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저녁, 평소엔 잘 가지 않는 동네에서 공연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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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Vol. 31
어느 주말 저녁, 평소엔 잘 가지 않는 동네에서 공연을 보았습니다. 무용수는 60분 동안 혼자서 무대를 채우며, 관객들 한 명 한 명과 진하게 눈을 맞추었어요. 👁️ 저는 이런 공연을 일주일 내내 그것도 매일 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와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의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실 저는 어떤 사명감이나 인류애를 갖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면서도 자기만족에 그치거나, 관객을 소외시키는 공연을 보면 화를 푹푹 내고요. 🔥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대해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부지런히 공연을 봐야겠습니다. 그건 제 안에 있는 열정을 찾는 여정이기도 할 테니까요.
- 다영 😇 -
결산 📆
8월 1일부터 31일까지 본 공연, 전시 등의 콘텐츠를 추렸습니다. (리뷰)를 누르면 민선과 다영이 작성한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원 픽’은 볼드체로 표시했습니다.
〈쿼드페스타 Glen Check 글렌체크〉
(촬영: 임다영)
민선

🖼 《2024 아시아프(ASYAAF)》 @백성희장민호극장 (리뷰)

🖼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아트선재센터

🖼 업체(eobchae) 《롤라 롤즈》 @SeMA 벙커

🖼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김지혜, 『가족각본』, 창비, 2023

📚 허휘수, 서솔, 『완전 (망)한 여행』, 출판사, 2024

📚 헨닝 만켈, 『스웨덴 장화』, 뮤진트리, 2018

다영

🖼 《2024 아시아프(ASYAAF)》 @백성희장민호극장

🖼 《POM》 @아트스페이스 이색

🎭 〈검은 산〉 @선돌극장

🎭 〈베어 더 뮤지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세종솔로이스츠 실내악 시리즈: Extraordinary Quintet!〉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 〈실수하고 살 수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양질의 단백질〉 @나온씨어터

🎭 〈정혜민 ‘code of engagement’〉 @MOTHER Offline 강남

🎭 〈쿼드페스타 Glen Check 글렌체크〉 @대학로극장 쿼드

🎭 〈해상명부도(海上冥府圖) 해부학 교실〉 @대학로극장 쿼드

🎭 〈TIMF앙상블 2024 SPICE II - 사라지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 박철호, 『햄릿 스쿨』, 알마, 2024

📚 에두아르트 뫼리케,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 민음사, 2017

리뷰 🔍
8월호에는 민선이 아트선재센터에서 보고 온 전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리뷰합니다. 전시를 보고 민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출처 : 아트선재센터  

휘리릭, 쿵 🏡💥

—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아트선재센터


전시를 보다 보면 그 작가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잔뜩 녹인 작품을 10개쯤 보고 있으면, 나도 그런 삶을 살았던 것만 같죠. 제가 보고 온 전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에는 그동안 서도호가 상상하고 실현시킨,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전부 모여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감정들이 라일리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서도호의 머릿속을 이리저리 오가며 그의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훑어볼 수 있는 전시였어요. 🧐

서도호, 다리를 놓는 집: 모형 1(1/16 스케일), 2015
(촬영 : 김민선)
작가의 작품 전반에는 ‘이주민’으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집’을 건물 사이에, 다리 위에, 건물 옥상 모서리에 끼워 넣으며 이주민으로서 경험과 감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아마 〈다리를 놓는 집, 리버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품일 겁니다. 이 작품에선 리버풀의 두 집 사이에 작가가 어릴 때 살았던 한옥이 끼어 있는데요. 🏡 재료와 구조가 주변과는 완전히 다른 집이 삐뚤어진 채로 끼어 있는 모습은 이질적이어서, 마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16분의 1 크기로, 그것도 전체가 백색인 상태로 만들어둔 미니어처 버전이 있었어요. 이 작업에선 한옥과 리버풀의 건물 간의 차이가 덜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어쩌면 작가가 경험한 한국과 영국의 문화가 생각보다 덜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20년 넘게 한 집에서 살다 보니 ‘이주’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저는 서도호의 작업을 보며 취직과 이직을 떠올렸습니다. 취직과 이직 역시 삶의 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고군분투해야 하니까요. 특히 근무 분야와 직무를 변경하는 과감한 이직을 선택했다면, 마치 낯선 문화권에 툭 떨어진 한옥처럼, 사무실 한가운데에 불시착한 외계인 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

사실 우리는 살아가며 이사, 취직, 이직, 은퇴 등에 의한 격변을 수없이 겪습니다. 저도 언젠가 새로운 문화에 툭 하고 떨어져,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긴 모든 것을 부정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16분의 1 크기로, 새하얘진 〈다리를 놓는 집, 리버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알고 보면 비슷한 구석이 많을지도 모르니까요. 👾

- 전시 개요 -

[제목]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장소]  아트선재센터

[공연 정보]  (URL)

[관람 일시]  2024-08-21

일정 🗞
이 달의 볼 만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사심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혜화동1번지에서 동인 페스티벌 〈장르 대축제〉를 시작합니다. 그 첫 작품은 바로 다영이 애정하는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열차〉인데요. 그동안 있다의 사려 깊고도 섬세한 작업을 재미있게 보았던 저로썬 이번 멜로드라마 장르로 어떤 공연을 보여줄지 기대가 돼요. 긴 소개 대신, 연출의도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옮겨 봅니다. 🌠
"사랑하는 대상을 마주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세계를 마주하는 일이다.
세계에 대한 사랑을 지속하는 일은
나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로맨스를
꾸준히 발견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도를 멜로드라마라고 선언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열차를 타고
‘세계를 사랑해보기’를 시작해보자!"
어느덧 9월입니다. 🍂 다영은 <I Dance the Theater>라는 현대무용 공연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 달에 공연이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에서 공연 정보를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sti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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