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 조경래 작가와 전국(戰國)

대체역사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조경래 작가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깊은 관심으로 탄생하는 또 다른 역사
조경래 작가 이야기
#전국(戰國) #대체역사 #환생 #회귀 #전쟁
🍳 좋은 작품들로 사랑받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그전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활자와 영상, 소재와 장르를 불문하고 보는 것 자체를 즐겼는데 그러다 내 글을 직접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팬픽을 썼는데 독자분들의 관심이 커지자 제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쓰여진 게 첫 작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이고 첫 작의 흥행에 자신감을 얻어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주로 대체역사물을 집필하셨는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역사 및 대체역사에 관심을 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네 작품을 꼽아보자면 첫 번째로 오료지 시즈카 작가의 ‘황금박차의 영웅전설’입니다. 이세계물의 선구자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배경이 백년 전쟁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도 흔치 않은 배경인데 이 소설로 백년 전쟁에 빠져들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다들 아시는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입니다. 이 만화는 제게 역사의 목차 같은 구실을 했습니다. 여기서 흥미 있는 주제를 발견하면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는 식이었지요. 세 번째는 오세영 작가님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쓴 역사물의 표본이라 생각하고 내가 만약 다른 소재로 이런 글을 쓴다면 이라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 상상이 이후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작품은 중국 주대황 작가의 ‘반삼국지’입니다. 서서가 조조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면 이란 가정하에 쓰여졌는데. 이걸 보고 삼국지 대체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 관심이 결국 작가의 길로 이어진 셈입니다.

🍳 집필하신 작품들을 보면 중국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은데, '전국(戰國)'만큼은 전국시대를 다루고 있어요. 배경 설정에 대한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중국의 전국시대를 다룬 작품이 삼국지 관련 작품만큼 많지 않습니다. 수호지 관련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도 비슷할 텐데 인지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지요. 그래도 워낙 써보고 싶은 시대라 언젠가 한 작품은 무조건 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시대지만 한편으로는 낭만이 숨 쉬는 시대라고 생각했고 제가 느낀 감정을 전국에 투영하려고 애썼습니다.

🍳 '전국(戰國)'이 어떤 작품인지,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독자분들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전국은 천하를 일통하려는 강대국 진나라에 맞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열국들의 투쟁기입니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는 스토리는 고전적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소재이죠. 주인공 못지않게 당시 유명한 군주, 장군, 명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었습니다. 별다른 인물 설명이 없어도 금방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삼국지와 달리 전국시대가 얼마나 매력적인 시대인지 어필하려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흥미롭게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능력 부족으로 100퍼센트 만족하게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는 되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염파와 항우, 유방, 한신의 인물 조영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면 더 즐겁게 글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전국시대 자체가 주는 매력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 전국시대의 7개 나라 중 조나라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자문에 기전파목(起翦頗牧) 용군최정(用軍最精)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시대에 백기, 왕전, 염파, 이목의 용병이 가장 절묘했다는 뜻인데 진나라가 2명, 조나라가 2명입니다. 그들만큼 뛰어난 장군이 전국시대에 없는 건 아니지만 천자문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한 인물들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염파와 이목을 좋아했습니다. '무능하고 방탕한 임금과 간신의 전횡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어떨까?'라는 의문은 전국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조나라는 진시황 영정이 어릴 때 볼모로 머물던 곳이라 애증이 교차하는 곳이고, 염파와 이목을 밀어낸 희대의 간신 곽개의 존재로 갈등 구조를 만드는 데 무척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품에 실존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행적이 꽤 상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을 집필하실 때 참고하신 문헌과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본 참고 서적은 매우 당연하게도 사마천의 ‘사기’로 민음사 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기를 옮긴 김원중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면식은 없지만 중국사 관련 책들을 볼 때마다 항상 옮긴이로 계셔서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전 중국사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을 겁니다. 당시 시대상이나 발전상을 다룬 책 중에선 시공사 역본인 ‘중국문명박물관-춘추 전국 시대’와 ‘중국문명박물관-진한 시대’를 베이스로 뒀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 공자, 논어, 맹자, 장자를 미다스북스 역본으로 읽었고 시경은 홍익출판사, 당시 경제 사건을 생생하게 다뤄준 시그마 북스의 ‘역사 속 경제 이야기’도 기억나네요. 학고방 역본의 ‘설 문해자와 중국 고대문화’는 당시 한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고대관제’는 당시 관제뿐 아니라 이후 시대의 관제까지 찾아볼 수 있어서 삼국지물을 쓸 때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책과나무에서 나온 ‘무경칠서’로 당시의 전략 전술을 배웠고, 글항아리에서 나온 ‘동주열국지 사전’도 귀중한 참고 자료였습니다. 인터넷 자료 중에선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에서 개설한 ‘중국학 위키백과(SinoWiki)’와 중국의 바이두 사전(구글 번역으로 이용)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 많은 자료를 참고한 만큼 인물 묘사도 신경 쓰셨을 것 같은데요. 특히 공을 들인 캐릭터를 알려주세요.
일단 가장 공을 들인 캐릭터는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의 주인공 이준경입니다. 군자를 지향하는 주인공인데 그 행보를 답답하게 보는 독자분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흔들릴 때도 있었는데 많은 분의 격려와 관심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첫 작이기도 해서 첫사랑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경과 대척점에 선 캐릭터가 있는데 ‘삼국지 마행처우역거’의 주인공 비관입니다. 비관은 캐릭터 조영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직장 경험을 투영한 캐릭터라서 그렇습니다. 직장에선 미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생각만 하던 판타지도 가미한 덕분에 글을 쓰는 내내 재미있었고 유쾌했습니다. 가장 고심하며 썼던 캐릭터는 ‘우리의 마음은 남쪽을 향한다’의 주인공 김휘였습니다. 역사 중에서 특히 근대 역사를 다룰 땐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평가가 안 끝났거나 논란이 있는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부분도 많아서 독자분들이 혹시나 오해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면서 연재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다루고 싶었던 소재였기에 묵은 과제를 해결한 듯한 후련함이 있습니다.

