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전남 해남군의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40년 동안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농가에서는 지금껏 처음 본 일이라며 허탈해했는데요.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무척 걱정되는데요. 오늘 <지구엽서>에서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과 꿀벌이 지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해남의 80여 개 양봉 농가에서는 총 2만여 통의 벌을 키우고 있는데요. 보통 한 통에는 2만~2만 5000마리의 꿀벌이 있다고 해요. 대략 5억 7천만 마리의 벌을 기르고 있죠.

그런데 최근 봄을 준비하며 벌들의 겨울잠을 깨우려다* 열어본 벌통에는 먹다 남은 먹이와 고작 몇 마리의 얼어 죽은 벌들만이 남아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의문사한 벌만 수억 마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죠.

지난해 12월 초 겨울잠을 자기 전 벌들에게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기에 더욱 의아한데요. 그래서인지 꿀벌이 사라진 원인 파악도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해 8월 이후 농가의 주변 작물에 대한 꿀벌들의 화분 매개 작업** 활동 중 과도한 농약살포에 꿀벌들이 직접 노출돼 피해를 입거나 농약에 오염된 화분과 수분이 벌통으로 유입돼 간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올해 겨울에는 따뜻한 날이 많아서 질병이 더 크게 확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피해 원인은 파악 중이며 타지역으로도 피해 규모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사실 이미 1990년대 말부터 꿀벌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어요. 처음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관찰되던 것이 점차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이어졌죠. 

미국에선 최근 10년 동안 꿀벌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어요. 영국 역시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고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에요. 한국의 토종 꿀벌 또한 전염병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이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 꿀벌의 벌통 수는 42만 개였으나 2020년에는 3만~10만 개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합니다. 2035년엔 토종 꿀벌이 아예 자취를 감출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전문가들은 꿀벌이 죽어가는 이유를 꿀벌들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 예로는 농약, 외래종 출현 등의 문제 외에도 바이러스, 이상기후, 도시개발 등이 있고요. 몇 가지 자세히 살펴보면 :

‘벌집군집붕괴현상’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벌집이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2006년부터 발견된 이 현상은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에요. 

일반적으로 꿀벌은 유충이 모두 성체로 변하기 전에는 벌집을 버리지 않는데요. 그래서 꿀벌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더욱더 미스터리로 남아있어요.

다양한 전문가들이 군집 붕괴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현대 문명의 여러 가지 폐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한편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꿀벌이 공장식 대량 농업을 지탱하기 위해 투입되는데요. 이로 인한 이동식 양봉업으로 인해 꿀벌이 받는 스트레스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조심스럽게 지목받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벌들은 몇 주 단위로 트럭에 실려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옥수수 시럽만 공급받고 살충제와 항생제를 투여받아요. 그런데도 기생충의 공격에 시달릴 뿐 아니라 외래 병원균에 노출되어 있어서 요즘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고 해요.

현대의 꿀벌 사육은 공장식 축산업과 비슷해요. 공장식 양봉업이죠. 랑식벌통(랑스트로스식 벌통)이라 부르는 현대식 벌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벌을 밀집 사육하는데요. 이 벌통에서 꿀을 채취하는 건 인간에게는 효율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벌들이 짓이겨져 죽게 돼요. 벌집에 기생하는 진드기(응애)를 제거하기 위해 자주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하죠.

또한 현대식 양봉 과정에서는 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벌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억누르게 돼요. 분봉*을 하지 못하게 여왕벌을 죽이고, 새로운 여왕벌을 집어넣고, 혹은 여왕벌이 분봉에 참여하지 못하게 날개를 자르죠. 그래도 분봉을 할 경우 반으로 나누어진 봉군**을 죽이거나 다시 포획하여 데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종 생산성 문제로 겨울이 되기 전에 키우던 봉군을 죽여없애는 경우도 있고요.

상업적인 대형 양봉장에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여왕벌만 키워서 파는 업체도 있어요. 이때 수벌의 정액을 채취하기 위해 머리를 짓이기고, 흉부를 짓이겨서 생식기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게다가 양봉장에서는 벌들이 겨울나기를 하기 위해 모아두는 식량을 남겨주지 않고 대신에 설탕물을 주는 경우도 흔해요. 이는 한국에서도 자주 문젯거리로 언급되는 것으로 꽃이 피는 지역이 없는 경우 봄여름 가을겨울 할 것 없이 1년 내내 강압적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꿀을 사양벌꿀이라 부르죠.

추신. 못다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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