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48번째 책편지(2026. 6. 25.(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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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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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넘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론리니스loneliness’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달리 적극적 고독 즉, ‘솔리튜드solitude’는 삶의 필연적 조건입니다. 혼자라는 느낌은 부모 형제, 연인과 친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입니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자기 말과 행동, 선택과 결정에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고독에 직면한 인간은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자기 말과 행동으로 답해야 하는 게 인생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장기 생애 연구를 이끈 로버트 월딩거는 75년간 수백 명의 생애를 추적하며 행복과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좋은 관계’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혈연, 지연으로 맺어진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돈과 명예 혹은 권력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성공한 인생은 물질적 부, 사회적 지위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철학자와 고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생의 진리를 우리는 외면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을 만들기 위해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혼자 산다는 건 수많은 기쁨과 슬픔의 대차대조표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성별과 나이, 직업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사람과 혼자 사는 사람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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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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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전체 가구의 42%가 1인 가구입니다. 대한민국의 표준이라고 생각했던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이제 소수가 되었습니다. 비혼, 독립, 이혼, 사별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 성적 정체성, 개인주의적 성향 등 다양한 이유로 1인 가구는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제 혼자 산다는 건 특별한 이웃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 사회 다수의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사회학자 김수영은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오랫동안 1인 가구를 연구했습니다. 고소득 전문직과 일용직 노동자 중 누가 더 대충 먹고 살까요? 1인 가구인 고소득자가 콜레스테롤과 열량 섭취가 더 높으며 식사도 자주 거릅니다.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고립우울군 또한 전문직, 관리직 1인 가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현대 사회의 문제와 인간 삶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사회복지학자인 저자는 1인 가구의 문제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본인이 선택했으니 스스로 책임지라고 외면할 상황이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혼자 살아야 하는 때가 옵니다. 생애주기별 가족 형태와 구성을 떠올려 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1인 가구로 살아야 하는 시기를 맞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도 모릅니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떠나고 배우자와 이별한 노년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로 결혼할 수 없는 세대까지 우리는 지금, 아니면 미래의 어느 날 필연적으로 혼자의 삶을 삽니다. 

  이는 대한민국만 겪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결혼하지 않은 이모와 삼촌들의 각별한 조카 사랑, 청년 1인 가구의 생존 커뮤니티, 혼자서 죽음을 맞이한 노인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과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삶의 이야기입니다. 직업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먼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등 다양한 저서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친밀한 공동체로서의 관계를 맺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실제 사례도 많고 다양한 공동체 실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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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 사회

이승연 지음 | 어크로스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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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조사에 따르면 19~59세 한국 성인 응답자 57%가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89%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회에 많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7년, “사람은 외로워서 죽을 수도 있다.”라는 메시지를 공식화하며 외로움을 공적 영역에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고독은 삶의 절대 조건이지만 고립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든, 여럿이 함께 살든 관계 단절은 인간의 삶에 치명적 영향을 줍니다. 

  젊은 여성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민낯 또한 ‘관계’라는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승연은 손익계산서를 두들기며 관계를 맺는 세태를 점검합니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외친 ‘쿠이보노(Cui Bono, 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는 법정에서만 통용되는 질문이 아닙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떠난 인간관계를 맺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인, 친구, 가족조차도 경제적 손해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세태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자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손절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진단합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에도 손절해야 하는 사람의 유형과 분류법에 관한 콘텐츠가 차고 넘칩니다. 유해한 인간관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조차 투자의 대상이 되거나 인간을 서열화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세상이 된 건 아닐까요? 저자는 대다수 청년 세대가 외로움을 호소하면서도 자발적으로 관계를 단절하고 손절하는 이유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의미 있는 관계의 부재가 모두 개인의 책임일 수는 없습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나르시시스트 손절법이나 회피형 친구와 결별했던 경험담이 아니라 자기 점검과 타인을 향한 환대가 아닐까요? 생각이 다르고 불편한 사람을 모두 손절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득이 없는 관계라고 해서 곁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타인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는 사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발적 외로움의 세계로 이끄는 유사 연애와 손쉽게 관계를 단절하는 비법이 최선은 아닐 겁니다. 무해함의 추구, MBTI, 캔슬 컬처, 사주팔자 유행, AI와의 사랑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며 손절이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되는 흐름을 경계하는 저자의 분석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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