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달 전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지난주는 한 번도 뛰지 못(안)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결국 일주일이 지났어요. 지금도 제 옆에는 달리기에 관한 책이 10권 정도 쌓여 있고 의자 뒤에는 마라토너용(반드시 전문가용이어야 함) 셔츠가 라벨도 떼지 않은 채 걸려 있어요.
저는 분별없는 호기심 덕에 항상 호기롭게 무언가를 시작하지만, 첫 끗발이 개 끗발*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남는 것은 자책과 후회, 텅 빈 통장잔고 뿐이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항상 새로운 걸 찾아다니는 사람이거든요. 사실 창고살롱도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즌 2 모집때 #스토리살롱 광고를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창고살롱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처음 밋업을 하고 나서는 살짝 후회했어요. 제 기준에서 너무 화려하고 빵빵(?)한 레퍼런서 분들만 계신 것 같았거든요. 당시 저는 허구한 날 지방 공장으로 출장을 다니다 지칠 대로 지친 파란 단무지였는데, 괜히 제가 세련되고 수준 높은 분들 틈에 낀 것 같아서 기가 죽었어요.
'아, 번지수를 잘못 찾았구나!' 싶었죠. 특히 살롱지기님 혜영님 첫인상이 너무 어려워서 도망갈 뻔했어요. 왠지 협력업체 이사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입 다물고 이번 세션만 하고 그만해야 겠다고 생각 했는데 웬 걸요! 시즌2, 3, 그리고 계절학기 3.5를 거쳐 지금은 시즌4 객원살롱지기까지 맡게 되었어요. 시작도 포기도 빠른 제가 이렇게까지 붙박이(?)로 함께 참여하게 될지는 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분들 덕분이에요. 좀 부족하고 모자라도 누구 하나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오히려 나도 그렇다고 위로를 건네며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그런 #무해한 사람들을 이곳 창고살롱에서 만났으니 빠져나올 수가 있나요. 그래서 저 역시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금까지 활동하며 따뜻한 만남과 새로운 연결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시즌4를 시작하시는 여러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바깥의 기대와 의무는 내려놓고 오직 나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책 한 권에 울고 웃으며 서로의 엉뚱한 꿈을 고백할 수 있는 이곳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낯선 당신의 면면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창고살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자어 '용두사미'로 대체하기에는 너무 밋밋하다시며 언제나 자극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홍하언니님은 나름 문학적이기도 한 위 문장을 유지하길 원했어요. 창고살롱 톤앤매너에 살짝 변주를 허용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