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도 괜찮은 시간이 있기를

봄날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산책을 해요.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쓸모없음'이에요. 산책을 잘하는 건 없거든요. 쓸모없어도 충분해요. 산책이라는 취미가 생긴 때는 4년 전, 마지막으로 다니던 회사를 나왔을 때였어요. 그때 저는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여기며 무척이나 미워했습니다. 그 시기, 전엔 보이지 않았던 집 근처 산책로가 보이더라고요. 길 따라 걷고 걸으며 처음으로 잎이 노랗게, 빨갛게 단풍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땅으로 떨어지는 잎의 작은 소리를 들었고, 떨어진 잎의 수분이 빠져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어느 날은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는데요. 그 빛 아래 모든 꽃과 나무와 잎들이 반짝거리는 거예요. 눈부신 존재들을 보며 나도 햇빛 아래 있으니 눈부시게 보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이 쓸모없는 산책에서 평화를 발견합니다. 평화의 뜻은 ‘평온하고 화목함' 그리고 ‘보통의 이야기'. 벤치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의 평온함, 반려견과 다정하게 산책하는 이들의 화목함, 누군가는 길고양이의 밥과 물을 챙겨주고, 그 사람을 보고 멀리서 고양이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너른 산책길에서 늘 휠체어를 탄 이들을 만납니다. 보통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산책의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는 자신으로 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잘났다거나 못났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고, 그냥 여기 살고 있는 이야기 말이죠. 당신에게도 쓸모없는 자신이 되는 시간이 있기를, 지금 여기 사는 흔한 이야기를 편히 나눌 순간이 있기를 바라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총선 #여성 #진보

🔥 선거가 끝난 뒤 부서진 마음을 안고 뭐든 해보자!

4.10 총선 이후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나요? 결과를 보고 역시나 싶으면서도 기운이 빠졌습니다. 지지율이라는 명확한 숫자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얼마나 있나 가늠해보고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저마다의 이유로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총선 이후 어떤 모습이 펼쳐지고 있고,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전해볼게요.

 

  • 🗳️ 여성 당선인 총 36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체 15%뿐이에요
    • 이번 총선으로 가장 많은 여성 당선인들이 생겨나고 대전에서 첫 여성 의원이 탄생한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여전히 전체 15% 불과합니다. 22대 국회 당선자 평균 모습을 그려보자면 ‘대학원을 졸업한 50대 남성'이에요. 50대가 당선인의 절반에 가깝고, 성별로는 남성이 85% 차지했으며, 대학원 졸업한 당선인이 절반입니다. 국민의 이야기를 대변할 다양한 정치인의 얼굴이 필요한 상황이죠.

 

  • 🟢🟡 낙선한 장혜영 녹색정의당 후보에게 후원이 쏟아졌어요
    • 장혜영 의원은 총선에서 서울 마포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3위로 낙선을 했는데요. 낙선 인사를 한 후 3일간 수많은 후원이 쏟아져 후원 계좌에 3억이 모여 한도 초과로 마감되었다고 해요. 이에 장혜영 의원은 “정치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밝히며 자신을 후원하는 대신 녹색정의당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어요.

 

  • 🎤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제도권 정치는 변혁도 정의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물론 법과 제도의 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언제나 타협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으므로, 누군가는 선택을 받고 누군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현실 정치에서 오는 필연적 절망을 물리칠 힘은 사회 운동에 있다. 빈민, 난민,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퀴어/트랜스, 여성, 생존자/피해자의 곁을 절대 떠나지 않는 운동 말이다. 선거가 끝난 뒤 오래도록 부서진 마음을 안고 다 같이 사회 운동에 발을 들이자. 우리는 더더욱 분명하게 다른 길로 가자. 이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 하나만은 아닐 것이므로"



💬 무수의 코멘트

총선 당일,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탄을 했어요. 어쩜 이러냐고 말이죠. 그러다 답답한 마음으로 큐플래닛 채널 방송에서 권김현영님과 손희정님이 나눠주는 총선 분석을 들었습니다. 개표를 같이 지켜보며 5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방송이었는데요. 저는 끝부분을 조금 보게 되었어요. 그때 권김현영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권김현영 “그런 시간들을 견디는 수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마음 먹은게 뭐냐면, 진짜 진보정치에서의 페미니즘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져야 되는가를 비판만 하지말고 내가 만들어야겠다. 정말 이렇게 마음 먹었고 그래서 올해 안에 그런걸 같이 만들자. 만드는 작업을 페미니즘 정치학교가 되었든, 같이 청사진을 그리는 뭐가 되었든, 약간 그런 걸 띄워볼겁니다! 그래서 그걸 같이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만들어서 그 다음을 만들어보죠 뭐. 제가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를 손에 잡고 싶었어요…우리 언어도 더 달라져야 되고 훨씬 더 나도 그런 언어에 익숙해지고 서로 섞여야겠다. 이 사람들이 저를 변화시킬 수 있고, 저도 영향을 줄 수 있을거 같다는, 되게 구체적인 다른 사람들을 봤거든요. 그게 저한테 ‘앞으로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이냐’가 좀 잡혔던거 같아요. 나는 이제 이걸로 한 4년을 기회를 볼거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들을 견디면서 무언가를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말하는 권김현영님을 보며 저 역시 희망을 놓지말고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어두웠던 마음에 한가운데 따스한 촛불이 켜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희망을 말하는 이를 보며 희망을 얻고, ‘해보겠다!’ 외치는 이를 보며 저도 ‘해보겠다!’ 말하게 되어요. 뭘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견디며 가고싶은 곳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이야기를 더 많이 해보려고요. 총선 이후 가라앉은 마음에 힘이 된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같이 나눌게요!

