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감독 김성민)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5 〈증발〉 11월 25일 오늘의 큐 💡 Q.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있나요? 🎒 님, 님께서는 꼭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있나요? 아니면, 잊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영화 <증발> 속 최용진 씨는 단 하루도 잊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20년 전,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만나지 못한 딸 준원씨입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사도 가지 않고, 번호도 바꾸지 않았어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해봤지만 준원씨의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용진씨는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준원이가 '증발'해버린 것 같다고요. 김성민 감독은 2014년부터 '준원이 가족'의 시간을 긴 시간동안 지켜봅니다. 그동안 장기실종수사팀이 신설되고 준원씨 실종 사건은 재수사에 들어가는데요.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가족들은 준원이의 행방이 아닌 다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금, 서로의 옆에 있던 가족 또한 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슬픈 영화를 마주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의 슬픔을 헤아려 주는 관객들의 리뷰를 보고 준원씨 언니 준선씨는 지나온 삶에 대해 응원을 받는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또 영화 <증발>이 함께 하는 #찾을수있다 캠페인을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명소희 감독의 <방문>을 소개합니다. '나는 왜 엄마가 미울까'라는, 쉬이 말을 얹을 수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다큐멘터리에요. 감정에 대한 답을 내리기 보단 보고 난 뒤의 감정과 잔상이 남는 작품들이랍니다. 너무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 보단, 판단을 내려놓고 영화가 주는 강렬한 감각에 몸을 맡기는 것을 추천해요! 그럼 인디즈 큐는 다음주, 12월에 다시 만나요! 모두 따뜻하게 입기 🧣
〈증발〉 리뷰: 사건을 기억하기, 사건 이후를 바라보기 〈증발〉을 볼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다. 첫째로는 장기 실종아동이라는 소재만으로도 갑갑하고 힘들 것이 쉽게 예상되어서, 둘째로는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매체의 특성상 현실과의 거리감이 더욱 좁혀질 것에 겁이 나서, 셋째로는 그로 인해 영화가 카메라의 힘을 빌려 사건의 전말과 중심인물들에게 무람없이 다가서고 이야기를 펼쳐내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서, 넷째로는 특정한 아군과 적군을 상정한 채 이쪽의 절절함을 호소함으로써 도리어 진짜로 발견되어야 할 문제들이 어쩌면 흐지부지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만한 이유들이었다. 소재를 차치한다면 〈증발〉은 사실상 앞서 정리한 목록에 전혀 들지 않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을 쓰는 일이 더욱 망설여졌다. 〈증발〉의 대부분은 사라진 최준원 양의 아버지 용진 씨와 동행한다. 용진 씨는 여전히 한 맺힌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중이지만, 그렇다고 오열로 관심을 읍소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얼굴은 아니다. 2000년 4월 4일 이후 걸려오는 전화마다 발신번호와 시각, 통화내용 등을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해온 그의 간절함은 눈물 흘리는 아버지보다는 이성적이고 침착한 형사반장의 그것에 가까워 보인다(감히 짐작하자면, 17년의 시간이 그만큼 그를 단단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사건 내부자들에게 아주 근접해 있으면서도 차라리 견고하고 우직한 사건 추적기에 더 걸맞아 보인다. 그러니 〈증발〉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특정 사건의 세부를 면밀히 묘사하고 앞뒤 정황을 검토하는 식의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김성민 감독은 해당 방송의 제작진처럼 앞장서서 달리거나 불가피하게 지닌 카메라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그 날의 충격으로 인해 서로에게 무관심과 생채기를 반복하다 와해된 식구들의 면면을 건조하게 비춘다. 특히 아버지와 소원해진 첫째 딸 준선 씨의 마음을 듣는 데 집중한다. 용진 씨는 준원 양의 실종기록을 전심으로 쫓느라 도리어 다른 식구들에게 소홀해졌고, 그런 아버지에게 준선 씨는 섭섭함과 불편함을 감추기 힘들다. 물론 영화는 이 안타까운 사연이 누군가의 잘못인지도 부연하지 않는다. 다만 무고한 자들이 지난한 세월을 견딜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인, 서로를 향한 질책과 불일치하는 의견들을 넌지시 일러준다. (...) 그러나 〈증발〉은 한 가족 안에 오고가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기 보다는 도리어 양쪽의 상황을 나란히 지켜보는 데 집중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사실 또한 떠올려본다. 