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1 March 4, 2025
지난 여름, 매거진 <B> 오피스 근처에 아이스크림 숍 '아우치 OUCH'가 오픈하면서 테라스처럼 꾸며진 작은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점심 식사 후, 다양한 맛의 젤라토를 즐기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이 에디터들의 소소한 루틴이 되었죠. 귀여운 일러스트를 따라 지하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터치 TOUCH'에 들어서면,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디저트들이 반겨주었습니다. 덕분에 유난히 더웠던 한낮의 여름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3년 베이킹 스튜디오 '허니비케이크'를 시작으로, 2023년 한남동에 '허니비 서울 HONEYBEE SEOUL' 숍과 아카데미를 오픈하고, 이후 세컨드 브랜드인 '아우치'와 '터치'를 론칭한 조은정 파티시에가 밸런타인 데이 직전, 한창 바쁜 시기임에도 흔쾌히 SPREAD by B(스프비)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단순히 디저트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나누는 일에 전념을 다하는 조은정 파티시에는 허니비 서울 아카데미를 통해 국내 디저트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베이킹이란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고차원의 자아 실현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은정 파티시에의 제과 커리어에 영향을 준 다섯 가지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조은정 Eunjung Cho
Pâtissier
베이킹의 꿈을 갖게 해준 뉴욕 아이싱 쿠키 전문점 '엘레니스 쿠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20대 초반에 디저트를 취미로 만들기 시작했을 때 뉴욕의 엘레니스 쿠키 Eleni's Cookies를 알게 되었고, 그곳의 섬세한 아이싱 쿠키 디자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프렌치 디저트를 주로 만들고 있어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당시 엘레니스 쿠키의 디자인은 정말 창의적이었어요. 먹을 수 있는 캔버스처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때부터 '나도 이런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고, 디저트 업계로 첫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시즈널한 제품을 선보였던 엘레니스 쿠키의 마케팅 방식이 당시 한국에는 없었기 때문에, 답례품의 형태로 비즈니스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Eleni's Cookies
좋은 원재료와 맛의 블렌딩으로 디저트 철학을 세운 '피에르 에르메'
프랑스의 천재적인 페이스트리 셰프 피에르 에르메 Pierre Hermé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플레이버 조합을 만들고 이를 브랜드화한 인물입니다. 장미, 리치, 라즈베리의 조합인 '이스파한'이나 라즈베리와 피스타치오를 섞은 '몬테벨로', 그리고 오렌지, 패션 후르츠, 치즈가 어우러진 '사틴' 등이 그의 대표적인 플레이버죠. 피에르 에르메는 원재료에 대한 집착도 대단한데요. 바닐라만 해도 타히티, 마다가스카르, 멕시코에서 재료를 공수, 블렌딩해 새로운 시그너처 메뉴 '인피니망 바닐'을 선보였죠. 피에르 에르메를 통해 제품에 담긴 셰프의 철학과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그 덕분에 저 역시 원가 문제로 종종 고민될 때, 좋은 재료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 Pierre Hermé
섬세한 핸드 카빙으로 과일 모양 디저트를 빚는 예술가 '세드릭 그롤레'
세드릭 그롤레 Cédric Grolet는 과일 모양의 디저트를 대중화시킨 페이스트리 셰프입니다. 몰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크림을 바르고 손으로 깎아 과일 형태를 구현하는 핸드 카빙 방식으로 유명하죠. 이후 과일 모양 몰드가 많이 출시되었지만, 그는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게 다르게 생겼는데, 몰드로 찍어낼 순 없다'며 본인의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그런 그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서 허니비 서울에 초대해 두 번의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웃음) 세드릭 그롤레는 르 모리스 Le Meurice 호텔 옆 작은 숍에서 사람들이 그가 베이킹하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게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려 매번 화제가 되는데요. 촬영이 끝난 후에는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디저트를 나눠주기도 한답니다.
© Cédric Grolet
구름 같은 텍스처로 대중을 사로잡은 일본 디저트의 진수 '이데미 스기노'
이데미 스기노 Hidemi Sugino는 일본에서 긴 웨이팅으로 유명한 디저트 매장 중 하나였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기간에 문을 닫은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지 않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데미 스기노 디저트만의 텍스처를 좋아하는데, 무스의 질감이 프랑스식과는 달리 굉장히 가볍고 구름처럼 사르르 녹는 느낌입니다. 디저트는 각 나라의 식문화에 맞춰 발전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랑스 디저트는 주로 레이어의 텍스처나 씹는 질감에 중점을 두고, 겉은 부드럽고 속은 묵직한 크림을, 그리고 그 안에 바삭한 크러스트를 넣는 식이죠. 반면 일본식 디저트는 비교적 심플한 구성이지만, 각 원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게 특징입니다. 마치 스시처럼요.
© Hidemi Sugino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디저트 브랜드와 공통 분모를 가진 '샤넬'
20대 때 구매해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샤넬 Chanel인데요. 샤넬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브랜드만의 클래식한 시그너처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네 가지 디저트 브랜드들과의 공통점인 것 같네요. 각자만의 시그너처가 확실하다는 점에서요. 예를 들어, 세드릭 그롤레의 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놓였을 때 누구든 '이건 세드릭 그롤레의 작품'이라고 알 수 있듯 말입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란 디자인일 수도 있고, 이데미 스기노처럼 텍스처일 수도, 엘레니스 쿠키처럼 아이싱 쿠키라는 콘셉트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피에르 에르메처럼 새로운 맛의 조합을 창조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브랜드를 처음 오픈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허니비 디저트만의 시그너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Inbum Jang
조은정 파티시에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여러분은 어떤 디저트를 먹고 싶은가요?" 디저트는 평소에도 즐기지만, 생일이나 결혼식처럼 특별한 날에 더욱 빛을 발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한 레스토랑에 방문했을 때, 특별한 날도 아닌데 마지막 코스에 초를 꽂은 디저트를 내어주더라고요. 그 경험에 감명 받아, '터치'에서도 초를 꽂아주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매장에서 디저트를 드시는 분들도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특별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해요.
© SPREAD by B
조은정 파티시에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POP-UP at Magazine B Hannam
🚴 라파 Rapha와 함께하는 스페셜 팝업, 'Never Just A Ride'
매거진 <B> 84번째 이슈로 소개한 사이클 브랜드 라파의
스페셜 팝업이 현재 매거진 B 한남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팝업에서는 매거진 B 한남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과 함께
25SS 시즌을 맞아 선보이는 라파의 새로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팝업에 방문하셔서 라파가 전달하는 진정한 사이클링 정신을 경험해보세요!
Date | 3.1 (토) ~ 4.30 (수)
Line-Up | 의류, 라이프 스타일 및 라이딩 액세서리
Benefit | 5만 원 이상 구매 시, 라파 로고가 새겨진 뮤젯 선착순 증정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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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정 파티시에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디저트를 먹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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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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