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미리보기
#작은도시이야기 소식
# Sammy Seung-min Lee이야기
# 자립건축 : 입장(入場)
# 우주정거장 황갈
# Floor Flower
# 홍천 잣 생막걸리
#7월 예술 소식

안녕하세요!👋

청두입니다.🎍

시인들 날이 많이 더워집니다. 모두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시길 바라는 마음이 커집니다. 더위가 큰 해를 끼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6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달엔 벚나무 아래 있는 화단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을지로엔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 극히 드뭅니다. 동서를 가르는 대로엔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남북을 연결하는 길엔 이팝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중 느슨하게 휘어진 한 중학교 뒷길을 따라가 보면 학교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은 큰 벚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4월 초가 되면 봄을 느끼고 싶어 괜히 그 골목을 따라 돌아가곤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도시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의 작은 건물들이 매워져 있던 자리는 거대한 쌍둥이 빌딩이 들어섰습니다. 여전히 느슨하게 휘어진 길이 있지만 전처럼 좁지 않습니다. 길이 새롭게 정비될 때 학교 담벼락 아래는 길쭉한 화단이 생겼습니다. 화강암이 쌓인 담벼락 아래로 영산홍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벚꽃이 피고 나면 붉은빛 영산홍이 담벼락을 덮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사계절이 지난 후 단정했던 화강암 담은 각종의 식생이 서로 경합하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이 햇빛을 두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고 넝쿨 식물들은 다른 식물의 긁은 가지에 의지하며 높은 곳으로 꽃을 피웁니다. 그렇게 다양한 풀들로 무성한 곳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다시 그 길을 지났습니다. 또 한 번 단정해져 있었습니다. 아마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에서 기부채납 목적으로 중학교에 조경을 전체적으로 손본 것 같았습니다. 전보다 조금 더 청록빛이 도는 화원은 딱 제 마음의 드는 채도였습니다. 그러다 몇 번에 사계절이 지난 작년의 화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지금 이 정갈한 모습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많은 식물들의 경합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정성을 들여 만들더라도 만든 이에게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후 그것을, 혹은 그곳을 더 키워나가고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그 자리를 점유한 이들의 몫입니다. 각자의 색과 형태로 영토를 점유하고 나의 필요에 의해 치열하게 변화시킵니다. 그게 자연의 모습이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 또한 닮아 있는 형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 역시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면 서서히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합니다. 누군가 욕심을 부린다고 하여도 온전히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때론 너무 정확하게 관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그런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한 없이 깨끗이 관리되어야 하는 사유재산으로 도시를 채우고 있습니다. 인쇄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쌍둥이 빌딩은 다시 인쇄소가 생겨야 하는 법적 제약으로 지하 3층에 인쇄소를 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건물 지하 주차장엔 물건을 쌓아 놓을 수도 없고, 종이를 옮길 때면 대리석 바닥에 상처라 나지 않도록 보양을 그때 그때 해야만 합니다.


변화의 여지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래서 다음에 올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간성을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물건은 나의 삶보다 더 오래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때가 되었을 때 어떤 환경에 따라 변화합니다. 자연에 의해서 혹은 사람에 의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도시를 상상해 봅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감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더 다양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장소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 각양각색 취향으로, 냄새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 작은도시이야기 6월 호 시작해 보겠습니다.🙌

STUDIO VISIT
Groove to the tunes that fuel artists’ creativity.

작가들은 작업할 때 어떤 음악을 들을까요. '스튜디오 비짓'은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그들의 PLAY LIST를 담습니다. 작년 7월, 스튜디오비짓의 시즌 1의 마무리를 공유드린 이후 지속적으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나가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작가 손원영과 일곱번째 작가 이마리아의 PLAY LIST를 공유 합니다. 더위가 지치게하는 오후 한켠에 무심코 틀어놓으시길 추천드립니다.  

Visitor Credit
  • DIRECTOR: KIM YEONGIN
  • PRODUCER: KO DAEWOONG
  • PHOTOGRAPHER: JEONG CHAERYEONG
  • GRAPHIC DESIGNER: CHOI DONGJUN

THE PLAYLIST OF ARTIST_06 손원영


손원영은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평면 회화를 기본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관계 Relations’와 그 ‘사이 in between’에 대한 테마를 퍼즐과 점 선 면 등의 조형요소들을 켜켜이 쌓아 올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대상과 대상의 다름 사이 뿐 아니라 매체 미학에 대한 탐구를 통해 주제의 확장과 예술의 적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구도심의 지역 재생 및 생활 실천적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17회의 초대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시아문화전당, 사비나미술관 및 유수 갤러리 등에서 기획한 전시에 100여 회 초대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귀뚜라미보일러 등에 작품 소장이 되어있다.


* 손원영 인스타그램 :   @artist.wonyoungson 

* 손원영 이야기 : 관계가 만드는 예술

THE PLAYLIST OF ARTIST_07 이마리아


이마리아는 런던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심리치료를 전공했다. 여행지와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찾고,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기록하는 작가로 살고 있다.


