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동연구 톺아보기에서는 우리 사회가 왜 불평등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데올로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 <불평등 이데올로기>의 후속편인 <평등사회 프로젝트>를 다룬다. 저자 조돈문 선생님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평등사회 대안과 이행 전략을 살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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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전작 <불평등 이데올로기>에서는 한국 사회가 불평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파헤치셨고, 이번 신작 <평등사회 프로젝트>에서는 그 대안을 다루셨다. 전작 출간 이후 이번 책을 집필하시기까지 가장 중요하게 변화했거나 보완해야겠다고 느끼신 지점은 무엇인가? 두 책 사이에서 문제의식은 어떻게 이어지고 발전했는지 궁금하다.
# 왜 시민들이 불평등에 불만이 많은데도 우리 사회가 불평등 체제를 벗어나지 못할까? 이 물음에 대해, 전작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지배세력의 불평등 이데올로기의 성공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평등사회로 되는 것은 불가능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평등사회 프로젝트>다. 이 책은 평등사회 대안은 어떤 모습을 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사회를 그런 평등한 사회로 만들려면 어떤 이행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평등사회 프로젝트>는 평등사회 대안으로 스웨덴 모델을 제시하고, 불평등한 한국사회를 스웨덴 같은 평등사회로 바꾸려면 미사일 발사처럼 한 방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며 조금씩 개혁의 수준을 높여가는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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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책에서 노동자, 여성, 청년, 노인 등 불평등 체제의 피해자들조차 ‘지배 이데올로기(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있다고 지적하셨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은 무엇인가?
# 시민들은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강하지만, 평등사회 대안도 신뢰하지 않는다. 평등한 사회는 빈곤할 수 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에, 미국처럼 경제적 풍요를 누리려면 불평등을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 동구권의 국가사회주의 실패는 그러한 평등사회 불신을 더욱 심화시켰다.
하지만, 불평등 체제에 비판적인 진보세력도 불평등 현상을 비판하는데 치중했을 뿐,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평등사회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여론을 설득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불평등 체제의 피해자들조차 지배세력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며 평등사회 대안의 실현 가능성을 믿지 않게 되었다(불평등 이데올로기 검증 결과는 <표 1.1>을 참조할 것).
평등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갖지 못하면, 수저계급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대 수준을 하향조정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견디고 적응하는 각자도생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불평등 체제의 피해자인 여성과 청년들에게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지배세력과 지배질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식이 강하지만, 평등사회를 주창하는 대항 이데올로기 주체에 대한 신뢰도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평등사회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도 약하기 때문에 복지증세처럼 평등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부담조차 거부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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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복지국가인 스웨덴 모델을 평등사회의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하셨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스웨덴은 인구 규모나 역사적 배경이 우리와 너무 달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 한국과 똑같은 조건의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물론 스웨덴도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스웨덴을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평등사회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스웨덴이 한국보다 구조적으로 월등히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면, 한국은 스웨덴을 따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의 스웨덴은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생산직 노총 LO와 함께 만들었다. 100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100년 전 스웨덴은 인구의 절반이 굶어 죽거나 나라를 버리고 떠난 척박한 나라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보다도 심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연조건은 나아지지 않았고, 인구 규모가 작아서 한국의 1/5밖에 안되고, 이웃 나라 노르웨이와는 달리 석유의 축복도 없는 자원이 빈곤한 나라다. 인구가 적어서 내수 시장만으로는 부족하여,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처럼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다. 스웨덴 자본은 노동보다 훨씬 강하고 적대적 노사관계로 노사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어 파업투쟁 과정에서 군경의 발포로 노동자들이 살해되기도 했다.
한국보다 훨씬 나쁜 조건의 나라를, 지구상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로 만든 주체는 스웨덴 노동계급이다. 스웨덴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평등 체제 피해자들의 주체 형성이고, 그 핵심은 노동계급의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다(<그림 18.1> 참조).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이 민주노동운동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고 조직력을 확대하며 사회적 책임감과 함께 도덕적 지도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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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한국 노동계급의 계급형성 실패와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비호감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셨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이 ‘기득권 집단’, ‘특수이익 집단’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기성 노동운동 진영은 어떤 성찰이 필요하며, 변화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아울러 평등사회로의 전환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 속에서 노동조합들은 대부분 노동시장 취약집단을 포함한 전체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계급조직이 아니라 기업별로 조직된 노조원들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이익집단으로 작동하게 된다. 물론 민주노조들은 계급성의 정체성을 중시하며 계급조직 역할도 실천하며 이익집단과 계급조직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노동조합 조직률에 갇혀있어, 노동조합 효과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의 분절화를 극복하고 노동자들을 하나의 계급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들이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취약집단을 대변하는 계급조직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 임금연대와 고용연대는 물론, 미조직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며 조직화를 추진하고, 비정규직의 공동교섭·공동투쟁을 지원하는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민주노조들의 계급연대 실천 사례들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
평등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들이 보편 계급이익과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하며 계급형성과 도덕적 지도력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제11장과 제12장을 참조할 것). 민주노조들과 노조원들의 헌신에도 민주노총이 높은 비호감도에 시달리는 것은 민주노동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노총 리더십의 실패다. 민주노총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목표하에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정파들이 투명성과 책임성 속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정파등록제를 실시하고,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여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노조원과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민주노총 거듭나기’의 출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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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제안하신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이란 무엇이고, 이러한 전략이 ‘개량주의’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체제 변혁적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나 동력이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에 있나?
