읽을 줄 아는 아이였잖아’하는 이 계절의 온도가 고맙기도 합니다.


화자는 우리가 시적으로만 살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시작합니다. 이 가을처럼 그리고 시처럼 굴고 싶어서 꺼낸 첫 문장인데도 말이죠. 상필, 경언, 유뽕, 갱 … 지인들로 보이는 이름들이 익숙하게 이어지다 보니 점점 이 ‘시’는 시와는 멀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연까지 다다르게 되면 가을에 죽지 않아야 할 낭만은 뭔지, 그리고 시의 마음은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 첫 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꾸역 꾸역 고집하지 않아도 될 걸 아는 마음, 오늘이 다시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와중에 무얼 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지 아는 마음. 그게 우리가 지켜갈 ‘오늘의 시’라고요.


🥨 리코'S PICK <IVE 아이브 SPIN-OFF : CRUMBS FILM>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아이브는_보법이_달라 


연말을 곧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자아이돌 그룹이 대거 컴백을 하면서 또 눈과 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컴백한 그룹 아이브(IVE)의 신곡 <Looks Can Kill>도 신나는 비트에 재밌는 컨셉이라 잘 보고 있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공개된 이 스핀오프 필름, 수록곡 <Crumbs>의 짤막한 뮤직비디오가 정말 이마를 탁 치게 좋았습니다.
 
아이브는 데뷔 초부터 유난히 초등학생 팬이 많아, 일명 '초통령'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는데요. 어렵지 않은 가사와 멜로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과 컨셉 덕분인지 벌써 데뷔한 지 6년 차가 되었는데도 그 타이틀이 유지되고 있더라고요. 얼마 전 콘서트에서도 '아기 다이브(팬덤명) 대기공간'을 마련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인 바 있었는데 이번 스핀오프 필름은 정말 본격적으로, '아기 다이브'들과 함께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아이브가 서빙하는 요구르트를 마시며, 아이브의 포토카드로 게임을 하고, 함께 춤을 추며 노는 클럽이라니. 아마도 음악만 들었을 때 느껴질 이미지로 뮤직비디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클럽이 연상되었지만, 팬덤의 연령층을 고려해 오히려 위트 있게 포인트를 비틀어서 연출을 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배려심 있고 똑똑한 기획이라니, 제가 어린이는 아니지만 또 한 번 반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이어집니다.

👴 흥선'S PICK <더지로그 -  사회초년 시절 이야기🐥>

구매처 : 인스타그램

가격 : ₩ 0

#인턴시절_과장님이_물었다


원치 않는 오해를 사는 건 불편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와 다른 생각에 해명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근근이 늙어갈 바에는 무균실 같은 환경에 갇히고 싶습니다. 설령 그게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운명을 거스르는 것일지라도요.


작가는 어머니가 사준 가방이 사실은 ‘명품 로고’였다는 걸 나중에 깨닫습니다. 가짜가 가짜인지도 몰랐을 뿐인데 직장 상사에게 은근히 지적당하죠. 이 이야기는 참 개인적이지만, 제게도 비슷한 일들을 떠올릴게 합니다.


과거의 나는 얼마나 들키기 쉬워보였을까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얼마나 우스웠을까요? 어쩔 수 없는걸 알면서도 모든 면을 방어하고 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때의 나는 아니었으니까요.

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즈니스 제안/협업 문의는 이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