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3%의 돼지고기를 찾아서

에피큐어 구독자 멤버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퀴즈로 다섯 번째 에피큐어를 시작할게요. YLD, YBD, 듀록, 버크셔, 우리흑돈, 난축맛돈, 이베리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어떤 이름은 암호처럼 느껴지기도 할 텐데요. 짐작하셨겠지만 정답은 ‘돼지 품종’입니다. 종을 의식하지 않고 돼지고기를 먹었다면 YLD라는 품종일 확률이 높아요. 국내에서 자라는 돼지의 약 97%가 YLD이기 때문이죠.

에피큐어 팀은 약 3%에 해당하는 돼지고기를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어떤 품종은 아름다운 마블링을 지녀 한 점 구워 맛보면 쫀쫀하면서도 촉촉하게 입안에 감기고요. ‘돼지고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보적인 감칠맛을 안겨주는 품종도 숨어 있답니다. 물론 품종이 전부는 아닙니다. 부위에 따라 조리법에 따라 돼지고기의 맛은 또 천차만별. 에피큐어를 따라 새로운 돼지고기의 맛을 차근차근 알아가 보세요. LOVE FOOD, LOVE LIFE!

지금껏 경험한 돼지고기 맛이 늘 비슷했다면, 한 가지 품종만을 맛 봐왔기 때문일 거예요. 알고 보면 품종마다 육향, 감칠맛, 식감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친숙한 맛에서 시작해, 단계를 밟아나가며 내 취향에 맞는 돼지고기를 발견해 보세요.

같은 돼지고기라도 삼겹살과 목살에서 느껴지는 고소함의 정도와 식감에는 차이가 있죠. 각 부위가 가진 맛의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에요. 돼지고기를 정말 맛있게 먹고 싶다면 품종 고유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부위를 골라야 합니다. 에피큐어의 안내를 따라 늘 먹던 맛과의 미세한 차이를 음미해 보세요.

01. YBD - 뼈삼겹

추천 이유ㅣ두툼하게 썰어내 YBD의 풍성한 육즙과 육향을 즐기기 제격. 뼈가 있어 갈비 뜯는 재미까지
테이스팅 노트ㅣ팡팡 터지는 육즙과 씹을수록 올라오는 감칠맛
맛있게 굽는 법ㅣ커다란 무쇠팬에서 통째로 초벌 후, 먹기 좋게 잘라가며 지방이 충분히 녹을 때까지 굽기

02. 이베리코 - 항정살

추천 이유ㅣ지방의 비율이 특히 높아 이베리코의 진한 고소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부위
테이스팅 노트ㅣ강렬한 감칠맛과 긴 여운을 남기는 육향
맛있게 굽는 법ㅣ천천히 냉장 해동한 뒤 겉이 바삭해질 정도로 튀기듯 굽기

03. 버크셔K - 앞다리살

추천 이유ㅣ삼겹살에 비견할 만큼 촉촉하고 부드러운 버크셔K 앞다리살. 두툼하게 썰어도 질기지 않아 이색 스테이크로 추천
테이스팅 노트ㅣ쫄깃쫄깃 씹는 맛과 특유의 눅진한 감칠맛
맛있게 굽는 법ㅣ오일을 고루 발라준 뒤 180℃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서 각 면을 약 10분씩 굽기

04. 난축맛돈 - 목살

추천 이유ㅣ보통 살코기 위주인 목살에도 결결이 들어찬 마블링이 특징. 유독 희고 탄탄한 지방층까지 별미
테이스팅 노트ㅣ삼겹살처럼 진한 고소함과 촉촉하게 번지는 육즙
맛있게 굽는 법ㅣ80% 정도 익었을 때 꺼내 1~2분간 레스팅

돈마호크는 캠핑족,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요리로 유명해진 일종의 특수부위에요. 야생미 넘치는 이 고기를 더욱 맛있고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할게요.

돈마호크를 맛있게 굽는 방법

돈마호크를 맛있게 먹으려면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등심 부위를 부드럽게 익히고 비계와 껍데기 부분을 바삭하게 굽는 것이 관건이에요. 지방 부분은 상대적으로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팬에 조리할 경우 고기를 세워서 이 부분을 먼저 익혀줘야 해요. 취향에 따라 버터를 더해서 구우면 고기의 풍미가 훨씬 좋아진답니다.

새콤달콤한 과일잼과의 이색 페어링

돼지고기를 먹을 때 쌈장, 고추냉이, 멜젓 등을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조합이지만 돈마호크를 색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과일잼이나 콩포트를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블루베리, 라즈베리, 산딸기 등 과일의 새콤달콤한 맛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도 잡아주면서 훌륭한 균형감을 이룬답니다.

