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감독 김록경)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8 〈잔칫날〉 12월 16일 오늘의 큐 💡 Q.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님, 한주간 잘 지내셨나요? 님의 마음은 안녕한지, 안부를 묻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네요! 요새 주위를 둘러보면 이래저래 속상하고 힘든 친구들이 눈에 띕니다. 너무너무 매서운 추위 때문일지도, 혹은 오래 지속된 코로나19 속에서 맞이하는 연말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를 슬프게하는 것들 많고 많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정말 상황이 야속하기 그지 없어요.😭 김경록 감독의 영화 <잔칫날> 속 남매, 경만과 경미는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며 살아갑니다. 아버지가 돌아간 그 날, 두 남매는 현실로서의 장례를 마주합니다. 장례에 드는 엄청난 돈과 시간, 서로를 돌보며 일찍이 어른이 된 두 남매에게도 지난하고 힘든 과제인데요.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할 여력도 없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경만은 자신의 주업인 행사 MC로 잔칫집을 찾아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이 둘을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애도할 시간을 주지 않는 이 사회의 현실일지도 모르겠어요. 시간도 나라도 다르지만 비슷한 슬픔을 다룬 영화, 다르덴 형제의 99년작 <로제타>를 소개해드립니다. 이 영화를 소개해드리는 이유! 바로 벨기에에선 이 영화의 이름을 따 청년실업정책인 '로제타 플랜'을 내놓았기 때문이에요. 현실을 그려내는 영화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지도요! 님, 한해가 너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에게 영화가 남아있답니다! 연말이면 빼놓을 수 없는 연말결산! 인디즈 큐와 함께 랜선 연말시상식해요!🎉 올해 인디즈 큐가 다룬 영화들 중 가장 좋았던 영화를 투표하면, 연말에 특별레터로 찾아가겠습니다. 마지막에 있는 연말결산 투표 내용을 꼭 확인해주세요!❤️
〈잔칫날〉 리뷰: 구체적인 장례 이 영화에서 장례는 어두운 색채, 처연한 기운, 상실의 감정 등으로 그려지는 추상이 아니다. <잔칫날>은 한 사람의 죽음 이후에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경만(하준)은 행사 원정을 다니는 무명 MC이다. 동생 경미(소주연)는 휴학생이다. 경만과 경미는 오랜 시간 입원한 아버지를 교대로 돌본다. 이 남매는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인 상황에 능숙해 보인다. (...) 경만은 행사가 끝나고 전화로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부랴부랴 돌아온 경만의 앞에 순식간에 많은 선택지가 쌓여 있다. 영정 사진은 무엇을 고를지, 제단 장식은 어떻게 할 건지, 조문 음식에 육개장을 할 건지 소고깃국을 할 건지, 어떤 관을 선택할 건지, 화장인지 매장인지 같은 질문이 몰려든다. 그때 경만이 어떤 게 가장 저렴한 건지 되묻고, 그래서 육개장 대신 시래깃국이 결정될 때, 그제야 장례의 구체성을 깨닫는다. 장례의 온갖 군데엔 비용이 따라붙는다. ‘좋은 거로 해주세요.’라는 말이 가히 특권임을 깨닫는다. 게다가 밀린 병원비와 아버지의 빚은 경만을 더욱 몰아붙이고, 결국 아버지의 장례식 날에 돈을 벌기 위해 잔칫집으로 향하는 아이러니한 비극을 만든다. 이후 영화는 잔칫날에 경만을, 장례날에 경미를 세워둠으로써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인물의 교차 편집으로 진행된다. 이 이음새가 인상적인 이유는 잔칫날과 장례날이라는 극단적인 이벤트의 대비 때문도 있지만, 두 공간이 맞닿음으로써 기이한 시간 차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경만과 경미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것처럼 감각된다. 잔칫날에 간 경만에겐 ‘소동에 휘말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단시간에 아주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 정신없이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경만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종종 아버지의 장례 중이라는 감각마저 잊혀지는 듯하다. 그 감각을 일깨우는 건 경미로부터 온 전화벨 소리다. 경만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장례식장에선 여기저기서 “경미야! 경미야!” 불러대는 통에 보는 이까지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다. (...) 경만을 기다리는 경미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른다. 영화가 두 가지 속력을 통과한 덕분에 관객은 반쪽짜리가 아닌 양쪽의 온전한 진실을 목격하는데, 그로 인해 깨닫는 것은 두 인물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주 비슷한 얼굴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 내 편 없는 설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답답함, 저렴하게 장례를 치른다는 수치,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억울한 장례의 구체적인 면면들. 그리고 이 닮은 얼굴을 가진 두 인물이 곧 재회할 거라는 결말은 너무나 당연하게 예측 가능해진다. 경만이 장례식장에 돌아오고, 더불어 이 장례를 종결하는 또 다른 인상적인 얼굴이 있다. 아버지의 입관식에서 경만은 아버지의 얼굴을 닦아드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눈을 감은 채 거꾸로 놓인 아버지의 얼굴, 그다음에 이어지는 경만과 경미의 얼굴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장례식보다도 장례식 같다. 입관이 끝나고 경미는 말한다. 나 사실 아버지 얼굴 안 보려고 했는데, 안 봤으면 후회했을 거 같아. <잔칫날>은 부유하는 죽음의 기운을 현실로 끌어내려 아주 구체적인 장례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장례엔 비용과 절차가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장례의 외연이다. 영화는 비용과 절차라는 장례의 외연을 경유하여 그 내연에 있는 죽은 자와 애도하는 자에 당도한다. 피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는 응시의 태도로 건강한 애도에 이른다. -인디즈 15기 이주혜 김록경 감독...?