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UX 리서처입니다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ece)을 줄인 말인데요. 기업에 속한 UX 리서처는 주로 사용성 테스트(UT)와 심층 인터뷰(IDI, In-depth Interview)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경험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을 통해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이 UX 리서처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문제의식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조합해서 물어야 하는데요. 조합에 따라, 순서에 따라, 어떤 보기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답을 얻을 수도 있고 또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묻는 것이 정말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까?'라는 후회를 가장 많이 합니다.
가장 어려운 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선택하려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 비어 있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질문은 문제의식을 담고 문제의식은 곧 방향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정확한 질문을 찾을 수 있다면 답은 메아리처럼 스스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아리가 돌아오고 있는 과정에서 조급하게 재차 질문을 해서 메아리를 멀리 쫓아버릴 때도 있습니다. 조급함은 UX 리서처로 일하는 저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이 가리키는 방향
저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좋아하는데요. 무인양품이 만든 호텔이 궁금해서 중국 선전과 일본 도쿄 무지 호텔에 각각 머문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같았는데 호텔은 24시간 투숙객에게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잖아요. 이틀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3일째가 되니까 조금씩 격차가 생겼어요.
‘같은 무인양품이 만든 호텔인데 왜 차이가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겨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UX 리서치에서는 이것을 Root Cause라고 말합니다. 사용자가 헤매거나, 발견하지 못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버튼에 숨겨진 이유 그리고 사용자의 기대와 경험을 함께 들여다보는 거죠.
선전 무지 호텔은 무인양품이 아닌 호텔 개발과 운영 전문업체가 접객을 담당하고 있었고, 긴자 무지 호텔은 기획, 디자인 단계부터 참여한 직원들이 운영을 담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더불어 기획과 디자인에 참여한 UDS라는 기업을 찾아서 두 호텔의 차이점을 묻고 ‘운영’의 중요성에 대해 들을 수 있었죠. 이와 같이 사소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에도 질문이 갖는 방향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질문 없는 답이 의미가 있을까
많은 경우 우리는 질문을 생략하고 답을 구하려고 합니다. 쉽고 간편하며, 바쁘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답만 보았을 때 그게 답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은 내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기 때문에 진짜 답을 발견할 수 있게 돕습니다. 또한 질문을 할 때 알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요.
길을 가끔 헤매는 것 괜찮지만, 계속 헤매기만 한다면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작은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질문은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가?’입니다. 회사를 몇 차례 옮기면서 일을 계속하다 보니 관심사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는 방법'이 되었거든요. 여기에는 계속 일을 하겠다는 전제가 있는데요. 사실 일을 그만둘 시기가 올지, 언제까지 제가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명쾌한 답이 어디 있겠어요. 계속 답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