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느 쪽이신가요?
[essay letter]
누군가의 인생에 드리워진 봄날 같은 순간,
혹은 제 시선이 머물고 바라본 순간이
제게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사진이나 글을 보다보면 어떤 시간이나 장소가
‘덜컥’하고 눈앞에 쏟아졌던 경험,
한번쯤은 다들 있으시잖아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그랬던가요. 

그래서 그 동안 보았던 것들을 그러모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글로 추억을 그려내고,
사진으로 말을 걸어보기도 할 겁니다.
‘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이야기,
봄을기억해는 그렇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훗날 이러한 작업이 제게도 근사한 돌아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봄편지를 발행합니다.

[봄을기억해]는 매주 월요일
글과 사진을 담은 뉴스레터로 찾아옵니다.
BOM LETTER_결이 맞는 사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좋냐는 질문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더 좋다. 내게 연애는 대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내 좋은 면을 발견하고 다가와준 사람에게 나도 좋은 사람일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또 없다. 돌이켜보면 내 삶을 지지받는 느낌이 들 때야 비로소 상대의 세계에도 관심이 가는 일이 많았다.

반대로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은 상대방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홀로 너무 마음이 앞서 있거나, 상대가 생각하는 연애 대상의 바운더리에 내가 포함되지 않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런 일들이 종종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최대한 감추거나 기다리는 편을 택하게 되었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제법 익숙해질법도 한데 여전히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는 적당한 거리감을 재는 것에 서툴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비슷한 속도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2. 07. 19. 부산 흰여울마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다"
그런가하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도 항상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먼저 다가오거나 누군가의 마음이 언뜻언뜻 느껴질 때면 그 나름대로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알게 된 누군가의 세계관이 매력적인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우리가 함께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한 번만 더!'를 외치며 그 사람이 가진 다른 부분들을 살피고자 애쓴 적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내가 앞서 결론지었던 이유를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시시때때로 연애가 성사되는 결정적인 요소는 타이밍이기도 했다. 서로 호감이 있고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는 촉이 왔지만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기라 상대가 만남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3주 정도 지나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이 왔을 땐 회사를 이유로 상대방과 먼 쪽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터라 도무지 만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만남이 시작되더라도 유지할 자신은 없었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별로인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때,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한참 후인 경우도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상대가 내 눈에 들어오고 그 사람의 보폭에 맞춰 발걸음을 함께하고 싶은 때가 덜컥 오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은 그렇게 해서 사귀게 된 경우도 있었으니 인연도 다 때가 있는 것이구나 싶다.

요즘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일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과 달리 쉽게 마음에 불이 붙지는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호감이나 취향, 상대를 향한 열정을 넘어서 서로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서로의 세계에 끌리고, 영혼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사람. 서로의 꿈과 삶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싶은 이를 만나고 싶다. 내 경우에는 그것이 예술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을 가진 사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가꿀 줄 아는 사람, 삶 속에서 여러 방면으로 경험의 폭을 넓혀갈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연결된다. 거기에 덧붙여 비슷한 속도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품는 상황이 일어나려면 그건 가히 기적이라 할만한 수준의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 VS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는 해묵은 질문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좋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어도 좋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만다.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가 알아볼 수 있다면 누가 먼저 손내미는 것이 중요할까 싶은 것이다. 그것이 내 삶에 일어날 기적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일어나게 되어있을 것이다.

