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로 얻는 진정한 치유
 
지난 6월 27일부터 5회에 걸쳐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 ‘2022 돌봄의 재구성’ 사업의 일환으로 ‘토닥토닥 치유 글쓰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참가자 안주현 씨의 후기를 전합니다.
 글쓴이  🌻 안주현

색깔빛깔 마음별 여행 수업 보조강사. 

교육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 삶과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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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글은 언제나 쓰고 있었다 


  

  초여름인 6월말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글쓰기란 무엇인지, 왜 굳이 글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애 아동 양육자는 물론이고, 비장애 아동의 엄마들과 20대 청년 두 명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10명이 모여 ‘손으로 쓰는 대화’인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출판 편집자이자 번역가이며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 만들기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한 경험이 있는 신수진 강사님을 모시고 글로 소통한다는 것의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괴로움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었습니다.

  첫 시간에 선생님은 “글을 잘 써서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미 우리는 개인 메일과 보고서부터 SNS 속까지 사실 많은 글을 접하고, 쓰고 있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요.

  내가 살면서 ‘글쓰기’를 해본 적이 있던가? 글쓰기라니, 잘해보고는 싶지만 영 자신은 없는데... 하던 내 안의 편견을 깨주는 지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종 문자와 카톡, 인스타그램의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끊임없이 어딘가에 문장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을 글쓰기와는 무관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책에 담긴 글을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고, 리터러시란 꼭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뭐 독후감 정도는 돼야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은 저의 꽉 막힌 생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영상과 이미지 속에 살면서, 글쓰기라는 것을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로 여기거나 너무 과대평가한 나머지 부담감만 안고 있었던 것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글을 읽고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위로와 공감으로 도약하는 글쓰기 


   여하튼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환기 덕분에 조금은 글과 가까워지고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요즘의 나’에 대한 간단한 글을 써보기로 합니다.

  문장을 끊지 않고 주절주절 말하듯이 이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써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손을 놓은 뒤에는 서로의 글을 읽어 보고 선생님이 피드백한 내용까지 얹어 하나씩 문장으로 정돈해 갑니다. 그렇게 해서 총 10개의 문장으로 글을 완성해보았습니다.

  무엇이든 결국 ‘나’로 시작하는 것이 출발입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지요. 게다가 글로 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소개서만큼 어려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10명의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로 자신을 보여줬습니다. 아이와 나, 남편과 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기도 하고, 요즘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나를 비교해가며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서로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합니다. 위로와 공감이 새로운 단계의 글쓰기로 도약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듯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공감대가 형성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세 번째 시간에는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라는 대중적 매체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니 글쓰기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볍게 수다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발달장애와 자폐를 가진 아이의 양육자들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진지하게 대중문화 속에 비춰지는 장애에 대한 시각과 비뚤어진 인식, 그로 인한 상처와 고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아 양육자인 저는 다양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 공감과 배려라는 문구는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실천적인 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고 영혼 없는 말, 메마른 단어로만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함께한다는 말은 그저 다르고 특이한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니라 고통과 괴로움까지도 함께한다는 무게를 갖는 것임을 새삼 돌아보았습니다.

  이 주제로는 글쓰기 모임 시간만으로도 모자라 단톡방 안에서도 열띤 생각과 정보들이 불꽃 튀기게 오가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글쓰기의 시간을 가진 것이죠. 토닥토닥 매거진(19호)으로 그날의 토론 내용이 발행되기도 했고요. 

 역시나 '우영우'에 대해서는 할 말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지막 글쓰기 과제는 나의 시선을 떠나 "타자의 시선으로 나를 관찰하는 글"이었습니다.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며 나 자신을 성찰해야만 하는 주제라 다들 어려워했습니다. 동물, 식물, 또 아기의 시선으로 인간을 관찰하는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을 먼저 살펴보면서 ‘남의 입장이 되어보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타자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나 자신, 내가 쓰는데 남이 쓰는 것처럼 하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은 텃밭에서 익어가는 토마토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20년 동안 읽지 않고 놓아둔 책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본 청년의 글은 가히 촌철살인이었죠.

  특히 아이의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글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잔소리꾼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으로 글을 쓰는 엄마가 안타깝기도 하고, 알면서도 여전히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희화화하는 글이 웃프기도 했습니다.

아기의 시선에서 엄마라는 생명체를 관찰하는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엄마 도감>

  이번 ‘토닥토닥 치유 글쓰기’ 시간은 나 자신에서 출발해 주변과 사회, 그리고 목소리가 없는 존재들의 입장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는 글쓰기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5회의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은데 벌써 끝나버리다니... 참가자들은 모두들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다시 한번 글쓰기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오길 기다려 봅니다. 다음의 글쓰기 단계에서는 또 어떤 미션이 주어질까요? 은근히 기다려집니다.

  뜨거운 여름 보내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선선한 9월에 다시 찾아올게요!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scat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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