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살짝 말씀드린 대로 저는 부산과 창원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부산에 머무를 때는 아침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달렸는데, 센텀시티와 광안대교를 보며 뛰는 해변길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1시간을 넘게 달려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부산에 사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의 '민락수변공원'은 민락항 앞의 회센터에서 회를 포장해 밤새 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었다는데요. 부산에서 본 수변공원은 너무 아름다워 뛰다가 한참 서서 파도를 바라본 것 같아요.

요즘처럼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가게들이 오픈도 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오고, 오픈과 동시에 줄을 세우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명한 업장을 나와서도 혼자 묵묵히 100그릇의 음식을 파신 날 자축을 하시는 셰프님을 저는 참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 모든 건 제게 인상적인 한 그릇의 돼지국밥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일 겁니다. 참고로 이 가게의 사장님은 이런 분이시고요, 이 글을 읽고는 저는 정말 살짝 눈물이 났었네요. 근처 가시거나, 또는 호기로운 국밥을 드시고 싶다면 꼭 한번 걸음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독특한데, 저는 취향이었어요...😌

남대문 '자매식당'은 남대문 시장을 잘 아시는 분이 추천해주신 숨은 맛집으로, 중국인 자매 분들이 운영하는데 깔끔하고 다양한 음식이 무척 맛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요. 담백하면서도 잘 빚은 만두, 향라육슬 등이 특히 맛있었고, 짜장면은 정말 현지 짜장면이 나옵니다. (주문하면 '보통 먹는 짜장면이 아닌데, 괜찮냐고 물으시는데... 중화비빔면 풍으로 찐 에스닉 음식을 좋아하신다면 맛있게 드실 수 있으실 거에요) 한국말도 잘 하시니, 여럿이 가서 이것저것 드셔보는 걸 추천합니다. 

'함반'은 재밌는 곳입니다. 함박 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워 내주는데요. 좌석은 오마카세처럼 동그랗게 일렬로 앉을 수 있고 가운데서는 숯불 함박을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추천 메뉴는 '모아 함반'으로 닭, 돼지, 소고기가 순서대로 나오는데요. 좌석에 있는 6가지 다양한 소스를 조합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13.000원이라는 가격과 깔끔한 인테리어, 접객 방식이 재밌어서 한번 방문해볼만한 곳이에요. 

'푼토돌체'는 20년 12월 오픈한 파티셰리로 피에르에르메 를 비롯해 다양한 호텔 경력을 가진 이탈리아 셰프의 디저트 전문점입니다. 흔히 프렌치 디저트는 많이 접해도, 이탈리아 스타일은 드문데요. 향이 독특하고, 바디감이 있으며, 텍스처를 잘 활용한 디저트들이 많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기 보다는, 술이 생각나는 하드보일드함이 있달까요. 마침 선물받은 여기의 구움과자 세트도 굉장히 어른스러운 맛인데, 파프리카 향이 나는 깨뿌려진 치즈 과자가 얼마나 맛있던지 자려고 누우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2021년 오픈한 식당 중 많은 분들에게 No.1 식당으로 꼽힐 곳은 '회현식당'입니다. 깔끔한 사시미와 정성스런 찬들이 나오는 일식 정식이 가성비가 너무 훌륭한데요. 예전처럼 예약이 힘들지 않다니, 작년에 못 가보신 분들은 꼭 들려보세요. '요수정'은 언제 이사갈지 몰라 서강대 앞에 있는 동안 한번이라도 더 가야하는 레스토랑인데요. 인당 3만원에 6~7가지 다이닝 음식이 제공되는데, 콜키지도 저렴해 와인을 사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날 그날 셰프님이 공수하는 재료에 따라 굉장히 창의적인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죠.

가을 오픈한 서촌 '궤도'는 요즘 카페 트렌드를 보기 좋습니다. 5번에 나눠 마시라는 숙성우유를 사용한 '망종'이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BGM도 사운드클라우드로 세팅하거나, 가게 컨셉에 맞춘 영상과 인테리어 등 여러 디테일이 기억에 남는 곳이었어요. 작은 개인 카페에서 특별함을 느끼고 싶다면, 앤티크한 가구 사이로 분위기 있는 바리스타가 통돌이 로스팅을 해 커피를 내려주는 망원동 '마이샤'를 추천합니다. 조용히 건네주시는 스몰톡도, 가게의 정취도 무척 좋습니다. 역시 스몰토크로는 약수역에 문을 연 남미 스타일 에쏘바 '엘카페씨또바' 사장님도 아주 재밌으세요. 남미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언니가 내려주는 커피에는 각기 직접 구운 작은 과자들이 나오는데 어울림이 좋습니다. 누군가를 에쏘바에 데려가고 싶다면 강남구청역 '구테로이테'를 가세요. 앉아서 수다를 떨어도 좋을 분위기의 에쏘바입니다. 알렉스더커피 사장님이 새로 연 브랜드인 가산역 '인크커피'는 그 규모와 리모델링 방식 건물만으로도 가볼만 합니다. 빵도 맛있지만 자리도 많고 작업하기에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지난 한해 동안 제가 가장 자주 먹은 음식 중 하나는 샐러디의 '멕시칸랩'입니다. 사무실에서 샐러디를 시키면 늘 이 메뉴를 주문하죠. 광화문 '조감'의 스무디볼은 가게도 예쁘지만 스무디볼이 유명하다는 다른 곳에서 먹은 스무디볼 보다 여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올해의 식당 후보 중 하나였던 '광명돈까스'는 현재 '광명튀김덮밥'으로 상호가 바뀌어서 같은 사장님이 튀김덮밥을 하고 계셔서 후보에서 제외, 사무실 사람들의 최애 식당이었던 '쿠아타이푸드'는 음식을 담당하는 언니가 바뀌셔서 제외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특별한 '올해의 식당'은 어디셨나요? (있으시다면 제보해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