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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14 | 431호 | 구독 | 지난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미라클러님. 지난 주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BTS의 콘서트가 열렸어요. 약 2년 반만의 오프라인 콘서트가 한국에서 열린 것인데요. 누가 뭐래도 BTS는 한국이 낳은 최고의 글로벌 스타이고,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IP(지적재산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IP가 가진 힘은 IP를 사랑하는 커뮤니티, 즉, 팬덤에서 나옵니다.


오늘은 그래서 BTS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Hasbro)’와 이 회사에서 최근 일어난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2022년 지금 ‘팬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 

  1. 미라클브리핑
  2. 100년 역사 장난감 기업에 생긴 일
  3. 미국 너드 컬처의 끝판왕 
  4. 팬덤은 어떻게 폭발하나 
    👆클릭하면 현장소식으로!
    존재감 없던 자회사 출신이 CEO됐다
    100년 역사 장난감 기업에서 생긴 일
    왼쪽의 저 이질적인 여성은 대체? <해즈브로 트위터>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라는 회사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1923년에 만들어져 내년이면 100년 기업이 되는 이 회사는 상장사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난감’ 기업에요(시가총액 15조원으로 LG생활건강과 비슷해요). 해즈브로는 몰라도 아래 것들은 알고계실거에요.

     

    • 트랜스포머 : 변신 로봇. 영화가 유명하죠.
    • 파워레인저 : 변신 히어로. 
    • 플레이도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찰흙 장난감.
    • 모노폴리 : 블루마블 원조인 보드게임. 

     

    이런 것들을 장난감으로 만들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IP)을 소유하고 있어서 영화, 만화, 캐릭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에요. 디즈니만큼은 아니지만 IP의 힘으로는 만만치 않은 회사에요. 물론 해즈브로는 자신들이 소유한 IP가 아니어도 장난감을 만들긴 해요. 출발은 장난감 제조회사에서 했으니까요.


    계열사 사장이 그룹 CEO 되다!  

    최근 이 회사에 깜짝 놀랄만한 리더십 교체가 있었어요. 오랫동안 해즈브로의 CEO로 일해 왔던 브라이언 골드너의 후임으로 크리스 콕스라는 사람이 회사의 CEO로 승진했거든요. 그런데 크리스 콕스는 해즈브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난감 사업부문이 아니라 작은 계열사인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라는 회사의 대표로 있던 사람이었어요. 100년 역사의 장난감 회사에서 장난감 쪽이 아닌 ‘게임’ 부문에서 처음으로 대표가 된 거에요. 게다가 그 게임이라는 것이 컴퓨터게임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만나서 하는 ‘보드게임’ 같은 것이었어요. 바로 ‘매직 더 개더링’과 ‘던전즈앤드드래곤’이라는 게임을 만드는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라는 회사의 대표가 CEO가 된거죠.

    D&D와 매직더개더링
    미국 너드 컬쳐의 끝판왕
     <기묘한이야기 유튜브>

    D&D를 아시나요?

    미라클레터를 읽으시는 분들중 던전즈앤드드래곤즈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1%도 되지 않으실 것 같아요. 보통 D&D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넷플릭스의 유명 TV시리즈인 ‘기묘한이야기(Stranger Things)의 제일 첫 편에 보면 주인공 꼬마들이 둘러앉아서 하는 게임이 바로 D&D 에요. 1974년 미국에 처음 등장한 이 게임은 우리가 하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원조에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너드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인식되어왔어요(빅뱅이론을 비롯해 수많은 시트콤에 나오죠).


    매직을 아시나요? 

    던전즈앤드드래곤 만큼이나 유명한 너드게임이 매직더개더링이에요. 1993년 등장한 이 게임은 유희왕이나 포켓몬 카드게임과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원조에요. 북미에서는 D&D만큼이나 많은 팬을 가지고 있어요.  

    두 게임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실물을 가지고 직접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못했죠. 그래서 비디오게임처럼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아주 매니악한 소수의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되었어요.

    케니가 하는 게임이 매직더개더링 <사우스파크>

    CEO가 된 너드

    해즈브로는 매직더개더링과 D&D의 IP를 보유한 위저드오브더코스트를 1999년3억2500만달러에 사들이는데요. 이 너드들의 게임에 큰 관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보드게임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이야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던 크리스 콕스를 CEO로 데려오는데요. 기존 CEO와는 다르게 그는 D&D와 매직더개더링의 팬이었다고해요. 너드게임 회사의 CEO로 너드를 데려온거죠.


