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팁> 32호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몇 주 전에 소개해드렸던 <아트앤팁 뉴스레터> 플랫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이제 이를 중심으로 운영해가려고 합니다. 우선 처음 소개드린 때부터 이미 유료 구독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런칭(?) 기념으로 첫 1개월 무료 이벤트를 준비했으니(때마침 파트너회사인 미디어스피어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줘서 나이스를 한 번 외쳤습니다. ㅎㅎ) 가입해서 구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후에는 정기구독이 되는데 결제 1주일 전에 이메일로 안내를 드립니다.

<아트앤팁 뉴스레터> 플랫폼은 처음 소개드린 것처럼 미술사 연구자들의 ‘학술단문’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매주 금요일에 보내드리는 뉴스레터는 이곳의 글을 중심으로 보내드릴 거에요. 점차 외부 기고의 글도 늘리고 시의성을 반영한 미술계 소식도 놓치지 않고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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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비가 내리고 급히 쌀쌀해져서 꽤 서운했던 한 주였습니다.

저는 언제 더웠냐는 듯한 변화, 언제 추웠냐는 듯한 변화가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1.

때로 예술은 탄압을 자양분으로 삼고 자란다.

정치권력이 예술을 탄압하는 일은 늘 있어왔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역사는 반복되지만 이 반복이 곧 지난 수 천년의 역사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담담하게 견뎌내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술에 대한 정치탄압의 대표적인 사례인 오노레 도미에의 <가르강튀아>를 소개했습니다.

오노레 도미에는 귀스타브 쿠르베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받습니다. 이들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유럽에서 회화예술이란 주제와 그리는 방법 모두 품격있는 것이어야만 했죠. 교훈을 주는 역사화, 고전 중에 고전인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고 가톨릭 종교화까지 성스럽고 고귀한 이야기만이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수 백년동안 이어져온 관습이었습니다. 정물화, 풍경화 같은 그림들은 이것들보다 급이 낮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혁명을 거친 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며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바라보기 시작한 이들이 각 분야에서 나왔는데 미술에서는 쿠르베와 도미에가 대표적입니다. 예술이 현실을 담기 시작한 것이죠. 이를 보면 18, 19세기는 전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성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가 화단의 주류에 편입되고 이윽고 무명화가들의 그림인 민화가 유행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서민들이 즐기던 가부키(歌舞伎)가 성행했고 가부키의 주연 배우를 담은 우키요에(浮世絵)가 함께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화폭에 담았던 오노레 도미에, 그리고 이를 힘으로 억눌렀던 루이 필리프 1세. 역사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고 그럴 때마다 예술은 탄압을 자양분삼아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2.

[기고]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초상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초상화는 회화예술 중에서 가장 원초적이자 정치적인 장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를 드러내고, 나를 과시하고, 나를 기억하고,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는지가 한 데 모여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때로는 가문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종교화로 고려 불화가 손꼽히는 것처럼 조선시대 초상화는 사실성, 필력 면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공식 이념으로 채택했던 국가답게 초상화가 사상의 산물로 기능할 때가 많았고, 때로는 초상화 표현 방식을 두고 격렬한 이념 논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초상화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경기문화재단의 심경보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초상화와 정치를 주제로 석사학위논문을 받은 미술사 연구자입니다. 이번에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초상화는 어떤 의미였을까?」를 주제로 기고를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미술사학자들의 글을 정기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니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3.

《한류! 코리안 웨이브》 /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

9월 24일에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에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내년 6월 25일까지 꽤 길게 하는 전시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미술 및 문화를 주제로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규모나 깊이 면에서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특별전’스럽게 준비한 것 같아 조금 놀랐습니다. 몇 년 전에 방문했을 때 중국관과 일본관은 제대로 갖춰진 방에 마련된 것에 반해 한국관은 지나다니는 복도를 개조하여 만든 것을 보고 아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네요. 외국에서 인정받는 것이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아해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ㅎㅎ

이 전시는 <잔해에서 스마트폰으로>, <K-드라마와 영화>, <K-pop과 팬덤>, <K-뷰티와 패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잔해에서 스마트폰으로>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문화사의 관점으로 조명했습니다. 이 섹션에 대한 글을 보니 연구를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한 것은 아니고 우리에겐 익숙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다만 외국의 관점에서 우리를 바라볼 때 어떤 점에 주목하고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여 특별한 감흥이 없던 조선시대의 갓이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 <킹덤>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모자의 나라’라고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던 현상을 접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만약 런던에 갈 일이 있어 이 전시를 보게 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할 것 같네요.

p.s.

아래는 이번 전시 사진들인데 언뜻 보면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