#퀴어축제 #서울광장 #혼인평등권

🌈 그럼에도 굴하지 않겠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퀴어문화축제는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게 되었어요. 서울시는 같은 시기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행사가 3곳인데 그중 서울도서관의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만장일치로 선택했다고 밝혔어요.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공감하며 행사의 연속성 및 효율성, 대외적 신뢰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하는데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죠. 이에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입장문을 내고 굴하지 않겠다고 말해요!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는 지난 2015년부터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개최를 위하여 꾸준히 사용신고를 하고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절차에 저항하여 왔습니다. 서울시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결정을 떠넘겨왔고, 그 결과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불허 통보를 받게 된 것입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열린광장'이라고 명명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용 역시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서울광장의 대부분 행사는 서울시의 행사로 불공정하게 선점되어 채워져 있습니다…그럼에도 조직위는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6월 1일에 반드시 열립니다. 성소수자와 연대자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 바로 축제의 장소입니다. 조직위는 올해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어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열린 책<비 온 뒤 맑음> 북토크 자리에 대만평등캠페인 TEC의 조이스 텅 대표와 웡웡 활동가가 왔어요.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대만, 이곳에서 혼인평등권을 얻기 위한 과정과 현재 상황을 나누어 주었답니다. 그 이야기 일부를 나눠볼게요.


  • 🎤웡웡 “소통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노력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 사회운동은 한 명, 한 명 다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의 믿음 혹은 지지하는 바를 자신의 일상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게 사회운동이지 않나 싶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폭넓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조이스 “혼인평등법이 통과된 후 사회가 점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TEC에선 매년 사회인식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여자와 여자 혹은 남자와 남자가 키스하는 걸 봤을 때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 ‘있다'는 답변 비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원래는 부모가 그렇게 지지하진 않았는데 막상 자녀가 결혼을 하고 나면, ‘너희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거냐?’라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동하는 것을 목격한다. 법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법이라는 건 사람들의 사안이나 생각, 사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길고양이 #돌고래 #동물권

😡 동물이 죽은 이유를 찾는 ‘부검'이 거부당해요

길고양이 학대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특히 부검 요청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어요.

 

  • 💥 22년, 성북천에서 학대로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 발견하고 카라는 인근 고양이 급식소 훼손으로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거부당했어요. 이후 많은 민원이 잇따르자 부검이 진행되었고, 부검 결과 고양이가 외부 충격에 의해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 💥 23년 8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시민이 동물병원에서 부검의뢰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 💥 24년 3월 말, 길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신고자가 “독극물로 인한 고의적 폐사가 의심된다"며 부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허나 2021년 경찰청이 개정한 ‘동물 대상 범죄 벌칙 해설'엔 경찰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의 사체 부검 의뢰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어요. 허나 경찰은 모든 부검 의뢰를 현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에요. 이에 경찰 내부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화제가 된 건국대 거위를 폭행한 사람이 경찰조사를 받는 중이에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때리고 죽여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우리가 계속 해야할 거 같아요.



🏥 아파도 일해야했던 돌고래의 죽음

지난 17일 국회에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성미산학교 학생들, 윤미향 의원이 ‘거제씨월드'를 비판했어요. 이유는 돌고래들의 죽음이에요.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 ‘노바'와 ‘줄라이'가 병에 걸렸음에도 무리하게 쇼에 투입했고 결국 2월 말 두명 모두 죽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선 총 14명의 고래가 죽었어요. 원인은 폐렴, 신부전증, 간 질환, 장 꼬임 등 다양합니다. 


  •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 “지난 2월 큰돌고래들의 죽음은 거제씨월드의 동물 학대에 의한 치사가 명백하다. 행정조치 권한을 가진 경상남도청은 즉각적인 영업 중단과 수족관 허가 취소 조치를 취해야 한다…특히 노바는 사람이 몰리는 2월 24일 토요일에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쇼에 투입됐다가 죽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5조 야생생물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한다.”


  • 🎤윤미향 의원 “지난해 권고가 제대로 이행됐으면 노바와 줄라이는 안 죽었을 수 있다. 동물원수족관법 15조가 정하는 금지행위에 ‘생태설명을 제외한 공연행위'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돌고래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


이에 거제씨월드 수족관 허가 취소, 영업 즉각 중지, 동물학대 처벌을 촉구하고 있어요. 같이 이 문제를 지켜봐요.




🎤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모보이스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불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기다려요
한 달에 한 번은 사랑 이야기 가득 해보고 싶어요
이 자리는 당신의 자리입니다.
당신에게 전하는 두번째 질문!
"혐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순간, 그럼에도 사랑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 책・영화가 있나요?”
💌 모보이스 필요하다면 후원해주세요

당신에게 모보이스가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오래 해나갈 수 있도록 후원해주세요. 후원금은 커피 한잔 정도의 금액으로 받아요. 소중하게 받고 소중하게 쓸게요. 후원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면 친구들에게 모보이스 추천해줘요. 후원과 추천 모두 큰 힘이 됩니다!

3333249200220 카카오뱅크 홍슬기(모어데즈)

💛 후원해줘서 고마워요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것'이

'쓸모없는 사람을 찾아내 비난하는 것'을 뜻한다면

나는 절대로 어떤 쓸모도 있고 싶지 않다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아라이 유키
혐오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에게✨추천하기✨
모어데즈ㅣMORE DAZZ
홈페이지 moredazz.com
인스타그램 @moredazz.official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