한 편으로는 홀로인 지금의 삶 또한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 삶을 가꾸는 것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당장 함께 같은 보폭으로, 같은 방향으로 걸어나갈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좋다. 모두가 선망하는 무언가를 향한 발걸음이 아닌, 나다운 것을 향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껏 스스로를 고무시키는 느낌이다. 지금은 언젠가 서로의 존재를 알아볼 누군가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면 충분하다.
2022. 07. 19. 부산 흰여울마을
나는 오롯이 내가 될 거에요.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선우정아 - 휘파람_넌 심장을 도려내 보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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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너와 같이 하고파
낮에도 이 밤에도
이렇게 너를 원해
모든 남자들이 날 매일 check out
대부분이 날 가질 수 있다 착각
절대 많은 걸 원치 않아
맘을 원해 난
넌 심장을 도려내 보여 봐
아주 씩씩하게
때론 Chic Chic 하게
So hot So hot
내가 어쩔 줄 모르게 해
나지막이 불러줘
내 귓가에도는 휘파람처럼
이대로 지나치지 마요 너도 나처럼
날 잊을 수가 없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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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블랙핑크의 휘파람이라는 곡을 아신다면, 이 곡이 이렇게까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실 겁니다.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재탄생한 선우정아의 휘파람에서 저는 절제되어 있지만 호소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워풀하고 빠른 리듬이 강조되는 원곡과는 대비되는 느낌이지요. 특히 강조한 부분의 문구에서는 사랑을 갈구하는 절절한 마음마저 느껴집니다. 특히 "넌 심장을 도려내 보여 봐"라는 대목에서 잔혹동화풍으로 너의 사랑을 증명해봐 하는 느낌이 일품이랄까요?

사랑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 오로지 진실한 사랑만을 요구하는 듯한 가사가 제 마음을 움직이네요. 요즘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이어서 한 번 가져와봤습니다. 뉴스레터를 쓰다가 아래의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덤..
사랑에 눈 먼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연인에게 변하지 않을 사랑을 고백했고 연인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의 어머니 심장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당장 집으로 달려간 그는 어머니의 심장을 빼앗아 연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너무 서두른 탓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어머니의 심장도 길가에 내동댕이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붉은 심장이 말했습니다.

"얘야! 어디 다친 데는 없니?"
BOOK_나를 만든 책들
제가 주변에서 '읽을만한 책 없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권하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하면 충분한 설명이 될까요? 그는 소설가로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그가 가진 진가는 에세이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책에는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그가 지켜온 삶의 자세, 한결같은 삶의 태도를 고수하는데 달리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매혹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달리기보다는 10킬로, 15킬로 걷기 정도로 그치고 있지만 좀 더 준비가 되면 저도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님이 달리기에 관심이 없어도 읽는데 상관없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달리기 그 자체보다는 하루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품었던 태도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그 중 일부가 달리기라는 소재로 드러나는 느낌이랄까요?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이렇게 살아내고 싶어." 혹은 "내 삶에 대해 나도 이 사람처럼 진중하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적어도 저는 이 책을 읽고 바로 그런 종류의 열정에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안에 존재하던 불씨의 존재를 하루키의 글로부터 깨닫게 되는거죠. 제가 글쓰기를 꾸준히 해나가는 원동력 중 하나는 이 책이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존재 덕분이기도 합니다. 님도 스스로의 삶 속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한번쯤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PHOTO_일상의 기록
"빛을 관찰하라"
만약 사진가에게 요구되는 첫번째 자질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한 사무실에서 형광등을 켜는 것도 잊은채 빛이 그려내는 무늬에 빠져드는 것은 사진가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사실 이런 순간을 만났다면 찍을까 말까와 같은 선택지는 없습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사진도 타이밍이 지나면 끝이거든요 그러니 우선 카메라를 꺼내서 찍고 보는 겁니다. 
같은 조라고 모두 같은 양말로 깔맞춤한 거 실화? 😮
최근 제가 다니는 회사에 행사가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구소 운동회였는데요.
처음으로 치뤄진 연구소 운동회여서 걱정도 많았지만
운동회를 준비해주신 분들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행사였습니다.
덕분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퇴근길에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감탄이 나오지만 동시에 셈도 나기 마련입니다.
이런 날씨에는 놀러다녀야 하는데 말이에요.
날씨나 시간대가 다르면 똑같은 대상이더라도
느낌이 확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제가 주로 관찰하게 되는
대상 중 하나는 바로 건물의 조형이나 패턴입니다.

두 사진 모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각자가 가진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데요. 
이런 사진들은 S22 울트라를 사용하면서 생긴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0배줌으로 확대해서 찍을 때의 퀄리티가 제법 괜찮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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