〈증발〉은 아버지 용진 씨의 추적과 첫째 딸 준선 씨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기억하는 일과 사건 이후를 바라보는 일은 양자택일의 옵션이 아니며, 도리어 양손에 모두 들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용진 씨가 수사에 몰두하는 만큼, 남은 식구들의 마음도 그 못지않게 성급하고 절박할 것이다(설령 그러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은 또 그대로 귀 기울여봐야 할 일이다). 〈증발〉은 엄청난 사건의 여파는 공동체 안에 속절없이 비난과 유감이 끼어들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쪽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깊은 한숨을 섞은 채, 그러나 체념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직한 다큐멘터리 앞에서, 관객인 우리도 그 양쪽의 걸음에 모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인디즈 15기 이보라 다큐멘터리만이 줄 수 있는 깊은 잔상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따라오는 하나의 키워드, 바로 '실제'겠지요. 실제 상황, 실제 사건이라는 소재들이 가끔은 관람에 앞서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다큐멘터리들은, 관람하는 순간의 감각에 오롯이 기대도 괜찮아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 다큐멘터리를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인디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떤 이미지보다 더 강렬한 잔상으로 기억되는 영화 -〈증발〉과 〈방문〉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실재하는 이야기와 이를 가까이 담고 있는 카메라 옆에서 관객으로서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작품이 종종 있다. 〈증발〉이 그러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단히 마음을 졸이며 볼 준비를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장기 실종아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제목의 ‘증발’은 사실, 사건 이후 사라진 20년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온 가족의 현재에 더욱 잘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실종된 둘째 딸 ‘준원’이 남겼을 흔적을 따라 20여년의 시간 동안 사건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아버지 ‘용진’과 그의 가장 가까이에서 가족이 사건으로 인해 어떻게 무너지는지 지켜봐야 했던 첫째 딸 ‘준선’. ‘준원’이 사라진 이후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집에서 지내는 그들을 보며 나는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안타까움, 슬픔, 분노, 그 어떤 감정도 섣불리 가지기 어려운 경험은 어쩌면 다큐멘터리만이 주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이와 비슷한 경험을 준 작품을 소개해본다. ‘엄마와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명소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방문〉이다. 〈증발〉이 실종 사건과 그 사건으로 인해 비어져 버린 곳곳을 들여다보는 영화라면, 〈방문〉은 흐릿한 모녀 관계 속 빈 공간, 그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두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영화에 가깝다. 두 작품 모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작품에 대한 감상보다는 어떤 잔상들만이 강렬하게 남는다. 명확해지기 어려운 실재의 이야기를 내밀히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가 주는 경험. 조금은 당혹스러운, 쉽지 않은 관람 경험이겠지만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을 두 작품을 통해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인디즈 15기 정성혜 ![]() "부산국제영화에서 상영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어떤 분이 내내 우시다가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울컥하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영화를 완성해서 치유된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영화를 두고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치유가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어요." 명소희 감독의 <방문>은 2018년 'I-독립영화여성감독전'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바 있습니다. 이날 인디토크에서는 명소희 감독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어요. 어쩌면 이게 다큐의 힘! 한번 확인해보실래요? 영화 <증발>은 개봉과 함께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찾을수있다' 캠페인을 진행중입니다. 실제로 과학 수사가 발달하고 장기실종수사팀이 신설되면서 장기실종 아동 상봉 사례가 증가하고 있대요.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꼭 잊지 말아야할 것!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관심과 참여가 만드는 기회입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 또한 부과되니 모두 조심해요😷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