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바이크 타는 중식 교수님으로 유명한 신계숙 교수님을 인터뷰했는데, 요리를 두고 이렇게 말하시더라고요. "요리라는건 내 신체의 한 기관을 할애해 누군가를 먹이는 일" 맞아요. 그런 일이 간단하고 쉬울 리가 없죠. 나를 먹이는 일도, 남을 먹이는 일도 쉬워서는 안됩니다. 좋은 것을 골라내고, 그 좋은 것에 더 좋은 맛을 입혀내야 완성되는 것이 요리니까요. 하지만 역시 이 계절에 요리를 하는 것은 무지막지한 일이고, 정말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해줄 수 있는 무언가인 것 같아요. 그러니 요 근래 자신에게 밥을 해준 사람이 있다면, 또는 밥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아끼는구나' 하고 조금 더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만두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만드는 일은 잘 없어요.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두를 만드는 일에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만두피를 오므려 꼭꼭 누를때, 저는 제 마음 한 구석의 어떤 부분도 만두 속으로 밀어넣어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난 몇 달간 여러 사람들의 관계에 끝을 냈거든요. 실제로 '헤어졌다'는 말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제 마음속에서 '아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구나'하고 생각이 드는 순간과 마주했던 일이었어요. 하나같이 제가 시간과 마음을 많이 썼던 관계였기 때문에 더욱 헛헛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오래 관계를 끌어온 경우도 있었고, 관계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과 성급하게 관계를 맺기도 했던 듯 합니다. 결국 제 선택이었고, 관계에 상처입은 것은 그 결과겠죠. 사실 내가 잘못한 것도,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더 노력했으면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여러가지 이별을 얇은 만두피 안에 몰아넣고 꼭꼭 잠갔습니다. 대충 해버리면 찌다가 터져나올테니까요. 

만두를 찜기에 넣으면서 늘 그렇듯, 황정은의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그립고, 즐겁고, 애틋하고, 두렵고, 외롭고, 미안하고, 기쁜 마음이 뒤섞여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그 맛있음이야 말로 오늘 제가 만든 만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설명이네요. 제가 여태까지 만들었던 수많은 만두 중에서도, 황정은의 문장과 꼭 들어맞는 만두는 오늘의 만두였을 것입니다. 

쪄낸 만두가 한 김 식는 동안, 땀범벅이 된 몸을 씻고, 에어컨을 켰습니다. 초간장에 달큰한 만두를 찍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역시 여름 편수는 더위의 허리를 끊어내는 멋진 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조심스러워져야 할까 역시, 너무 쉽게 사람을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역시 저는 안될 것 같아요. 저는 저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어떤 상처를 받을지 알고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이가 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사랑하는 편을 선택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도요. 

그럼 (두구두구) 소개합니다 고미태의 닭콩국수!

되게 말간 맛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육수의 간이 세고 선명했습니다. 인삼을 비롯한 한약재 향도 꽤 강했구요. 미숫가루를 넣어 반죽한 면은 적당히 찰기가 있었고요. 위에 올라간 참외와 닭고기, 오이도 모두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참외의 은은한 단맛이 인삼 맛을 딱 잡아주어서 인삼시러맨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