🍳 작가님을 독자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인생작이 궁금합니다.
많은 작품이 머리를 맴돌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작품을 빼고 생각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입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한동안 로마에 관련된 책만 찾아 읽을 정도로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음으론 폴 존슨의 ‘근대의 탄생’과 ‘모던 타임스’입니다. 각각 ‘불꽃처럼’과 ‘우리의 마음은 남쪽을 향한다’가 시작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줬습니다. 어른판 ‘먼 나라 이웃 나라’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기서 개별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그 개별 사건을 다룬 책을 다시 찾는 식으로 그 시대를 읽어갔습니다. 아, 인생작은 아닌데 최애 소장작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신영복, 기세춘 선생님의 ‘중국역대시 선집’입니다. 거의 모든 시대의 중국 시를 아우르는 책으로 제가 소장한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이고 그저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묵향이 나는 듯한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입니다. 장르매니아들은 누구나 다 아는 작품일 텐데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가 중학생이었습니다. 당시 이 작품을 읽고 받은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쓰길 바라는 장르소설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 대체역사물을 제외하고 시도해보고 싶거나 흥미로운 장르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1순위는 무조건 무협입니다. 10대에 영웅문을 읽고 장르소설에 입문했는데 당시엔 장르소설이 거의 무협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협을 주로 보게 되었는데 무엇을 봐도 정말 재미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의 향수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아버지와 부인도 무협을 좋아하는 터라 식구들을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낼 생각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재미있는 글을 읽다 보면 나도 같은 장르의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늘 받기에 무협 외에도 장르를 편식하지 않고 한 작품 정도는 돌아가면서 다 써보는 게 장기 과제입니다.

🍳 마지막으로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첫 글을 올렸던 때가 기억납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재미있다고 칭찬해주자 무척 설레고 기뻤습니다. 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퇴근하고 남는 시간마다 계속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게 될 거라곤 그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는 건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인식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취미로 쓰는 건 괜찮아도 이걸로 먹고 살 순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건 다름 아닌 독자분들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글 중에서 제 글을 선택하고 아낌없이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분들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을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재미있고 좋은 글을 쓰도록 항시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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