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레터 : 어느새 열 번째! 🥳

총총레터 10호

어느새 열 번째! 🥳

우선 열 번만 보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열 번째가 왔습니다. 때로는 신이 나서 쓰기도 하고, 때로는 잘 써지지 않아서 힘들어 하기도 하면서 한 통 한 통 보내고 있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여러 이야기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힘내서 또 열 번을 더 보내어 스무 번을 채워보려고 해요. 우선 그렇게 열 번씩, 열 번씩 해보려고 해요. 11호부터는 특별한 코너를 준비하고 있어요. 정말 자신 있으니 많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열 번을 채운 기념으로 다음주는 쉬고, 그 다음 주 6월 18일에 11호로 돌아올게요.

아 그리고 저도 여러분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독자 엽서💌"를 받아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읽고 계신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알려주세요. 편지 하단에서 독자엽서 링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Trials and Resurrections》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개인전 🚴‍♂️

(송은 아트스페이스, 2020.4.27 - 7.11)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개인전을 봤습니다. 작가는 북극점에 24시간 부동 자세로 서서 지구의 자전에 맞서는 퍼포먼스, 열두 시간 동안 자신의 집 둘레를 달리는 퍼포먼스, 쇄빙선에 앞서서 빙판을 걷는 퍼포먼스, 바르샤바에서 파리까지 트라이애슬론 종목으로 횡단하는 퍼포먼스 등 극단적인 조건으로 자신을 내모는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퍼포먼스에 도전하는 작가의 모습과 그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여러 풍경—북극처럼 혹독하거나 프랑스 교외지역처럼 아름다운—이 어우러져 숭고라할 만한 것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지만 긴긴 퍼포먼스를 보면서, 때때로 보이는 지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강인한 예술가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건장한 신체를 가진 백인 남성은 끝없이 달리고, 수영하고, 페달을 밟습니다. (여기에 쇼팽의 음악이나 체스를 두는 남녀노소 같은 유럽 문화가 덤으로 얹어지고요.) 화면 속의 그의 신체와 화면 밖의 제 신체, 그리고 그 신체의 능력은 너무 다르고, 그걸 보고 있으니 좀 묘했습니다. 물론 여성 예술가도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그 모든 것을 해냈을 때, 그것이 자연에 맞선 '인간'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한 '여성'의 퍼포먼스로 보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전시였지만, 크고 쾌적한 화면으로 만듬새가 좋은 영상 작업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 정보

《리뷰렛》

오연진, 한지형 🔬

(갤러리175, 2020.5.24 - 6.6)

시냇물(Rivulet)이라는 이름처럼 열심히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는 작품들이 멋진 전시였습니다.

오연진은 필름 사진이라는 매체의 조건을 실험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대상을 촬영한 필름을 인화지에 찍어내는 대신에 물이나 슬라임 같은 유체를 담은 틀을 필름으로 삼거나 PVC로 제작한 캔버스를 필름 삼아서 인화지에 찍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은 외부의 어떤 대상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매체적 조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자기지시적입니다. 그러므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닮은 유체의 형상은 실재하는 어떤 존재를 찍은 것이 아니라 평면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에 가까워보이기도 합니다. 대상을 복제하는 것으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대상이 된 사진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한편 한지형의 회화에서는 생명체의 형상을 볼 수 없지만 어디선가 생명체의 분위기가 풍겨나옵니다. 한지형은 회화의 평면을 생성의 장소로 삼아 비고정적인 신체가 자라나게 합니다. 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미지들은 한순간 픽셀로 구성된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였다가 다시 전통적인 회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형상은 배경과의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게 무너지면서 그 자체로 회화 안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허구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회화가 만들어지는 평면을 실험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전시 정보

넷플릭스 드라마 : #blackAF 😎

오랜만에 넷플릭스 드라마가 보고 싶어서, 친구(신인아)에게 추천을 받아 한 시즌을 보았습니다. 《#블랙AF》는 드라마 제작자로 유명한 케냐 베리스가 자신을 모델로 세워 제작한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부모와 여섯 자녀로 구성된 베리스 가족의 이야기로, 둘째 딸 안드레가 대학 진학을 위해 준비하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찍는다는 설정으로 진행됩니다. 등장인물이 각각의 위치에서 흑인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에피소드의 주요 소재입니다. 1회의 제목은 "노예제 때문에"이고 2회의 제목은 "역시나 노예제 때문에"이고 3회의 제목은 "여전히, 노예제 때문에"이며, 모든 회차의 제목이 "노예제 때문에"입니다. 마치 콩트처럼 우스운 상황이 일어나면서 많이 웃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한 미국 비평가들의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케냐 베리스는 이미 2014년에 자신을 모델로 한 드라마 《블랙키쉬》로 성공한 제작자인데요. 전작 《블랙키쉬》와 달리 《#블랙AF》는 이제는 성공한 부자 흑인으로서 흑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삐그덕거리는 지점들이 생겨나고, 흑인 인종 문제에 관해 이미 제기되어 온 문제들에서 발전된 지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다시 자전적 이야기를 하면서 신선함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분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흑인으로서 사는 일에 대해 다룬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을 재현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의견을 나누는 데 함께 하고 싶다면, 시즌1이 그리 길지 않으니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블랙AF 보러 가기

주말에 뭐 보지? 👀 이런 거 있다던대 💬

동그라미에게 Dear O (강석호 권현빈 김세은 노은주 박광수 심래정 우한나 오종 이성미 이현수 전현선 정수정 정희민 정희승 최경주 최병석 최하늘 허수영 황수연 빈지노), 의외의 조합 (서울시 중구 동호로 17길 121 map), 2020.5.30-6.21, 12pm - 6pm, 휴무 없음.
글라이더 (전명은), 갤러리2 (서울시 종로구 평창길 204 map), 2020.5.28 - 6.27, 10am - 7pm, 월요일, 일요일 휴무.
새로운 상점 (전소정),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7 지하1층 map), 2020.5.8 – 2020.7.5, 11am – 7pm (일요일 및 공휴일 12pm-7pm), 매주 수요일 휴무.
왜 모르고 왜 기억이 안나는지 - 4·16세월호참사 6주기 추념전 1부 (박금비, 박기덕, 신선영, 이민지, 장진영, 정현준, 현다혜, 황예지), 2020.5.28 - 6.28, 아트 스페이스 풀 (서울시 종로구 세검정로 9길 91-5 map), 11am - 6pm, 월요일 휴무.
축경론 (현남), 공간형 + 쉬프트 (서울시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3층 301, 302호 map), 2020.6.4 - 6.23, 1pm - 7pm, 수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