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 <잔칫날>을 연출한 김록경 감독의 이름, 어쩐지 익숙하다고요? 음, 그럼 인디즈 큐가 맞춰볼게요. 1번!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관심을 가지셨거나, 2번! 지난 8월 개봉한 오정석 감독의 <여름날>을 보셨거나! 둘 중 하나에 해당되시나요? <잔칫날>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관왕을 차지하며 이 영화와 김록경 감독을 알게되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더 재밌는 건 김록경 감독이 <여름날>에 '거제 청년'으로 출연한 적 있는 배우라는 사실입니다. 님, 김록경 배우!가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를 뽐낸 영화, <여름날>이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오정석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해드릴게요. ![]() "낚시라는 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소재라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 외할머니 집에도 낚싯대가 있었고 김록경 배우가 당시 한창 낚시를 좋아했어요. 승희가 할머니한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에서 조금 벗어나 보려고 택한 소재인 것 같아요. 낚시를 하면서 물고기를 낚았다면 또 다른 얘기가 진행됐을 수도 있는데, 진짜로 못 낚아서.(웃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못 잡게 된 것도 그들의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다른 나라, 다른 시간, 같은 슬픔
노동하는 청년들의 삶 -김록경 감독의 <잔칫날>과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에서 영화 <잔칫날>에는 검은 상복 대신 하얀 행사복을 입어야 했던 ‘경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잔칫날>을 보며 노동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코로나 재난 상황과 맞물리며 청년실업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영화 <로제타>는 세기말 벨기에 사회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엄마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하는 로제타의 생활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바람을 막을 수 없는 창문, 툭 하면 끊기는 수도·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쉽지 않다. 거기에 엄마의 치료까지 감당해야 하는 로제타는 필사적으로 일을 구할 수밖에 없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로제타> 덕분에 2000년 벨기에 정부는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으로 ‘로제타 플랜’을 내놓았다. 20년 전 벨기에의 현실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약간의 힌트를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또래가 감당하기 힘든 냉혹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로제타의 모습은 우울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말할 친구 한 명조차 없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술에 빠져 있는 엄마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로제타의 최종 목표는 일자리가 아니다. 로제타는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벌어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하려는 게 아니다. ‘경만’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의 원대한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하루 하루 버텨내기 위에 오늘의 눈물도 유예한다. 미래의 행복과 안정이 보장되지도 않지만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달려간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체와 열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로제타와 경만은 ‘사람의 선’을 지켜 건강하게 노동한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진다. 도덕적 범위 안에서, 가치판단이 선행한 뒤 일한다. 그러므로 <잔칫날> 속 경만의 노동을 누구도 비웃거나 비난할 수 없다. 냉혹한 현실 상황에도 노동을 욕망하며 ‘인간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 속 청년들의 삶이 관객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디즈 15기 최유진 안하면 섭섭해, 인디즈 큐 연말결산! 3월 말,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야심차게 시작된 인디즈 큐! 올해의 마지막 달에도 인디씨커들을 만나고 있다니, 모두 님 덕분이에요❤️ 올 연말은 모임도 파티도 없는 아쉬운 풍경이겠지만, 그래도 연말결산은 하고 넘어가야죠! 님이 생각하는 올해의 독립영화는 무엇인가요? 좋은 작품이 너무너무 많았지만, '인디즈 큐'가 전해드린 작품 중에 골라볼까요?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신다면, 인디즈 큐 아카이빙 페이지에서 지난 레터들을 확인해보세요! 좋아하는 작품에게는 꾸욱 한표씩 보내주시구요💌 아쉽게도 인디즈 큐에서 다룬 장편 개봉작 26편만 후보에 올렸지만, 여.캐.소 특집, 단편영화 특집 등 재밌는 미개봉작 특집들도 있으니 아카이빙 페이지에서 한번 더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열달동안 꾸준히 보내드린 38개의 질문들을 확인해보세요! ![]() 영화만 뽑아주셔도 좋지만, 애정을 마음껏 뽐내주시면 더욱 좋겠죠?! 올해 마지막 레터, 인디즈 큐 랜선시상식에서 다른 인디씨커들의 이야기도 공유해드릴게요. 투표해주신 분들중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의 뉴 굿즈, 사진 속에 있는 아크릴 코스터를 선물로 드립니다!(4종 set)🎁 *투표기간 12월 24일까지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 또한 부과되니 모두 조심해요😷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