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를 거부한 페이스북과 트럼프
2020년5월28일ㅣ구독웹에서 보기

안녕하세요!
매일경제 미라클랩
신현규 특파원입니다
야채는 몸에 좋아요. 칼륨, 엽산, 비타민A, 비타민C 가 풍부하고 무엇보다 섬유질이 많으니까요. 상추의 예만 들어봐도 그래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해 머리를 맑게 한다." (동의보감) 파의 예만 들어봐도 그래요. "위 아래의 양기를 소통시키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 머리를 맑게 한다." 
👩‍🦱  상추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대
👨‍🦲 아 나 상추 싫은데....🥄우걱 🤢
👩‍🦱  파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대
👨‍🦲 아 파 먹기 싫은데...🥄우걱 🥵
이렇게 하여 고기는 못먹고 채식만 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 계신가요? 이렇게 상추와 파만 먹었는데 머리가 좋아지지는 않고 무럭무럭 커지기만 한 경험을 했으신 분들 계신가요? 과한건 문제겠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잘 느껴지시죠? 야채는 맑은 피가 온 몸에 흐르게 해요. 그래서 두뇌가 맑아지게 하죠. 그 결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훨씬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사회에도 야채가 필요하다고 봐요. 미디어와 언론은 야채 같은 존재일 것 같아요. 때로는 먹기 싫지만 먹어야 하는. 그래야만 사회에 올바른 이야기가 순환될 수 있고, 그 결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정보를 갖고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 그 사회가 더 건강해 지겠죠. 실리콘밸리의 큰 기업들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이제 사회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어요. 그들이 사용자들에게 야채를 추천하느냐, 육식을 추천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거든요. 
오늘은 그러한 야채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오늘의 야채 한쌈🥕
  1. 야채먹기 그만둔 페이스북
  2. 야채에 짜증내는 트럼프
  3. 언론은 야채다
  4. 미라클레터 30초 브리핑
Silicon Valley 에서 나온 기사: 
야채먹기를 그만 둔 페이스북 

* 아래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Facebook Executives Shut Down Efforts to Make the Site Less Divisive"를 요약, 각색한 내용입니다. 
(시도) 페이스북에는 2018년부터 '야채먹어!' (Eat Your Veggies) 라는 팀이 있었다고 해요.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을 역임했던 조엘 카플란이라는 페이스북 정책 임원이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팀은 어떻게 하면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이 더 잘 대화할 수 있고, 의견을 잘 교환하고, 그 결과 더 민주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연구했다고 해요. 한마디로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를 보다 깨끗하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만들려고 한 거죠. 막말은 제한하는 대신에요. 우리 사회에 야채를 먹여 보려 한거죠. 
(결론) 그런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 팀이 도출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하는데 반대했다고 해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해 주는 민주주의의 수호자인데, 왜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하는지에 대해 거북하게 생각했다고 해요. 사람들이 왜 페이스북을 고마워 하기는 커녕, 페이스북보고 욕을 하고 난리야? 라는 심리였다는 거죠. 

조엘 카플란(왼쪽)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시도) "뭐야! 독일의 네오나치 그룹이 젊은이들을 꼬셔서 극단주의 사상을 전파시키고 있잖아! 그것도 우리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2016년 페이스북의 한 연구원이 발견한 사실이라고 해요. 따져봤더니 극단주의자들의 64%가 페이스북의 추천 알고리즘 덕분에 네오나치 주의자로 변신했다고 해요. 좋아요 누르면 추천하고, 좋아요 누르면 또 추천하고...그렇게만 기계적으로 하다보니 민주적으로 클 수 있었던 사람들이 네오나치 쪽으로 이동하게 된거죠. 페이스북은 Common Ground 팀과 Integrity 팀이라는 두 개의 사내조직을 통해 이런 문제를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해요. (Integrity의 의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5월 14일자 미라클레터를 참조해 주세요)
(결론)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묵살당했다고 해요. 저커버그는 극단주의자들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확산되는 것을 80% 정도까지만 허용하고 20% 정도는 제한하는 정도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네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바쁜 나를 괴롭히지 말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전 세계 30억명이 쓴다는 페이스북. 그 30억명의 정신적 혈액순환을 담당하고 있는 페이스북. 그 페이스북이 야채를 먹는 것을 중단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였어요. 
미국 워싱턴에서 나온 기사:   
야채에 짜증내는 트럼프

패스트푸드 좋아하는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야채를 안먹는 걸로 유명해요.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 쓴 책 '트럼프를 그냥 내버려 둬' (Let Trump Be Trump)라는 책을 보면 그의 대선캠프에는 아래와 같은 음식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하죠. 
  • 맥도날드
  •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 피자
  • 다이어트 콜라
이 책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어요

"처음으로 내가 트럼프의 개인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나는 거기서 먹을 음식을 찍어서 아내에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어. 왜냐하면 트럼프는 전용기에 전용 요리사가 있다고 들었거든. 스마트폰을 들고 음식을 찍으려는 순간, 거기에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오레오 쿠키 봉지가 들어 있었어." (89p) 
야채를 안먹으면 어떻게 사냐고요? 감자칩이나 다진고기에 살짝 들어가는 야채 정도를 먹고 산대요. 그런데 이런 식성이야 개인의 취향이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뉴스와 인터넷 세상의 의사소통에서도 마찬가지로 올바른 이야기, 즉 야채들이 유통되는 것을 혐오하는 것 같아요.
사태의 발단은 우편투표에서 시작됐는데요. 캘리포니아 주지사 게빈뉴섬(민주당)가 우편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라고 트위터로 반발을 시작했죠. 트위터 측에서는 이게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보고 경고문을 밑에 달았고요.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협박하기 시작했어요.