    유튜브 방송이 대박나다

    그가 위저드오브더코스트의 CEO가 된 이후 D&D와 매직더개더링에 엄청난 일이 생겨요. 가장 큰 것은 D&D를 하는 모습을 트위치로 중계방송하는 ‘크리티컬롤’이라는 쇼가 2017년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 지금까지 누적 시청만 900만회. 지금도 트위치 모든 채널 중 수익 1위! 이 쇼의 경우 처음에는 어렸을 때 D&D를 게임으로 했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는데 인기를 끌면서 신규 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다보니 다시 ‘기묘한이야기’같은 대중적인 드라마에 D&D가 언급이 되고, 이것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신규 유저가 늘어나면서 ‘고인물’로 가득했던 이 서브컬처에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코비드19 효과까지 

    여기에 2020년 코비드19가 유행하면서 북미에서 D&D는 본격적으로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줌 회의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 화상을 통해서 D&D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거든요.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오프라인 게임이 디지털화가 이뤄진 거죠. 뿐만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 더 뛰어났던 매직더개더링도 역시 코비드19 효과와 함께 성공적인 온라인 버전을 내놓으면서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렸어요. 

    D&D 방송이 한국에서도 시도된 적이 있어요. <침착맨 유튜브>

    팬덤을 가진 슈퍼IP의 힘

    2월 발표된 해즈브로의 연간실적을 보면 위저드오브더코스트의 두 IP가 회사의 실적을 어떻게 끌어올렸는지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컨슈머프로덕트(장난감)부문이 2020년 36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서 2021년 39억달러(4조 8000억원)로 매출이 9% 늘어났는데 반해 위저드오브더코스트 부문은 매출이 9억달러(1조1100억)에서 12억달러(1조5000억원)로 42%나 뜁니다. 더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 부문인데요. 장난감 부문이 4억 달러(5000억원) 영업이익을 낸데 반해 위저드오브더코스트 부문은 5.5억 달러(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냅니다. 세계 1위 장난감 회사인 해즈브로의 이익 절반이상이 장난감이 아니라 ‘너드 게임’부문에서 나온겁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여기에 영화 등이 속한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D&D와 매직더개더링의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요. OTT 발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들이 앞 다퉈 D&D와 매직더개더링의 영상화 판권을 사갔거든요.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면 다시 게임으로 유저가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스 콕스가 비 주류 출신으로 최초로 해즈브로의 CEO가 될만하죠?


    내가 직접 회사를 바꾸겠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지난달 해스브로 지분 2.5%를 들고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나타나서 위저드오브더코스트를 해즈브로 로부터 분사시켜야한다고 주장했어요.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좋은 위저드오브더코스트의 현금이, 매력이 떨어지는 해즈브로의 장난감 비즈니스에 쓰이고 있다는 것. 그는 위저드오브더코스트가 창출해낸 현금은 위저드오브더코스트를 위해 쓰여야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 펀드의 매니저가 매직더개더링의 오래된 팬이었어요. 

    회사의 신임 CEO와 이 회사를 바꾸려는 헤지펀드의 매니저가 모두 회사가 보유한 IP의 너드(팬)였던 거죠. 팬들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IP를 보유한 회사를 내가 직접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 쯤 해본적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그게 현실이 되었어요!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팬덤

    D&D와 매직더개더링의 유저는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D&D의 경우 약 5000만명, 매직더개더링은 20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실제 활동 유저라기보다는 40~50년에 걸친 누적 구매자를 더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어렸을 적 추억으로 인해 이를 좋아하는 소위 ‘라이트 팬’의 가치도 크다는 것이에요. 실제로 비디오게임은 안해도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그냥 구매만 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요. 최근에 국내에서 '포켓몬빵'이 유행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추억'도 팬덤을 결집시키는 중요한 요소랍니다.  

    팬덤은 어떻게 폭발하나

    서브컬처의 힘.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BTS giphy>

    소개팅때 말하기엔 부담스런 취미 

    던전즈앤드드래곤이나 매직더개더링은 우리가 말하는 ‘서브컬처’의 영역에 속한 취미들이에요. 너드 혹은 오타쿠 라는 단어로 이 서브컬처의 팬덤을 설명할 수 있어요. 그렇다보니 이런 취미를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기에는 웬지 부끄러운 취미에요. 😳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서브컬처’나 ‘너드’에 대한 세상의 시각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당연히 팬덤이 가진 막강한 화력(구매력)때문이죠. 🔥🔥🔥


    결국은 화력이 깡패

    BTS가 북미에서 대세가 되기 전 K팝은 젊은 여성들의 서브컬처였다고 해요. 1-2년 정도가 아니라 10년 이상 K팝을 좋아한 팬덤이 있었고 그들은 북미에서도 비주류였다고 해요. 그러다가 BTS가 점점 더 많은 팬덤을 구축하면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규모가 되버렸죠. 높은 충성도를 가진 기존 팬덤이 있던 커뮤니티에 새로운 팬들이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한 것.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진 팬덤의 화력이 소셜미디어, 뮤직비디오, 음악차트, 음악시상식을 하나하나 점령하면서 BTS는 주류가 된 것 같아요. 