# 개량주의는 개혁 자체를 목표로 설정하고 개혁을 추진하며 개혁의 성과에 안주한다. 반면,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은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근본적 사회변혁을 목표로 설정하고 개혁을 실시하되 개혁의 성과에 기초하여 더 높은 수준의 개혁을 추진하며 단계적으로 사회변혁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평등사회 대안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불신은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개혁의 성과로 시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동의와 함께 개혁의 수준을 높이는 전략은 피할 수 없다. 오늘날의 스웨덴 모델도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의 결과물이다.
스웨덴은 성평등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일거에 실현한 것이 아니라 보편주의 국민연금제를 도입 수립하고 기혼여성의 취업 제한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보건의료와 보육 돌봄 등 다른 영역들에도 보편주의 원칙을 확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부 개별 소득세, 육아휴가 각 부모 할당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성별 임금격차 최소화를 추진했다. 노동부문도 1938년 살트쇠바덴 협약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확보하고, 1950년대 중앙교섭과 연대임금제를 수립하고, 1970년대 공동결정제와 노동조합대표 이사제 같은 경제민주주의 조치들을 도입했다.
LO와 사민당이 스웨덴 모델을 건설하는 과정의 일관된 목표는 평등사회 실현이었다. 한국도 전노협과 민주노총은 물론 해방공간의 전평과 진보정치도 평등사회 실현을 목표로 삼았었다.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의 방향성은 사회변혁 목표가 결정하는데, 그것은 평등사회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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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노동과 여성, 청년의 동맹을 강조하셨다. 현실에서는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등으로 인해 이들 주체 간의 균열이 있다. 이들이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고리,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이해관계의 존재를 인정하며 갈등과 충돌을 피하고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은 불평등 체제 피해자의 관점, 최소수혜자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문제를 보면, 피해자에 해당하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도 각각 내적 이질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관계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남성보다 여성, 기성세대보다 청년세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 청년 비정규직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불평등 체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면, 모든 여성, 모든 청년, 모든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 체제의 최소 수혜자들은 최대 피해자로서 불만이 가장 강한 집단이다. 피해자 집단들의 교집합이 사회변혁을 위한 평등사회 동맹의 구심점을 구성한다. 그래서 여성 청년 흙수저 노동자가 민주노동운동과 함께 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비개혁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로서 방관자를 소극적 참여자로, 소극적 참여자를 적극적 참여자로, 적극적 참여자를 주창자로 전환하며 노동-여성·청년의 평등사회 동맹을 주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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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최근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이나 공정성 담론을 보면, 청년 세대는 ‘평등’보다 능력/노력에 따른 차등 보상을 공정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친숙한 청년 세대에게 ‘평등사회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 청년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실력주의도 실현되지 않은 수저계급사회에 불과하다. 사회적 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약육강식의 시장에 던져졌을 때, 청년들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집합적 해결책을 추진하기보다, 경쟁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자도생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청년들이 ‘실력주의’(한국인은 능력뿐만 아니라 노력도 중시한다는 점에서 능력만 중시하는 서구인들에 비해 ‘능력주의’보다 ‘실력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음)를 내면화하는 현상은 기성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사회가 강제한 것이다.
평등사회 프로젝트의 ‘평등’이란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기여 정도에 상응하여 보상하는 형평성 원칙이다. 청년들은 흙수저-금수저에 따라 차별 처우하는 불평등체제의 불공정성을 비판한다. 청년들도 수행하는 직무가 위험도와 요구되는 숙련·기술력·자격요건이 다르면 보상의 차이를 인정하지만, 직무가 동일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공정 감수성은 수저계급사회의 불평등 세습 현실을 거부하지만 평등사회 프로젝트의 평등·공정 원칙과는 부합한다.
한국의 노년은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빈곤율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국 노년의 지옥이 청년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세대가 살아갈 사회는 OECD 최고수준의 불평등 대한민국이 아니라 스웨덴처럼 평등한 여성친화적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스웨덴의 맥락적 벤치마킹을 통해 평등사회로 바꿔보자는 <평등사회 프로젝트>다. 책에서는 청년세대를 위한 우선적 정책 과제로 현물급여 중심 사회정책 지출 확대로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병행하는 청년 일자리 보장제, 저출생과 일-생활 양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보육의 국가 책임제, 자산 불평등 대물림의 폐해를 상쇄하기 위한 청년 기초자산제를 통한 사회적 상속을 제안한다(제17장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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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마무리하며 소감 한마디
# 평등사회 프로젝트는 불평등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앞장서는 것이다. 응원봉 투쟁으로 정권은 교체되었다. 정권교체 목적으로 참여했던 시민들은 광장을 버릴 것이다. 그래도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차별처우를 거부하고 평등사회를 염원하는 민중이다.
“이 사태가 끝나도 (소수자) 차별은 남을 테고 우린 여전히 투쟁할 게 많다.” 2024년 12월 12일 부산 서면 집회의 온천장 도우미 발언이 냉엄한 현실을 잘 표현해 준다.
광장에 남아 불평등 체제에 분노하며 투쟁을 호소하는 2030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노동과 여성·청년의 동맹이다. 그들과 함께 평등세상을 향하여 투쟁하는 것이 평등사회 프로젝트의 첫걸음이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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