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시사IN> 경제국제팀 김동인 기자입니다. 오늘은 제가 요즘 느끼는 ‘이상한 감각’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들은 보통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세상을 관찰할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아이템은 ‘이거 왜 이래?’ 같은 ‘감’으로 시작해 취재에 들어갑니다. 상속세가 문제가 될 때면 ‘아니 세상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속세를 내길래 이 난리야?’라는 생각이 들고, 주식 밸류업 뉴스를 접하면 ‘기업 가치는 본업을 잘하는 게 우선 아니야?’라는 의문이 생기죠.

제가 최근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 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22일에 남긴 한마디였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는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이 자본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제도를 방치하면 청년들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금투세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논외로 하고, 저는 이 말에서 ‘청년’과 ‘자본시장’이 연결되는 지점이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의문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1) 청년들의 자산 형성이 자본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2) 청년만 자본시장에 뛰어든다는 말인가. 3) 청년이 아닌 다른 이들은 자본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지 않다는 건가. 4)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그럼 국가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5) 현실적으로 자산 형성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 청년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한동훈 대표가 말하는 건 이런 것이겠죠. ‘요즘 청년들은 예금이나 적금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직접투자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고 ’자산 사다리‘를 밟아나간다. 그러니까 이들이 불안해하는 정책은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라고요.

그런데 이른바 ‘개미’는 진짜 청년뿐일까요?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개인의 직접투자가 활발해졌고, 투자 대상도 국내 주식뿐 아니라 채권, 금, 해외 주식 등으로 확대된 건 사실일 것입니다. 허나 ‘청년’의 경우 모아두는 종잣돈도 그렇고, 실제 운용하는 금액도 다른 세대에 비해 적습니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실제 운용 성과도 가장 좋은 ‘돈 덩어리’는 알고 보면 연금입니다. 연금을 꼬박꼬박 낸 중장년이 실제로는 자산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굴리고 있는 셈이죠.

청년 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정치인 본인들이 2030 세대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요즘 청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시장에 참여한다고 느낄 테니까요.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생각하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민감한 투자자’는 사실 청년이라기보다는 관련 정책에 대한 피드백이 큰 사람들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산시장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청년이라기보다는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액이 많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물론 한동훈 대표의 저 말이 일정 정도 정치적 효과는 있을 겁니다. 투자액이 적더라도 금투세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민감성은 높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자산시장을 마치 청년을 위한 놀이터처럼 표현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직접투자를 통해 자산 형성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정치적 수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직접투자를 하지 않는 또 다른 청년들은 한 대표처럼 영향력이 큰 사람의 이런 말을 ‘나도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건가’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가급적 주변 사람들한테 자산 중 일부라도 주식으로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식에 자산이 노출되는 것’이 내가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직접 매수 버튼을 눌러 주식을 들고 있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간접투자가 가능하고, 오히려 이런 간접투자가 운용 성과는 더 좋다고 보는 편입니다. 눈물 나는 이야기이지만, 테스트 삼아 직접투자 계좌와 IRP(퇴직연금) 계좌의 수익률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시장이 좋든 나쁘든 평소 일하느라 바쁜 제가 종목과 시장을 일일이 살펴보고 고르는 것보다 그냥 IRP에 맡겨두는 게 결과적으로는 낫더군요(그렇다고 독자 여러분께 IRP를 홍보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주식으로 돈 벌어서 자산 사다리를 만드는 청년’이라는 개념은 어쩌면 허상일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태생적으로 안정적일 수 없습니다. 변동성이 있어야 수익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시장에서 소총만 들고 도전하라고 청년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금융시장이 좀 더 확대되고,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경제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주식을 잘하는 방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과거에도 ‘좋은 경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특집 기획기사를 쓴 적도 있죠. 돈을 관리하고 모으고 불리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며, 정치와 민주주의는 이를 장려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열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서 ‘청년=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위한 돈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한국 금융교육의 잃어버린 10년  금융 교육 확대 10여년, 영국의 오답노트)민주주의는 ‘돈에 초연한 정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재정을 확보하고 예산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 대해 매우 꼼꼼하고 면밀히 논의하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실무적 핵심 능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돈과 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치는 오히려 돈의 논리만 가동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를 예방하고, 돈의 논리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왕개미였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반평생 강남에서 살며 현재 ‘부천 빌딩 건물주’이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가능하다면 제대로 된 돈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시사IN> 기자들도 정치와 돈이 만나는 지점에서 기묘한 거짓을 꼬집어낼 수 있는 밝은 눈을 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