정형 방법을 바꾸며 새롭게 태어난 특수부위

돈마호크는 토마호크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손잡이 모양의 뼈와 여러 가지 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비슷해요. 원래 뼈 등심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부위였는데, 등뼈를 더 길게 남기는 방식으로 정형 방법을 바꾸며 새롭게 조명 받았죠. 등심, 갈빗살, 삼겹살, 가브리살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형 방법에 따라 부위의 구성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Q. 한돈은 특정 회사의 브랜드 이름이다?

A. 한돈은 국내에서 기른 모든 돼지를 뜻하는 단어로, 특정 회사의 브랜드 이름은 아니다. 2012년 대한양돈협회가 새롭게 지은 ‘국산 돼지’의 통칭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우는 우리나라 토종 품종인 ‘한우종’을 일컫는 명칭으로 한돈과는 의미가 다르다.

Q. 돼지고기는 신선할수록 맛있다?

A. 돼지고기의 맛은 신선도보다는 숙성 시간과 방법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돼지고기는 도축 후 3~5일 정도 근육이 단단하게 굳는 ‘사후강직’ 현상을 겪는데, 이때는 육질이 질기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고기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해도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간을 피하도록 적절히 숙성시키면 식감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육향도 풍부해진다.

Q. 돼지고기는 마블링이 없다?

A.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육질 책정 기준에 마블링(근내지방도)이 포함되어 있으며, 돼지고기 마블링은 주로 삼겹살과 목심 부위에서 볼 수 있다. 마블링이 풍부한 돼지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난축맛돈, 우리흑돈, 이베리코와 같은 품종을 추천한다.

Q. 돼지고기는 무조건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

A. 요즘에는 철저히 위생 관리를 하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 고기 속의 온도가 65°C 이상이면 충분하다. 돼지고기를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부위에 따라 굽기 정도를 조절해 보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삼겹살은 지방층이 녹아야 맛있기 때문에 미디엄 웰 이상으로 조리해야 한다. 반면에 등심, 안심 등 지방이 적은 부위는 단면이 살짝 분홍빛을 띠도록 미디엄 정도로 굽는 게 가장 맛있다.

Q. 왜 삼겹살은 살 때마다 지방 비율이 다른가?

A. 부위, 정형 방식, 품종에 따라 지방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돼지의 삼겹살이라도 뒷다리에 가까운 부분일수록 지방 비율이 높아진다. 또한 흑돼지 계열은 품종 특성상 삼겹살의 지방층이 두꺼운 편이므로 고기를 고를 때 참고하면 좋다.

돼지 안심 스테이크

Pork Tenderloin Steak

돼지고기 안심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부위죠. 식감이 퍽퍽할 수 있어 장조림이나 돈까스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잘 구우면 소고기만큼 부드럽고 근사한 스테이크가 된답니다. 길쭉한 안심을 통으로 구운 뒤 썰어 보세요. 실을 감지 않아도 동그란 스테이크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 (1~2인분 기준)

돼지 안심 200g, 미니 아스파라거스 4대, 미니 당근 2개, 올리브오일 2큰술,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루꼴라 약간

안심 밑간 양념 :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오렌지 소스 : 오렌지 2개, 우스터소스 1작은술, 타임 2줄기, 설탕 2작은술, 소금 약간

RECIPE

1. 안심에 분량의 밑간 재료를 골고루 뿌려둡니다.

2. 미니 아스파라거스는 3등분하고, 미니 당근은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한 길이로 어슷썹니다.

3.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을 중불에서 달군 뒤 ①을 올리고 좌우로 굴려가면서 11분간 겉면을 노릇하게 구운 후 팬에서 내려 3분간 레스팅합니다.

Tip. 안심의 두께에 따라 굽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속을 미디움 정도로 살짝 익히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4. 깨끗이 씻은 오렌지는 반으로 잘라 스퀴저로 즙을 냅니다.

5. 냄비에 ④와 분량의 오렌지 소스 재료를 넣고 양이 1/3으로 줄어들 때까지 중불에서 잘 저어가며 졸여줍니다.

6. ⑤의 냄비에 미니 아스파라거스, 미니 당근,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1분간 볶아줍니다.

7. 레스팅한 안심은 1.5cm 두께로 썹니다.

8. 준비된 접시 한쪽에 구운 미니 아스파라거스, 미니 당근을 보기 좋게 담고 그 위에 루꼴라를 올립니다.

9. 남은 접시 한쪽에는 오렌지 소스를 깔고 안심을 올려 완성합니다.

버크셔K 묵은지말이찜

Steamed Aged Kimchi roll with Berkshire K

버크셔K 목살의 맛은 삼겹살에 비견될 정도라고 하죠. 마블링이 촘촘히 박힌 살코기와 쫄깃하고 도톰한 지방층의 조합이 진한 고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에요. 구이도 좋지만 찜으로 만들면 그 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답니다. 고기 속에 꽉 잡혀 있던 육즙이 입안에서 팡 터지는 것을 느껴보세요. 새콤한 묵은지와 쌉쌀한 루꼴라가 마지막 한 입까지 느끼하지 않게 잡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