    마이너 정서가 주는 결집력

    이처럼 결집된 팬덤이 일반 대중들보다 강력한 화력을 발휘한 것이 K팝에 성공한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하이브, 위드유)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강력한 화력과 충성도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서브컬처에서 시작했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일 것 같아요. 자신이 주류가 아니라 소수에 속한다는 것은 팬들에게 엄청난 충성도를 만들어 주니까요. 


    성공적인 디지털화

    비슷한 성공과정이 D&D와 매직더개더링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둘 다 대표적인 너드 문화였는데 어떤 이유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팬들이 늘어나고 디지털화가 이뤄졌어요. 이것이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6800억원의 알짜 회사가 만들어진 비결이었어요. BT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팬덤을 모았던 것처럼 D&D와 매직더개더링은 유튜브와 트위치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팬덤이 폭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1. 기존의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IP가

    2.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의 힘을 통해

    3. 많은 신규 팬을 커뮤니티에 유입시킬 수 있다면


    IP가 크게 성장하고 그것을 가진 기업의 가치도 크게 오르게되는 것 같아요. 


    남성의 취미에 대한 이성의 호감도. 빨간 원을 주목하세요.

    팬덤은 돈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서브컬처가 막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을까요? 미국의 최대 팬덤 커뮤니티인 ‘팬덤닷컴(fandom.com)’은 이름 그대로 팬덤이 두텁게 구축된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다루는 기업.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TPG의 투자를 받고 지금은 연 매출이 2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팬덤닷컴은 정말 다양한 종류의 IP와 팬덤을 다루고 있어요. 어떤 것들이 인기가 있는지 한번 볼까요?


    게임 : GTA, 엘더스크롤, 매직더개더링, 마인크래프트, 젤다의전설, 포켓몬스터

    영화 : 스타워즈, 해리포터,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DC, 반지의제왕, 트와일라잇  

    TV드라마 : 닥터후, 워킹데드, 왕좌의게임, 위처, 스타트렉, 스폰지밥

    아니메 : 나루토, 드래곤볼, 원피스, 신의탑(K웹툰), 진격의거인


    2차 창작과 내부경제

    모두 엄청난 파워를 가진 IP들이 모여있는데요. 이같은 서브컬처를 바탕을 둔 팬덤의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어요. 바로 팬덤의 2차 창작과 팬덤 내부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것. 성공한 팬덤은 IP를 소유한 회사나 저작권자가 제공해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아요. 팬픽, 팬아트라는 형태로 계속 2차 창작이 이뤄지죠. 이런 2차 창작물은 IP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팬덤이 소비하는 중요한 콘텐츠이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팬덤내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저요. 아이돌 팬들의 일일 카페나 한정판 피규어 거래같은 것이 대표적인 '팬덤 내부 경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치 채신 미라클러님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어렸을 적에 서브컬처에 깊게 빠져있었답니다(덕밍아웃!). 🙄 하지만 일반인(?)으로 오래 살아오다가 미라클레터를 쓰면서 이 분야를 다시 공부해보니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IP와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팬덤의 구매력이 부각되면서 기업들도 이 영역을 진지하게 투자영역과 비즈니스모델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파편화된 미디어 소비가 일반화된 21세기에 서브컬처 팬들은 적지 않은 규모거든요. '1000명의 진정한 팬만 있다면 크리에이터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2008년 케빈 켈리의 글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런 진정한 팬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서브컬처의 팬덤은 강력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레터는 마음에 드셨나요? 지금 미라클러님들께서 읽고 계신 이 마무리 부분이 제가 가장 망설이면서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부분이랍니다. 오늘은 독자님들께 무작정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레터 전체를 읽고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독일 원전에 대한 부분을 지적해주신 독자님, giver 에 대한 소재를 제안해주신 독자님, 찌게를 잘 못 쓴 것에 대해서 지적해주신 독자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남겨주신 피드백이 다음 레터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미라클러님들의 멋진 한 주를 응원할게요!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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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am MIRA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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