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로, 점자가 있는 핸드아웃, 수어 작품 해설 영상. 전시는 입구에서부터 모두를 초대하고 있음을,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모든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미술은, 미술관은, 전시장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죠. 《초대의 감각》은 우리가 너무 쉽게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감각의 경험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뒤집어 봅니다. 

돌, 나무, 가죽, 밀랍 같은 다양한 재료를 직접 만지면서 감각에 집중하게 하거나, 시각 이미지를 청각 이미지로 변환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들은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감각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각 재료의 감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글을 읽고 테이블 위에 놓인 나무를 가만히 만져보니 익숙한 재료가 새로운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어요. 나무는 정말 나이 든 이의 피부처럼 느껴졌고, 매끄럽고 단단한 도자는 강한 힘을 응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들여다보면서,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정치적 논의가 감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지는 못 했지만, 이 영화 저 영화 좋았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었어요. <마이에그즈>도 그런 영화 중 하나로, 다행히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서 늦게나마 보게 되었어요. <마이에그즈>는 비혼 여성 수진의 난자 냉동 도전기(?)로, 방송인 사유리 님의 비혼 출산에 이어서 결혼과 무관한 출산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