* 이마리아 인스타그램 :   @savethemint

* 이마리아 이야기 : 그림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

두 세계를 연결하는 공조자 《Sammy Seung-min Lee》


더운 날이었습니다. STEAM 교육에 보조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강사 선생님께서 자신의 옛 친구를 만나볼 것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합정역으로 향했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역과 멀지 않은 전시장에 들어섰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책'으로 전시하고 계신 Sammy Seung-min Lee 작가님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책'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은 교포였고, 소재는 한지였으며, 형태는 마치 작은 건축 모형 같았습니다. 특이한 구조로 열리는 책은 안에 작가님의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민자로서, 어머니로서 경험한 것들이 차곡차곡 작품 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작품과 함께 친절히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중략)


동료들과 함께 을지로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문화배경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장점이 마주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셨습니다.  두 개의 눈보다 여러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을 나누는 작가님은 최근 1년의 한국생활을 마무리하며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마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세상에 대한 존중과 애정으로 기꺼이 두 세상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조자를 자처하는 Sammy Seung-min Lee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연대 #교류 #공존 #방식
자립건축.自立建築 _ 주체적 건축 이야기

지난 5개월 동안 ACoop(에이쿱), 작은 도시이야기, 연세건축 studio X UNIT 2는 을지로의 문화 예술 공간을 자립건축'이라는 시각 으로 재발견했습니다. 이제 발견하고 해석해나간 과정을 공유해나갈 예정입니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적과 취향에 맞춰 건축물을 재해석하고, 공간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삶에 다양성의 방향을 제안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작을 열어봅니다.


첫 시작은 예술가 'C 작가'가 지난 2월 건축가 'J 소장'에게 보낸 편지로 부터. 

그리고 'J 소장'이 'C 작가'에게 보낸 답장으로 부터.


#01. 예술가가 건축가에게 보내는 편지  
#02. 건축가가 예술가에게 보내는 답신

우주정거장 황갈 / SPACE STATION TAN


산림동 1번지, 4층 난간에 기대어봅니다. 주변이 다 단층 건물이라 시야가 탁 트입니다. 푸른 산 아래로 펼쳐진 도시가 내려다 보입니다. 회색 천막으로 기워진 낡은 지붕 아랫사람들은 오늘도 부산합니다. 각자가 맡은 일에 몰두합니다. 누구는 뜨겁게 쇠를 갈아내고, 누군가는 바삐 물건을 옮깁니다. 복잡한 세상사가 켜켜이 쌓인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난간에 누군가의 모습을 닮은듯한 작품이 서있습니다. 상아 빛에 일부 그을린 작품은 손을 마주 잡고 있는 두 존재의 뒷모습을 닮았습니다.

(중략)

난간에 작품이 있습니다. 마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작가는 이곳에 서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오랜 도시를 조망하기도 했을 것이고, 자신의 작품들과 함께 꿈꾸며 서 있었을 것입니다. 옆에 있던 어떤 사람 덕분에, 함께 태동하고 있던 작품 덕분에 작가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때 서로가 의지해 서있던 난간에서 발견한 '우주정거정황갈'을 소개합니다.
#장시재 #산림동1번지

Floor Flower

김새녘

많은 종이 떼를 지어 살아갑니다. 함께함으로 생존의 확률은 높아집니다. 그들은 이동할 때 한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찰나에 공동의 목적지를 설정해 일사불란합니다. 하지만 각 개체 단위로 시선을 돌라면 서로 멀어지려 애쓰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간격을 유지가 관건입니다. 목적지를 향한 큰 흐름과 개체 간의 척력은 대치되어 보이나 서로 다른 두 힘은 개체와 군집 전체를 안정적으로 만듭니다. 

(중략)

가다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나의 정답은 무엇인지. 균형은 어떻게 잡아가는 것이 좋은지. 우선 가봅시다. 그렇게 자신의 꼴에 맞춰 길을 열어가길 바라며, 어렴풋이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함께 걷게 된 '김새녘'의 Floor Flower'을 소개합니다.
  "길을 걸으며 아직 밝지 않았던 아침 발은 어디로 갈지 헤매고 있어 아직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갈지 잘은 모르지만 따라가야지."

홍천잣생막걸리

시골양조장 소통


넓고 길게 뻗은 길을 걸어갑니다. 길을 따라 늘어선 도시엔 사람들의 삶이 x, y 축으로 펼쳐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길을 공유하고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도시의 혈관이 되어주는 길은 언젠가 누군가의 첫걸음으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들판은 수풀이 우거졌을지도, 산세는 웅장함을 자랑했을지 모릅니다. 눈이 쌓였던 그곳은 지금, 수많은 삶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있습니다.


이 땅에 쌓인 첫 발걸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막았던 장애가 사라지는 시점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간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 이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오늘, 지금 내가 이곳에 있습니다. 나는 앞서 간 사람들 덕분에 넓고 고른 길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합니다. 서로 사이에 존재한 장애를 넘어가기 시작한 첫 발걸음에 감사하며 '시골 양조장 소통'의 '홍천 잣 생막걸리'를 소개합니다.

홍천 잣 생막걸리

작은도시에서 열리는 전시, 공연, 프로젝트 소식을 전합니다.

본문 중 황갈 빛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4년 7월 작은도시 전시 소식

📢2024년 6월 작은도시 공연 소식

📢2024년 6월 작은도시 교육 소식

이상으로 6 작은도시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날은 더워지고, 땀은 비 오듯 흐릅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당장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짧은 고민이 길게 느껴집니다. 큰 벚나무 그늘 아래 자연스럽게 변해갈 화단을 생각하면 어쩌면 방향과 정도보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마음의 여백을 남겨 놓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잠시 남들이 가는 흐름에 몸을 실어보는 것인들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흘러가다 보니 어느 지점엔가 내 생각이 머무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 예술가가 그랬듯 차분히 그 자리에 서서 지나온 것들을 돌아보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펴봅니다. 주변에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을 내 기준으로  다듬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다양한 색을 연결할 궁리를 해봅니다. 그렇게 없던 길을 열리며 서로의 중력이 작동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야 할 길이 자연스레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이 거칠게 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주말엔 비도 많이 온다고 합니다. 시인들께서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덥고, 습하고, 지쳐도 건강히 잘 쉬어가며 7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작은도시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