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볍씨가
쌀이 되기까지 🍚
얼마 전 SNS 알고리즘을 넘나들다가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총, 균, 쇠의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동양과 서양이 문화적 영역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는데요. 그는 협동적인 성향이 강한 동양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서양의 차이가 재배하는 주요 작물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랫동안 쌀을 재배한 아시아와 밀을 재배한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비교했을 때, 두 작물의 재배 요건과 농사 방식이 그 사회의 관습과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가령 물이 적게 필요한 밀농사는 비를 통해서 충분히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혼자서 밭을 갈고 밀을 심고 수확할 수 있는 반면, 물대기가 필요한 벼농사의 경우 혼자만의 힘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이웃 주민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야 관개시설을 마련하고 씨를 뿌리고 모를 심고 수확할 수 있죠. 예외는 있지만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사회적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 상상 이상으로 농사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요즘 식습관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쌀은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 끼는 쌀밥을 먹을 테죠. 거의 매일 우리가 접하는 쌀에 대해서 여러분을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우리가 한 끼에 먹는 쌀알의 수는 얼마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 장에서 들려드립니다.
요즘 농본은
주요 활동을 비롯해 농본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슈들을 전합니다.
[농農익는 대화] 오도 풀무학교 전공부 교사
"벼의 일 년을 관찰한 20년 차 농업교사 이야기"

6월의 어느 날,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도서관인 밝맑도서관에서 특별한 출간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유기농업을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평민을 지향하는 풀무학교 전공부(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태농업전공과정)의 교사와 학생들이 사계절 동안 벼를 관찰하고 기록한 책 《벼의 일 년》이 5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것이죠.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쌀알은 곧 벼의 씨앗이기도 한데요. 《벼의 일 년》은 이 작은 볍씨에서부터 출발해 싹을 틔워 모를 키우고, 어린모를 논에 심고, 벼가 자라고, 수확한 알곡이 다시 밥상으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농부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녹여냈습니다. 농사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공동저자 중 한 분인 오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책 이야기와 더불어 오도 선생님의 농사에 대한 기억, 풀무학교 전공부에서의 20년 교직생활도 함께 인터뷰로 담아봤습니다.
KBS <추적60분> 방송
"돈이 되는 산업폐기물 - 쓰레기는 정의를 모른다"

지난 6월 21일 방영된 <추적 60분>에서 산업폐기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농본에서 지원하고 있는 충남 예산군 조곡리를 비롯하여 경기 연천군 대전1리, 경북 성주군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100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 인근에 가동 중인 2개의 SRF(고형폐기물연료)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밤낮으로 고통받는 이야기, 농사짓기도 바쁜 시기에 농사일을 내려놓고 군청 앞에서 시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폐기물 매립장에서 유출된 침출수로 하천 오염, 농작물 피해를 입었는데도 매립을 했던 업체가 부도가 나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는 이야기는 그저 먼 세상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어느 곳에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산업폐기물 처리를 민간 영역에 맡김으로써 돈은 기업이 벌고, 피해는 주민이 입고,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메꾸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매 순간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 주민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랍니다.
함께 읽어요
농촌∙농민∙농업에 관한 읽을거리를 농본의 시선으로 조명합니다.
지난 4월 농립축산식품부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주거, 산업, 축산, 재생에너지 등 기능별로 특화지구를 지정하고 관련 시설을 집적하여 농촌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인데, 특정 지역에 환경오염시설을 밀집시킴으로써 오히려 농촌 환경이 더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하승수 대표는 이번 《한국농정》 칼럼을 통해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농촌공간을 재생시키고 관리하겠다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2022년부터 정부는 인구감소가 심각하고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자체에 대한 대책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간 매년 1조 원 규모로 배분합니다. 특별법에 의해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10년 동안 지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제도들과 차별점이 있지만, 시∙군 단위로 지원하기 때문에 농촌소멸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읍 또는 동 지역으로 인구가 몰려 시∙군의 인구가 유지된다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농촌마을이 소멸하더라도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통계의 허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등 곡물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소비하는 곡물의 80% 이상이 외국에서 수입된다는 뜻인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국제 곡물가격과 수급의 변동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은 경지면적을 보전하거나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되려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달의 농촌
계절마다 무르익어가는 농촌 풍경과 농사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7월을 맞이함과 동시에 장마철이 시작됐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빗속에서 농부들은 숨을 돌리다가도 무서운 기세로 자라나는 풀을 보며 약간 초조한 마음이 듭니다. 햇빛 양이 적어져서 작물들이 못 자라지는 않을지, 물이 넘쳐서 논둑이 터지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요. 잠시 비가 그치는 시간을 틈타 성실하게 논김을 매고 들깨와 콩도 서둘러 심어야 합니다. 휴식은 찰나 같고 때를 놓치면 안 되는 농사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작물과 풀의 생장이 절정에 달하는 7월, 부디 큰 피해 없이 장마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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