빨간 색 상자 보이시죠? 트위터에서 "사실을 확인해 봐"라며 사람들에게 안내를 한 거에요.
어제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에요. 트위터에다가요. 
  • "트위터가 자유로운 발언을 막고 있다."

  • "대통령으로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2020년 대선을 트위터가 방해하고 있다."

  • "엄청난 결과가 따를 것이다!"

  • "소셜미디어를 문닫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방금. 미국의 방송국 PBS의 한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내일 정도에 소셜미디어 규제안에 서명할 거라는 급을 했다고 해요.

어때요? 트위터에 합리적인 대화가 흐르지 않도록 막는 것은 누구인 것 같으세요? 대체 왜 그는 야채를 먹지 않는 걸까요? 아니 그냥 혼자 안먹으면 되지 왜 남들도 야채를 못먹게 하는 걸까요? 그의 트위터를 보고 민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고 자란 여러 사람들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을 합리적이지 않게 대하는 것이 저는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 있어서 큰 위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다시 Silicon Valley 에서 나온 기사:   
뉴스는 야채와 같다 

대선을 앞두고 정말 어지러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와 사실, 뉴스는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구글에서 뉴스 부문을 총괄하는 리처드 징그러스 부사장을 어제 집단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 "지금 언론은 어느때보다 필요해요."
  •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더 그렇죠."
  • "구글은 언론사들에게 자금지원을 해요."
  • "언론이 잘 돼야 인터넷도 잘되기 때문이죠."
  • "언론에서 믿을 수 있는 컨텐츠가 안나오면 
  • 사람들이 검색해서 답을 얻을 수 없잖아요."
  • "인터넷이 건강해야 구글도 돈을 벌어요."
  • "그래서 우리는 언론에 투자해요. 계속."
실리콘밸리에 있는 큰 기업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들이 없는 것 같아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곳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심지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워싱턴 포스트라는 최고의 언론사를 보유하고 있죠. 이들의 비즈니스가 잘 되려면 인터넷이 건강한 생각들로 가득한 공간이어야 하는데요. 사람이 건강을 지키기가 쉽지 않듯, 인터넷도 이제 건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 같아요. 대선을 계기로 실리콘밸리의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이제 인터넷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놓고 더 많은 논의들을 해 나가지 않을까 해요. 

최근 만난 실리콘밸리의 VC 중 한 분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1) 더 깨끗하고 건강한 인터넷 세상
2) 정크푸드처럼 당장은 맛있지만 결국에는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인터넷 세상 

이제 앞으로 인터넷 공간은 둘로 나뉠 거라고요. 정말 그렇게 될지 아닐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그럴듯 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MiraKleLab 30초 브리핑
  • 👩🏽‍🌾  아마존, 테슬라와 맞붙나 : 아마존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ZOOX를 사들이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야. 이미 '리비안 Rivian'이라는 전기차 플랫폼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고, Aurora라는 자율주행 회사에 투자를 하기도 한 아마존. ZOOX는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 등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는 3대 회사 중 하나라고 하지. 이미 배송용 밴 제작을 위해 리비안에 제품을 주문하기도 한 아마존. ZOOX를 인수해서 뭘 하려는 걸까? 아마 조만간 밝혀 지겠지? 

  • 👨‍👨‍👦‍👦  '프렌즈' 보는 채널 생겼어 : 미국의 유명한 컨텐츠 제조회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넷플릭스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았어. 여기에는 90년대를 풍미했던 유명 시트콤 '프렌즈' 도 들어오고,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 등 엄청난 미드 들이 가득차 있지. 이름은 HBO Max 라고 해.  

  • 🧻   종이로 만든 자판기 : 일본에서 종이박스로 자판기를 만들었대. 우주로 나가는 발명도 좋지만, 이런 발명을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 뭔가 아직 이 세상에는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 한번 감상해 봐! 여기 👉 클릭

  • 👩🏻‍🚀  우주로 가겠다던 계획은 잠시 대기: 스페이스X와 NASA가 우주로 날아가기로 했었는데, 그 계획을 잠시 중단시켰대. 한국시간으로 아마 일요일에 다시 진행될 것 같어.

혁신을 하시는 분들은 몸이 건강해야 해요. 그래서 다이어트도 하시고 운동도 많이 하셔야 해요. 그리고 정신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단련도 많이 하실 필요가 있어요. 

신문을 보고 뉴스를 보고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모든 행위들에도 건강함이 유지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혁신을 꿈꾸시는 분들에게는 더더욱이요. 앞으로도 가장 건강한 식재료를 전달드리려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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